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그련 결성 70주년...기독교 탄압 최악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지난해 8월 평양 봉수교회 일요예배에 참석해 자신의 '반북행위'에 대해 '속죄'했다고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TV가 당시 보도했다.

오는 28일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 (조그련)이 결성된 지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조그련은 북한 기독교를 대표하는 유일 기구이지만 외부에서는 김 씨 일가를 숭배하기 위한 어용단체란 비판이 많습니다. 북한은 종교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제 기독교 단체들은 북한을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해마다 지목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봉수교회 예배 소리]

평양 봉수교회의 예배 소리를 듣고 계십니다.

보통강 근처에 있는 이 교회 건물 왼쪽에는 북한 기독교를 유일하게 대표하는 조선그리스도연맹 (조그련) 중앙위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건물이라면 통상 예수의 모습이나 성경 구절이 있게 마련이지만 조그련 건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물 입구부터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그려진 큰 벽화와 헌화대, 맞은편에는 성경 구절 대신 김일성 주석을 “주체의 태양으로 영원히 받들어 모시자”는 구호가 쓰여 있습니다.

평양신학원 교수이자 봉수교회 소속 이성숙 목사는 과거 평양을 방문한 외신기자들에게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하나님이 곧 김일성 주석이며, 예수의 부활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숙 목사(당시 전도사)] “하나님은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중략) 어쨌든 종교인이니까 하나님의 집으로 오는데, 집으로 와서 나의 마음 속에 있는 하나님은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이런 맘을 갖고 김일성 주석님을 더 잘 믿고 더 잘 받들겠다는 그런 마음이죠. (질문:죽은 예수가 다시 태어나는 부활은 안 믿습니까?) 옳습니다. 전 예수가 죽었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는 믿지 않습니다. 지금 과학의 시대에 사람이 죽었다고 다시 산다는 것은 믿을 사람이 없죠.”

기독교의 본질인 예수를 이렇게 부인하면서도 조그련은 70년 간 북한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구 역할을 해 왔습니다.

조그련은 1946년 11월 28일 ‘북조선기독교연맹’이란 이름으로 처음 결성됐습니다. 이후 ‘조선기독교연맹’으로 개칭됐다가 1999년부터 ‘조선그리스도연맹’이란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특히 김일성 주석의 외종숙인 강량욱 목사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2대 김성률만 제외하면 위원장직이 강량욱의 아들과 손자로 3대째 세습되고 있습니다. 3대 위원장은 강 목사의 아들인 강영섭, 4대는 강영섭 목사의 장남인 강명철이 2013년부터 맡고 있는 겁니다.

김일성 주석의 외가가 조그련 위원장직을 세습하는 이유는 집안이 기독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기독교 역사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강반석 권사, 그의 아버지 강돈욱은 장로교회 장로였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은 기독교계 학교인 숭실학교 졸업생이었고, 김 주석이 회고록에서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했던 손정도 씨 역시 기독교 목사였습니다.

이 정도로 기독교가 김 주석의 집안과 연관이 깊다면 북한에 널리 전파될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에서 북한 내 기독교 실태에 대해 증언했던 탈북민 출신 엄명희 목사입니다.

[녹취: 엄명희 목사] “(조그련은) 북한 주민들에게 낯익은 단체가 아닙니다. 그냥 저런 이름이 있는가 보다. 신문에서 아주 가끔씩 나오니까요. 그래서 이런 게 뭔지도 모르고 그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이지 조선그리스도연맹이 뭔지 어떤 곳인지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99%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 기독교 교리를 독재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기독교 자체는 외세의 앞잡이라며 철저히 비판하고 탄압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독교의 십계명을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 삼위일체는 수령 부자와 주체사상, 회개기도와 구역 모임은 생활총화, 설교와 말씀은 교시, 예수의 탄생일인 성탄절은 김일성의 태양절로 탈바꿈시켰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조그련 역시 순수 기독교단체가 아니라 김 씨 정권의 우상숭배를 위한 어용단체, 대외 체면치레와 외부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정치단체에 불과하다고 탈북민 출신 목사들은 지적합니다.

탈북민 출신인 한국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입니다.

[녹취: 강철호 목사] “기독교란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을 교섭하며 후원이란 명목으로 돈을 받아 정권의 비자금을 만들어준 곳이 조그련입니다. (중략) 북한이란 사회 구조를 알면 조그련이 정말 순수한 기독교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그 조직을 이끌어 가는 수장들이 철저하게 계산되고 사상에 물든 사람들인데, 조그련은 일반 시민들이 세운 단체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 정치조직을 자꾸 왜 지원하고 두둔해 주는지 너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강명철 조그련 위원장은 실제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상임위원을 겸하고 있어 정치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북한은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스’는 지난 1월 북한을 14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단체의 데이비드 커리 미국지부 회장은 북한에서 성경 반입과 예배는 체제전복 행위로 간주돼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처형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 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수감돼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커리 회장] “North Korea imprisons tens of thousands of Christians…”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목사는 북한 당국이 6.25전쟁 전부터 기독교를 탄압했으며 많은 기독교인들을 관리소로 보내 관리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정 베드로 목사] “1953년부터 55년까지 반동행위 색출을 시작했고 증언에 의하면 기독교를 완전 말살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고 1957-58년에 바로 김일성이 그렇게 공언했습니다. 북조선에는 기독교인이 한 명도 없다 라고. 공산주의가 승리하는지 기독교가 승리하는지 증명하기 위해 남게 한 기독교인을 바로 관리소, 정치범 수용소를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런 지적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강윤석 현 북한 중앙재판소 소장은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가 실시한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출석해 북한은 종교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강윤석 소장] “헌법 68조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지며 이 원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 의식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종교 건물 건설과 운영, 종교단체들의 조직과 활동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신념에 따라 어떤 종교든지 자유로이 믿을 수 있습니다. 공화국이 제출한 보고서에서와 같이 종교인들은 수도에 있는 봉수교회당, 장충성당 등 전국 70여개 성당, 교회당, 사원 등에서 종교의식을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또 평양에 칠골교회와 봉수교회, 제일교회를 비롯해 북한 전역에 520여 개의 가정교회와 1만5천 명의 신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독교 활동을 조그련이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과 해외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조그련의 진위 여부를 따지기 보다 민족적 차원에서 상호 존중과 교류를 통해 예수의 사랑을 전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엄명희 목사는 하나님 이외에 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무시한 채 조그련과 저자세로 교류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엄명희 목사] “김일성이 우리를 지시하고 김일성이 조선의 하나님이고 김일성이 곧 하나님이란 사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하나님! 김일성도 만들고 너도나도 만든 하나님이 존재하고 그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하나님을 우리가 알게 만들었다는 것을 믿는다는 자체가 전혀 다른 것이죠”

엄 목사는 그럼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탈북민 지원 모두 기독교인들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가 이런 순수한 사랑을 체제 전복 행위로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대북 지원을 해온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와 한국인 김정욱, 최춘길 목사 등 여러 선교사들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채 장기간 억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그련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억류 중인 한국인들은 “정탐모략행위를 한 사이비 종교인들”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KCC) 창립자인 손인식 목사는 조그련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정치가 아니라 은혜와 사랑이며, 여러 박해에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손인식 목사] “우린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처럼 강도 맞아 쓰러진 이웃을, 피 흘리고 굶어 죽어가고 매맞아 죽어가는 저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사람들이죠. 그걸 갖고 정치라고 부른 적은 인류 역사에 없었습니다. 죽어가는 우리 동족들을 살리는 일이고 이 것은 정치가 아니라 의로운 복음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