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대통령 탄핵 당론’ 확정...대통령 ‘하야’ 외친 축제 같은 집회 화제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한국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최순실사태’로 주말마다 굵직한 뉴스가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가 일고 있다는 정치권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어제 검찰의 중간수사발표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탄핵 추진 분위기가 일었고, 오늘 야3당이 당론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확정했습니다. 사태 초기 박대통령의 하야와 퇴진 목소리가 강했던 야권에서 그 동안 탄핵 분위기가 조금씩 일고 있었지만 어제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 이후에는 탄핵 쪽으로 완전 기울었습니다. 그 동안 야권에서는 절차상 상당시간이 걸리는 점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을 들어 ‘탄핵’ 보다는 ‘하야’와 ‘퇴진’에 무게를 싣고 있었는데요.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로 박 대통령이 최순실사태의 ‘공범 혐의’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퇴진을 기다리는 것은 장기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 수사로 명백한 피의자신분의 대통령이 된 만큼 탄핵의 이유가 넘친다며 헌법 절차를 밟는 것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탄핵 추진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별도의 탄핵 추진단 구성에 들어갔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탄핵 정국에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탄핵 소추 발의를 위해서는 의결정족수인 전체 국회의원의 2/3인 200명이 모여야 합니다.

진행자) 정치권에 탄핵 바람을 일으킨 한국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 내용도 자세하게 알아보지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 실사태’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군요.

기자)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과 대통령의 정치계 입문부터 측근에서 역할을 해 온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이 일괄 기소된 어제(20일). 검찰은 공소장에 박대통령의 해명해야 할 4가지 혐의를 적시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관여, 재벌총수들에게 기금 지원요청에 특혜제공 약속. 그리고 대통령 연설물 등 청와대 비밀 문서를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부분 등인데요. 검찰은 99% 입증 가능한 혐의만 담은 것이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통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된 상황입니다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법적으로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기자)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혐의 공범, 제3자 뇌물 수수혐의,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일반인이라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고, 출석요구에 세차례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나오는 등 강제 구인할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지는 않습니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보호 되는 ‘불소추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라면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검찰에 기소되지 않는다는 불소추의 특권에도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만큼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법조계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내일(2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해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 공포안을 상정해 심의 의결합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공포안이 의결되면 재가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는데요. 국무회의에는 보통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이지만 내일은 여론을 감안해 대통령 자리를 경제부총리가 대신할 예정입니다.

/// BRIDGE ///

진행자) 지난 주말의 촛불집회 소식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주요도시에서도 촛불이 밝혀졌군요.

기자) 국정농단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성난 민심이 서울 광화문광장과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100여 곳의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서울에는 5~60만명, 부산 광주 5만명 등 전국적으로 85~95만명이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 집회 주최측의 집계입니다. 앞서 2차례의 대규모 주말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고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한 집회로 청와대 인근 도로까지 행진을 하고 다시 광장으로 모여 자유발언대와 대중 문화제 형식의 집회로 진행됐는데요. 지난 주말 역시 대규모 인파에도 불구하고 시민 스스로 질서를 지켜가는 모습이었고, 부상자 1명도 나오지 않은 비폭력 시위로 마무리 돼 외신 기자들의 취재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진행자) ‘축제 같은 시위였다’ 는 것이 외신들의 반응이더군요.

기자) 몸싸움 화염병,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지던 보통의 시위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가족 단위로 참가한 시위자들이 상당수였구요. 오후 들면서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이 광장에 펼쳐진 각종 행사에 참여해 함께 하고 있다는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시민은 최순실씨를 흉내 낸 복장으로 눈길을 끌었구요. 장대 위에 달린 대형 박 속에 최순실 사태의 핵심인물들의 이름이 들어있었는데 시민들이 모래주머니 콩주머니를 던져 터트리는 자율적인 행사도 있었고, 야시장이나 축제장 인근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음식과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상도 주말 촛불집회 속에 어우러져 있었는데요. 광화문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 시위가 있었지만 시민들끼리의 충돌도 없었고, 청와대 진입을 막는 차벽을 세운 경찰들에게 꽃을 꽂아주고 차 벽에도 꽃 스티커를 붙이이는 등 폭력적이지 않는 항의의 뜻을 표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꺼지지 않는 촛불도 화제였군요?

기자) 긴 초를 종이컵 사이에 키우고 불을 밝히던 촛불시위대에 LED촛불이 등장했습니다. 또 다양한 색상의 불꽃을 일게 하는 스마트폰 가상 촛불도 인기였는데요.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 촛불집회를 입력하면 수십개의 촛불 앱이 나오고 원하는 형식의 촛불을 내려 받기 해서 스마트폰으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펼쳐지던 관객들이 파도를 만드는 응원이 있는데, 밝은 빛을 내는 스마트폰 촛불이 광화문 광장에 대형 파도를 일렁이게 해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100만명, 75만명.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얼마인지를 세는 방법도 화제였다는데,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대규모 집회 소식을 보면 항상 집회 주최측과 경찰이 추산하는 참석인원이 다릅니다. 앉아 있을 경우 3.3㎡(1평)에 6명, 서 있을 경우 9명으로 셈 방식으로 밀도 차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는 계산법을 주로 쓰고 있었는데요. 지난12일에는 교통카드 사용량으로 분석한 광화문집회 참가 규모가 발표돼 화제였었고, 19일 촛불 집회 때에는 IT 기술을 활용한 측정방식이 도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IT기술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기자)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휴대전화 무선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활용됐습니다. 일정 구간 안에 이 센서가 설치된 매장 밖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있는지, 매장에 들어오는 인원과 체류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인사이트’ 서비스인데요. 센서 반경 50m 안의 인원을 세는데 무선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번 세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는데요. 워크인사이트로 기술로 확인한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의 광화문과 서울광장 사이를 다녀간 인원은 약 74만명,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저녁7~8시 사에 집회 현장에 머물렀던 사람은 22만명으로 집계 됐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