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이번 주는 지난 한 해를 결산하는 특집으로 꾸며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인물 분야인데요. 올 한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인물 5명 꼽아봤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16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목했습니다. 부동산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정치 초년생이 지난달에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트럼프 당선인 수락 연설]
트럼프 당선인의 수락 연설 잠시 들으셨는데요. 이제까지 공직이라고는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는 데다, 선거 기간 중 잇따른 막말과 극단적 공약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1946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트럼프 당선인은 어린 시절 활력이 넘치고 한편으로는 제멋대로인 소년이었다고 합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트럼프 당선인은 명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1971년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서 수익성이 높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68층 고급 주상복합 건물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게 됩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그룹’의 회장이며 전 세계에 호텔과 골프장을 짓는 등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은 1996년 세계 최고의 미녀를 뽑는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사들여 매년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 미스 틴 USA를 열었고요. 2004년부터는 NBC 방송의 유명 프로그램인 ‘견습생’의 공동 제작자와 진행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방송에서 “You're fired! 넌 해고야!”라는 독설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당선인] “Make America Great again.”
지난해 6월 트럼프 당선인은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어를 내걸며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로 비유하면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벽을 세우겠다고 발언해 중남미계 이민자들 사이에 큰 반발을 샀습니다.
이 같은 강경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8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치고 승리를 거뒀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주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과 변화 욕구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지난 10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공식 선출됐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당선인 취임 선서]
구테흐스 당선인은 지난 12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했습니다. “유엔의 이익을 위해 사무총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맹세했는데요. 구테흐스 당선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5년 동안 임기를 수행하게 됩니다.
1949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구테흐스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1974년 중도좌파 사회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에는 포르투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약 10년 동안 총리를 지냈습니다. 구테흐스 당선인은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사회 각계각층과 소통하려 하며, 복지 혜택 확대와 재정 적자 감축 노력으로 포르투갈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구테흐스 총리의 두 번째 임기 중에 교량 붕괴 사건이 발생해 권위와 지지도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습니다.
구테흐스 당선인은 포르투갈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2005년부터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를 지내기도 했는데요. 당시 제네바에 있는 UNHCR 사무국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대신 현장에서 활동하는 구호 인력을 크게 늘려, UNHCR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 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선진국의 책임과 노력을 강조해왔는데요. 2013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타이완 신임 총통, 차이잉원”
올해 초 제14대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습니다. 타이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통이 탄생한 겁니다.
[녹취: 차이잉원 취임 연설]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연설 잠시 들으셨습니다. 지난 5월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은 1956년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주로 산악 지대에서 밀집되어 사는 타이완 원주민 파이완족의 혈통인데요. 사업가인 아버지의 넉넉한 재정적 지원 덕분에 명문 국립타이완대학교를 거쳐 미국의 코넬대학교와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 진학해 법과 국제무역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요. 졸업 후 대학교수로 지내다 1992년에는 타이완 행정원 국제경제부처의 법률 자문을 맡게 됩니다.
차이 총통이 정계에 발을 디딘 건 2000년 양안 관계를 주로 다루는 대륙위원회의 주임위원을 맡으면서인데요. 이후 차이 총통은 2004년 민주진보당에 정식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걷습니다.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행정원 부원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두 번이나 민진당의 주석으로 선출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2016년 1월 마침내 타이완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라는 쾌거를 이룩하게 되죠.
차이 총통의 당선으로 8년 만에 타이완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이 정권을 탈환하면서, 앞으로 중국과 타이완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1949년부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그러니까 중국 대륙과 타이완, 홍콩, 마카오 등을 모두 중국의 영토로 보고 이 중 중국만을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는 원칙을 주장해왔는데요. 타이완의 현 정부는 반면 자신들은 '중화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가진 엄연한 독립국이라는 입장이어서, 현재 양안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가 올해 가톨릭 성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가톨릭교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월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테레사 수녀 시성식에서 테레사 수녀는 기독교의 사랑을 보여준 자비의 상징이라고 말했는데요. 테레사 수녀가 가톨릭 성인이 된 것은 선종한 지 19년 만의 일입니다.
1910년 지금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독실한 가톨릭 부모의 막내딸로 태어난 테레사 수녀는 겨우 8살 때 아버지를 잃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는데요.
테레사 수녀는 18살이 되던 해에 인도로 파견할 수녀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21살 때 인도에 첫발을 딛게 됩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테레사 수녀는 영국인 자녀들에게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는 임무를 받게 되는데요.
그렇게 16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1946년 기차 안에서 가난과 질병에 죽어가는 사람들 도와주라는 신의 부름을 받게 되고, 이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가뭄과 흉년, 종교 간 폭력으로 사회가 불안정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낯선 유럽 여성의 모습을 한 테레사 수녀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테레사 수녀가 자신들을 교화시키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도 테레사 수녀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하죠.
1950년에는 ‘사랑의 선교회’라는 공식 기관을 세우고, 이후 고아와 병자가 있는 곳 어디든 시설을 지으며 수녀들을 모았는데요. 처음에는 겨우 12명의 수녀로 시작된 사랑의 선교회는 100여 개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큰 조직이 됐고요. 1979년에는 노벨 평화상도 받았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이 미국의 전통음악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냈다면서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라고 평가했습니다.
[음악: ‘Blowin’ in the Wind’ by Bob Dylan]
밥 딜런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Blowin’ in the Wind’, ‘바람이 전하는 말’ 잠시 들으셨는데요. 미국 미네소타 주 출신인 밥 딜런은 1962년 데뷔 이후 그래미상만 11회 수상했으며 앨범 총 판매량은 1억 장이 넘는데요. 밥 딜런이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평화와 자유를 위해 노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권 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한 창 일었던 베트남 전쟁 당시 수많은 명곡을 남기면서 청춘의 우상이자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서정적이면서도 시대 정신을 반영한 밥 딜런의 가사는 책으로도 여러 권 출간되고 미국 여러 대학 영문과에서 그의 시를 분석하는 강좌가 개설됐는데요. 그만큼 문학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밥 딜런이 전문 문학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게다가 딜런이 수상자 발표 후에 한참 동안 아무런 입장도 내보이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냉랭한 반응에 수상 거부설까지 제기 됐지만, 밥 딜런은 보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침묵을 깨고 수상 수락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올 한 해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난민 개방 정책을 주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있습니다.
올해는 또 많은 사람들을 잃기도 했는데요. 이 중에는 미국의 팝 가수 프린스,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 그리고 영국의 가수 데이비드 보위 등이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2016년 결산 특집 인물 편으로 지난 한 해 주목 받은 5명 꼽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이지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