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일본 “납북자 12명 송환 위해 최선 다할 것”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 씨의 아버지 시게루 씨와 어머니 사키에 씨가 24일 도쿄의 외신기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과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비공식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일 양국은 지난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납치자 문제 해결에 합의했지만 이행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그동안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알아봅니다. 박형주 기자입니다.

1977년 11월 15일 일본 항구도시 니가타 현. 학교에서 배드민턴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13세 소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현지 경찰이 동원된 대규모 수색에도 소녀의 행방은 묘연했고, 결국 단순 실종 사건으로 일단락 됩니다.

미궁에 빠졌던 이 실종 사건은 그러나 1997년 당시 일본에 망명한 북한 공작원의 증언으로 20여 년 만에 실체가 드러납니다.

“사라진 소녀는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고, 평양에서 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상징적 인물인 요코다 메구미 입니다.

[효과: North Korea-Kidnapped(2005) voice of Megumi]

1970년에서 80년대 사이 일본에서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런 납치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북한은 남파간첩의 일본어 교육이나 신분 도용을 위해 일본인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북한에 납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지만, 북한은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다 2002년 9월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을 전격 방문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한 겁니다.

[녹취: 김정일]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초대해 주어 감사합니다. 총리 대신께서 평양에 몸소 오셔서…가까운 우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일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달, 북한은 납치 피해자 5명을 일본으로 송환했습니다.

지난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오른쪽)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어 2004년 5월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2차 방북을 계기로 이미 송환된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귀국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DNA 감정 결과 이 유골은 가짜로 밝혀졌고, 일본 정부는 북한 측에 강력히 항의합니다.

이로 인해 일본 내 대북 여론이 크게 악화됐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추진과 함께 납북자 문제 논의를 이어 갔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송환된 5명을 포함해 납북 피해자를 모두 17명으로 규정하고, 나머지 12명의 송환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이 이미 사망했거나,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2008년 양측은 전면적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지역정세와 맞물리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양측은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납치 피해자와 관련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합니다.

이 합의에 따라 북한은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 정부는 일부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이 해제를 약속한 대북 제재는 인적교류 규제와 송금 휴대 반출 금액 제한, 인도적 목적의 선박 왕래 차단 조치 등입니다.

합의 두 달 뒤 북한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도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습니다.

[녹취 : 아베 총리 발표]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 공개와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양측은 다시 갈등을 빚게 됩니다.

지난 2014년 7월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가운데)와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양국 국장급 협의를 갖기 위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처럼 스톡홀름 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하자 일본 정부는 대북 압박으로 돌아섭니다. 2015년 3월 밀수 혐의를 이유로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허종만 의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허 의장의 차남을 체포한 겁니다.

북한은 이를 국가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정부 간 대화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허종만 조총련 의장] “일본 경찰의 이 같은 행태는 북-일 관계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올 들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면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결국 지난 2월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독자 제재를 발표하자,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 해체’를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스톡홀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납치문제 담당상은 지난 1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 가토 가쓰노부 납치문제 담당상] “우리나라(일본)는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할 생각은 없고, 하루라도 빨리 납치 피해자를 송환하도록 북한 측에 요구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대화와 압박,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일련의 독자적인 조치, 그리고 국제사회의 조치를 지렛대로 삼아..”

가토 가쓰노부 일본 납치문제담당상(왼쪽)이 지난 1월 도쿄를 방문한 마르주키 다루스만 당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만났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에 관한 북한 측과의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과 북한이 최근 석 달 새 세 차례 이상 비공식 접촉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북한 측에선 그동안 이 문제를 담당했던 외무성이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운 당 국제부 담당자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납치자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에 비춰볼 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양측의 대화와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