서울에서 탈북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남북을 모두 경험한 화가들의 작품은 어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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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현장음]
서울 양천구에 있는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예술세계 갤러리에서는 <경계에 선 이방인들: 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탈북민 작가인 강춘혁, 오성철, 조용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유화와 영상 등 약 86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전시의 해설을 맡은 선우예인 씨입니다.
[녹취: 선우예인, 전시 해설가] “총3인의 작가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작가 분들마다 특색이 다른데요, 오성철 작가의 경우는 숟가락을 비롯해서 찰리 체플린, 물방울, 하늘, 바다, 이런 메타포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가 조용은 자연의 풍취와 민족 정체성에 대해서, 그리고 생명의 에너지를 현대 추상화 기법을 통해서 담담하게 표현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인데요, 그리고 강춘혁 작가의 경우에는 86년생 청년 작가로, 북한사회의 빈곤이나 부조리한 실상을, 그리고 자유에 대한 의지를 담담한 드로잉을 통해서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인 만큼 북한 주민들의 삶이나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고, 한편으로는 <경계에 선 이방인들>이라는 제목처럼,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도 있습니다.
[녹취: 선우예인, 전시 해설가] “오성철 작가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숟가락의 경우에는, 우리 삶의 가치관과 생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게 합니다. 강춘혁 작가의 경우에는 <무제 12번> 작품의 경우에는, 어린 아기로 묘사된 김정은에 대해서, 핵을 달라고 조르는 김정은에게 작가가 ‘울지마, 조용히 해.” 이런 위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안남도 남포 출신의 오성철 작가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탈북했는데요, 지금은 한국과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취: 오성철, 탈북 화가] “고향은 이북의 남포고요, 그림 그리러 한국 왔고, 지금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그림이라는 의미 자체를 몰랐어요. 뭐 예술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그냥 남들이 비 맞고 힘들게 일할 때, 저는 실내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재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대할 때 연장된다고 해서, 군 복무하기 싫어서 대학을 가려고 제대해서 화학공업성 직속 단과대학이 있어요. 거기서 화학공학을 했고, 대학 다니면서도 먹고 살아야되니까 장사를 조금 하면서, 거기서 보위부와 연결돼서, 중국에 왔다 갔다 하다가, 중국에서 예술이 뭐냐, 그림이 뭐냐를 알게 됐죠. 그래서 그림을 그리며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된 거죠.”
이념과 제도의 차이가 큰 남과 북에서 모두 활동했고 해외에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만큼 오성철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녹취: 오성철, 탈북 화가] “한국에 와서 처음 눈에 띈 게, 재료에 대해서, 참 다양하더라고요. 재료나 형식에 대해서. 그래서 ‘나도 물감 말고, 오브제나 이런 걸로 한 번 해 보자’. 라고 생각해서 별 실험을 다 해봤어요, 많이. 그러다가 탁화는 나무에 탁 박히는 느낌이 있어요. 칼 박듯이. 처음에 와서 우리 사회를 보기도 전에, 몸은 여기에 있는데, 정신은 아직 저쪽에 있죠. 그러면서 권력이 뭔데, 권력 하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참 힘들잖아요, 북한에. 이념이 뭐고,권력이 뭐고, 욕망이 뭐냐, 그것을 한 번 담아보자고 해서,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말 타는 모습이 있었어요. 그것을 패러디 해서 다르게 한 거예요.”
새로운 가치와 예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탈북 작가들의 작품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녹취: 김나정, 관람객] “북한 작가들이 넘어와서, 그들이 거기서 추구하는 것은 극사실주의인데, 여기에 와서는 비유도 많이 들어가 있고, 혹은 극사실주의가 아닌 추상적인 면모를 같이 집어 넣는 것을 봐서 그들의 어떤 내면적인 도약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고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변화된 모습들,그리고 넘어와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들이 현실과 다른 느낌들이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보이니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녹취: 김준수, 관람객] “남한에선 볼 수 없는 작품들이었고요, 이 사람들이 표현하는 게, 억압이나 압박을 받아서 그런지 많이 세다는, 그게 그대로 표현이 세게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요, 생각보다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고.”
[녹취: 현장음]
이번 전시회는 오는 23일까지 열리는데요, 지난 15일에는 학술행사도 함께 진행됐고요, 오는 22일에도 학술행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한편, 이번 전시를 주최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앞으로도 탈북 작가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남북 문제나 탈북민 등의 이야기를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