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언론 "한국대통령 놀라운 추락"…미-필리핀 관계 해빙 조짐

9일 한국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받아 직무정지됐습니다. 세계 각국 언론들이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는 “외교·안보와 경제, 민생 모든 분야에서 국정 공백이 없도록하겠다"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해달라고 군 당국에 당부했습니다. 얼마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을 선언한 뒤 두 나라 관계가 불편한 상황이었는데요. 최근 양국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 들여다보겠고요. 이어서, 홍콩 정부 수반인 렁춘잉 행정장관이 연임 출마를 포기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았군요?

기자) 네. 한국 국회는 금요일 (9일) 본회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습니다. 의원 299명이 투표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고요. 박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오후부터 곧바로 정지됐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겁니까?

기자) 당장 그런 건 아니고요. 대통령의 직위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되지만, 국가원수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들이 정지되는겁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됐는데요. 황 총리는 박대통령의 권한정지가 확정된 직후 서울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정에 한 치의 공백이 없도록 혼신을 다해 대내외의 불안과 우려를 믿음과 신뢰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공직자들에게 촉구하면서 “군은 추호의 빈틈도 없도록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세계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외신들은 박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그 동안의 과정과 앞으로 전망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말하면서 청렴한 지도자 이미지로 청와대에 들어간 정치인이 놀랄만한 추락을 했다”고 전했고요,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 “현직에서 쫓겨나는 첫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번 일이 “한국의 첫 여성 지도자이자,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종말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그동안 박대통령이 일으킨 수많은 추문에 한국민들이 분개”했으며, “이번 일은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이자,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야권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언론 반응 전해주셨는데, 미국에서도 관심이 크죠?

기자) 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한국에서는 권력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안보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신문은 현 상황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꾸준하게 진행해온 북한에 대한 정책을 둘러싸고 큰 불확실성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들도 서울 특파원을 연결해 탄핵안 의결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 CCTV와 중국신문망 등은 박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상황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계획을 비롯한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왕이’는 동시통역까지 지원하면서 탄핵안 가결 과정을 생중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탄핵안 가결 당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났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면담 후 기자들에게 “나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결정은 한국민과 한국의 민주적 기관(국회)이 내리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내정에 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리퍼트 대사는 지금 “미국과 한국의 동맹 관계는 강하고, 앞으로도 계속 변함없이 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대북정책 등에서 바뀌는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우리는 북한과 다른 지역 현안들, 그리고 국제 경제와 무역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기대한다”면서 현재 미국과 한국이 함께하는 관련 정책 기조가 변함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이를 위해 “우리는 계속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기자)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을 받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지 판단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최장 180일, 여섯달까지 예상되는데요.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적은 박대통령의 헌법· 법률 위반 사항들이 과연 국가원수의 직위를 박탈할 만한 내용인지 헌법재판관 9명이 의견을 나누게 되고요. 최종 심리를 통해 이 중 6명이 찬성하면 박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돼서, 60일 이내에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아야됩니다.

진행자)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탄핵소추안에 적힌 내용이 타당하다고 보면, 대통령 지위를 박탈하는거군요.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기자)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선례를 짚어볼 수 있겠는데요, 이전에도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넘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서, 노 대통령이 즉시 직무에 복귀했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당시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한국 언론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12년전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거부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요?

기자) 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당했던 주된 이유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일이었는데요. 노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경제파탄’과 측근 비리를 비롯한 다른 이유들도 적혔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런 사항들이 “대통령의 직을 박탈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 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범죄를 주도하거나 공모한 혐의로 검찰에 정식 입건된 피의자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을 것으로 한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범죄를 주도하거나 공모했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최근 몇 달동안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사람들이 일으킨 갖가지 의혹들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특별검사까지 출범하면서 정치적· 사회적인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몇 가지만 정리해드리면, 먼저 박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순실 씨가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 공익기관의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려 했는데, 대통령이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박대통령이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재벌 총수들을 불러서 이들 재단에 출연금을 낼 것을 부탁했고, 재벌기업들은 각각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씩 돈을 냈는데요. 이는 곧 대통령의 직권남용과 뇌물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이밖에 최순실 씨와 측근들이 국가기밀 문서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뜻대로 손질하는 한편, 정부 주요 정책과 인사에 관여했는데, 박대통령이 이 과정을 방치하거나 도왔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또 최씨 측근들이 문화· 체육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한 혐의도 검찰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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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얼마전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두 나라 관계가 불편해졌는데, 최근 회복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왔군요?

기자) 네. 최근 미국과 필리핀 관계가 이전의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되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는 분석을 최근 저희 VOA 아시아 지역 특파원이 내놨습니다. 다음달에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또 얼마전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새롭게 부임하는 등 미국 정부의 인적 구성이 바뀌는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 호의적인 대화를 나누는 등, 몇 달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필리핀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주 금요일(2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단독 전화회담을 진행했는데요. 두 지도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상당한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필리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마약소탕 정책에 대해 “지금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나도 불법이민자 대책을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를 공약했다가 강한 비판을 받았다”면서,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 정부의 마약 대책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의 마약대책을 비판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5개월여 동안 필리핀에서는 마약에 관련된 의심만으로 재판없이 즉결 처형된 사람이 4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에 대해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 현 정부는 인권침해와 사법절차 파괴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차기 정부를 이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필리핀의 마약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 정부와 다른 시각을 표시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고 관계 정상화에 협조할 의사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성 김 신임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도 관계 정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주 성 김 대사가 두테르테 대통령을 면담했는데요. 한시간동안 진행된 대화에 대해 필리핀 대통령궁 측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대화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김 대사는 최근 미 대사관 측이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필리핀과의 관계가 모든 측면에서 강해지고 깊어지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면서 “필리핀 국민들은 양국 관계가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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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홍콩 행정장관이 연임을 포기했다고요?

기자) 네. 홍콩의 정부 수반인 렁춘잉 행정장관이 내년 3월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금요일(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렁 장관은 재선 불출마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은 채 “내 가족들이 선거운동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현지 유력 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장녀 렁차이얀의 건강상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진행자)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홍콩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누구나 자유롭게 행정장관 후보로 출마할 수 있고, 주민 직접 투표로 정부 수반을 뽑는 ‘완전 자치제’ 실시를 그 동안 중국 정부 측에 요구해왔는데요. 이 같은 노력이 번번이 당국의 거부에 부딪혀 좌절돼왔습니다. 내년 3월 실시될 예정인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측은 렁 장관을 비롯한 ‘친정부 인사’들을 출마시킬 목적으로 꾸준히 정지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선거를 하긴 하는데, 후보는 중국정부 의사에 맞춰 내세울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사실상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는 직선제로 실시되긴 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입후보해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보통선거는 아닙니다. 홍콩의 선거 관련 규정을 정하는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각계 대표로 구성된 지명위원회에서 과반수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인정 조건을 규정했는데요. 후보 지명위원회는 친 중국 정부 인사 위주로 구성되는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측의 입후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