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북 간 ‘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한 미국 인사들은 회동 결과를 미 차기 행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접촉은 올해 초 북한 측 제안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한 외교 당국자들과의 회동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그 결과를 미 행정부 뿐아니라 차기 행정부 인수팀에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갈루치 전 특사는 27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관리들과 만난 미국 인사들이 미국 차기 행정부에 이번 접촉 결과와 진지한 대북 관여 방안을 전달할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회동에는 갈루치 전 특사 외에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와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이 미국 측 대표로 참가해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만났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번 접촉에서 얻어진 통찰이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인수팀에 혜택을 줄 수 있기 바라지만 이를 받아들여 이행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접촉에서 일종의 진전이 이뤄졌다는 관측과 관련해, 진전은 개인 자격으로는 얻을 수 없고 해당 정부가 이 같은 민간 대화를 통한 탐색 결과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서야 비로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접촉을 미-북 정부 간 대화의 출발점으로 간주해선 안 되며, “출발”은 새 행정부의 몫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북한 관리들과의 대화 내용과 관련해, 미국 인사들이 북한의 미국에 대한 우려 등 구체적인 입장을 들은 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한 워싱턴 일각의 반응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관리들과 이틀 연속 만나는 동안 첫 날은 주로 미-북 양측의 우려를 교환하고 둘째 날은 미래를 주제로 앞으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둘째 날 접촉에선 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개선시키기 위해 미국 차기 정부와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고, 그 가운데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없는지 탐색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하지만 양측이 표명한 구체적 입장과 제안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자신은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선호하지만 상황이 맞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의 협조가 우선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북 간 말레이시아 회동 일정과 참가자 선정에 관여한 미국의 한 소식통은 27일 ‘VOA’에 이번 접촉은 올해 초 북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뉴욕카네기재단(Carnegie Corporation of New York)’이 미국 참가자들의 여행경비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동안 북한 측 대화 상대였던 리용호가 지난 5월 외무상에 임명되는 등 상황 변화로 인해 10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리들과 꾸준히 접촉해 온 이 소식통은 비핵화는 결국 “절차”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회동에서 비핵화에 이르는 단계적 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지난 24일 ‘VOA’에 미국 인사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에게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제안했고,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거론하며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화에 북한 측 대표로 참석했던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회동 결과에 대한 ‘VOA’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