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북한에서 발생한 소형 지진은 핵실험이 아니라 자연 지진으로 추정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습니다. 북-중 국경 인근의 지진관측소 자료를 확보해, 핵실험 쪽에 무게를 뒀던 그 동안의 진단과 다른 결과를 얻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핵실험 의혹을 낳았던 장소는 북한의 핵실험장인 풍계리 인근 입니다.
북한은 2010년 5월12일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했고, 이후 실제로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하는 외부 분석이 잇달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연구진은 이런 주장과 다른 연구결과를 미국지진학회지 최신호에 실었습니다. 당시 현지에서 감지된 규모 1.5의 미진은 핵실험이 아니라 자연지진이라는 결론입니다.
지진의 종류를 구별하기 위해선 지각을 수평으로 흔드는 P파와, 위아래로 흔드는 S파를 관찰해야 하는데, 더욱 정밀해진 진단법을 적용한 결과 폭발 등으로 생긴 인공지진 보다 자연지진 쪽에 훨씬 가깝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김원영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원영 박사] “P하고 S하고 진폭의 비율을 냈을 때 그게 작아지면 S파가 크다는 얘기죠. 분모가 커지니까. 그건 지진에 가깝다는 얘기거든요.”
파형 뿐만이 아닙니다. 2010년 감지된 진동은 북한의 공식 핵실험 직후 포착된 규모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녹취: 김원영 박사] “2010년 5월12일에 난 이벤트는 진폭이 굉장히 작아요. 규모가 1.5밖에 안되거든. 2006년, 2009년, 2013년에 연속적으로 이북에서 한 핵실험 보다 거의 3천배 정도 진폭이 작으니까 감지하기도 쉽지 않고 그걸 분석하기도 쉽지가 않아요.”
김 박사는 지진파 분석을 통해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이 고성능 폭탄 실험이 아닌 핵실험이라는 사실을 규명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던 한국계 미국인 지진학자 입니다.
지진파로 지하핵실험을 관측하는 기법은 1950년대 말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이후 판별 절차가 급속도로 발달해 현재는 극도로 작은 규모의 지진 신호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원영 박사] “북한과 중국 경계 부근, 또 북한 내부에서 나는 지진에 대한 자료가 쌓여 있었고, 또 파형 자료를 서로 비교해서 위치를 정하는 테크닉은 10여년 전 이전에는 쓰지 않았죠.”
북한이 2010년 비밀 핵실험을 했다는 주장은 그 동안 세계 각국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 대기과학자 에릭 라스 데 예르는 2012년 4월 한국, 일본, 러시아의 핵물질 감시 관측소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국제 모니터링 시스템이 수집한 한반도 상공의 대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2010년 4월과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2014년 11월 북한이 2010년 5월12일 소규모 핵실험을 한 사실을 ‘미진 검측 방식’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마이클 쇼프너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과 율리히 쿤 독일 함부르크대 연구원이 지진파 분석 결과를 근거로 2010년 5월 핵실험이 있었다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연구진은 중국의 각 지진관측소들로부터 새로운 자료를 얻어 기존의 핵실험과 자연지진에서 발생한 지진파와 비교한 결과 앞서의 주장들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녹취: 김원영 박사] “최근에 북한과 중국 국경 부근에 있던 관측소를 운영한 게 있었는데 거기 있는 자료를 얻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볼 수 있었지.”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2010년 핵실험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장조사만이 정확한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