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뉴욕채널’ 다음달 교체…후임은 미-북 교류 관여 인사

미국과 북한 간 대화창구인 '뉴욕채널'의 새 북한측 당국자로, 조만간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부임할 것으로 알려진 박성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오른쪽)이 지난 2월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운데)를 마중하러 평양공항에 나왔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창구인 ‘뉴욕채널’의 북한 측 외교 당국자가 다음달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로 부임하는 인사는 과거 뉴욕에 주재하면서 미-북 간 문화 교류를 여러 차례 성사시킨 인물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장일훈 차석대사가 다음달 평양으로 돌아간다고 미국 내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장 차석대사가 이르면 2주일 안에 뉴욕을 떠날 예정이라며, 외무성의 박성일 미주국 부국장이 다음달 장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부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장일훈 차석대사는 한성렬 현 외무성 부상의 후임으로 지난 2013년 7월 부임했으며, 파견 3년째인 지난 가을부터 교체설이 흘러나왔습니다.

장 차석대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권정근 참사와 함께 그동안 ‘뉴욕채널’의 미국 쪽 담당인 국무부의 클리포트 하트 6자회담 특사, 로버트 랩슨 한국과장,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 등을 차례로 상대하며 양측 간 연락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영국, 독일,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미국 전직 관리들과 수 차례 접촉하며 이른바 ‘반관반민’ 회담의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해왔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장일훈 차석대사가 지난해 2월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에서 열리는 대규모 북한인권 토론회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 차석대사는 특히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크게 부각된 지난 2014년 10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권 압박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장일훈 차석대사] “정치범 자체라는 말도 모르고, 정치범 수용소는 있을 필요도 없고 없다, 아예. 완전 조작입니다, 이거. 그래서 지금까지 다 절대적으로, 종합적으로 거부했는데 이제 와선 자꾸 우리 수뇌부 걸고 드는 데는 우리 진짜 참기 힘듭니다, 이거.”

장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부임하는 박성일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은 과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박길연 대사와 신선호 대사 시절 참사로 뉴욕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박 부국장은 지난 2월 방북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평양공항으로 마중 나오면서 드물게 외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성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 “예, 정정하십니다.”

박 부국장은 특히 뉴욕에 주재할 당시 미-북 간 스포츠 교류의 북한 측 실무자로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미국 공연이 두 차례 성사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2008년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7년과 2011년 북한의 ‘조선태권도시범단’을 미국에 초청했던 정우진 미국 ‘태권도타임스’ 잡지 발행인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부국장이 당시 미-북 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시키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우진 발행인] “그 때가 미국하고 북한하고 문화 교류의 물꼬를 틀 때였어요. 북한 시범단 비자 승인 문제며 미국 도시 이동 문제, 북한 선수들 경호 문제, 워낙 장애가 많았기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 때 박성일 참사가 북한 쪽 실무자로 미 국무부와 미국 태권도 사범 사이에서 노력을 정말 많이 했죠.”

앞서 지난 7월 ‘뉴욕채널’ 차단을 일방적으로서 선언한 북한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담당자를 파견하면서 앞으로 이 창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