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는 약 200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난민 자격으로 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올해 대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미국 내 탈북자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지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에서 2시간 거리인 버지니아 주 샬롯츠빌… 이곳 시내 중심가에 50대 탈북 남성 찰스 김 씨가 운영하는 세탁소가 있습니다.
[현장음: 재봉틀 소리]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고… 다림질을 하면서… 역시 탈북자 출신인 아내와 함께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 김 씨 부부의 관심을 사로잡은 건 라디오에서 시시때때로 흘러나오는 미국 대선 이야기입니다.
[녹취: 찰스 김 씨]
“내가 여기 시민권이라고 해서 투표할 거 같으면 두 명 다 안 할 거 같아요. 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연이은 막말과 탈세 의혹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시절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문제로 계속 논란이 됐는데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어떤 후보자를 찍어야 할지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현장음: 플라스틱 씌우는 소리]
찰스 김 씨는 굳이 투표한다면, 오바마 정권의 연장으로 보이는 클린턴 후보보다는 트럼프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찰스 김 씨]
“계속 다섯 번 핵실험을 했나? 어쨌든 그렇게 많이 했어. 한 번도 하지도 못하고 말로만 계속 성명 100장을 내면 어떻고 유엔 안건 채택을 100번 해도 달라진 게 없지 않습니까? 그거를 또 힐러리가 개선하겠다고 하면 또 4년 혹은 8년의 그런 식으로 계속 불려나가면 북한은 핵을 다 만들고…”
2009년 미국에 망명해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정착한 탈북 여성 베스 리(가명) 씨도 클린턴 후보는 신뢰가 안 간다면서, 트럼프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스 리 씨]
“저는 이메일 문제라던가 모든 문제들이 속속들이 감춰져 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잘 꾸며진 보여지는 것에 뭔가가 많이 숨겨져 있다는 거. 굉장히 dishonest(부정직)한 느낌이 많이 드는 거예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해보면 비록 막말 던지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너무 궁금해요. 도대체 이 사람이 되면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 너무너무 기대가 돼요.”
[현장음: 해산물 가게]
한편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 작은 해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탈북 여성 데보라 최 씨는 오랫동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존경해 왔다면서,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씨]
“그분이 영부인 할 때부터 해놓으신 일도 많고, 정치, 이런 분야에서 지식도 해박하고 그러신 거 같아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저는 그분한테 조금 더 기대를 가지게 돼요.”
미국 서부 워싱턴 주에 정착한 데이비드 신 씨도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는데요. 좀 더 나은 복지 정책을 세우고, 북한 인권 문제에도 많이 이바지할 것 같아서 클린턴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는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신 씨]
“특히 어린이 복지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그 분을 찍기로 결심했어요. 막내딸을 위해서 더 좋은 복지가 생겼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 막내딸, 힘든 장애거든요… 제가 북한에서 나온 사람이라서 어떻게 그 쪽으로 북한 정부에 자선을 좀 베푸는 그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하지만 미국 내 탈북자들은 이번 선거가 신선한 충격이자 민주주의의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씨]
“북한 선거는 후보가 없어요. 한 명이에요, 무조건. 여기는 이렇게 선택권이 있잖아요.”
당에서 내세우는 후보를 무조건 찍어야 하는 북한의 선거와는 달리, 국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고 국가의 지도자를 직접 뽑는 미국의 선거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신 씨]
“이 사람들이 과거 좋은 점들, 나쁜 점들 이렇게 다 드러내놓고 선거를 한다는 게 참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녹취: 찰스 김 씨]
“선거라는 게 이렇다는 걸 우리 북한 인민들도 알고 북한에서도 이런 선거를 위해서 좀 민주주의를 하고 비록 우리는 못하고 왔지만 후배님들이 좀 했으면 좋겠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선거 아주 좋습니다.”
VOA 뉴스 이지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