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개원 '오바마 정책 뒤집기'...세관국경보호국 전산망 마비 혼란

미치 맥코넬(왼쪽) 상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오른쪽)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으로 상·하원과 행정부까지 장악한 다수 집권여당 지위로 복귀한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3일) 미국의 115대 의회가 개원합니다. 연방 상,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부 정책들이 폐기될 위기에 놓이게 됐는데요. 이번 회기의 주요 안건들과 의원 구성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어서 어젯(2일) 밤 미국의 세관국경보호국의 컴퓨터가 일시 중단돼,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많은 여행객이 혼란을 겪었다는 소식, 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연설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연방 상, 하원 의회가 오늘(3일) 개원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115대 의회가 오늘(3일) 정오에 의원선서를 하고 회기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상,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선전하면서 의회에서 다수당의 자리를 유지하게 됐는데요. 오는 20일에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공화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게 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인 2006년 이후 10년 만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이 이렇게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서 민주당 출신인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시행한 여러 정책이 폐기될 위험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거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폐기 논의가 시작될 사안으로 꼽히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건강보험제도 일명 ‘오바마케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당선되면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공화당 의원들 역시 오바마케어 시행을 규정한 법률을 폐지하거나, 오바마케어 예산 배정을 중단함으로써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 관련 정책에도 불만을 나타내 왔죠?

기자) 맞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을 제한하거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산업을 규제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에너지 정책 폐지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 2008년 미국의 경제침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시행한 강력한 경제 규제 역시 폐지가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규제가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공화당의 폐기 노력이 마음대로 될 수만은 없는 것이, 미 의회엔 다수당의 횡포를 막는 장치가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이른바 ‘필리버스터’를 통해 장시간 발언을 이어가면서, 의원들이 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데요. 절차 투표에서 6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은 60명에 못 미치는 52명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기 주요 안건들 알아봤고요. 이번엔 115대 의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진행자) 네, 연방 상원은 말씀드렸듯이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석 모자라는 48석입니다. 100명으로 구성되는 상원의원 중에 여성은 21명인데요. 이번에 처음 상원의원이 된 7명 중 여성이 4명으로, 초선 상원의원 중 여성이 더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성 의원 중 16명은 민주당, 5명은 공화당이고요. 흑인 여성 의원이 3명, 중남미계 여성 의원은 4명이나 됩니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241석, 민주당은 194석인데요. 52명의 초선 의원 가운데 공화당이 27명으로 조금 더 많습니다.

진행자) 의회 지도부에도 변화가 좀 있죠?

기자) 네, 민주당의 새 대표로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선출됐는데요. 슈머 의원은 지난 회기를 끝으로 은퇴한 해리 리드 대표의 뒤를 잇게 됩니다. 민주당 하원 대표는 낸시 펠로시 의원이 다시 맡게 됐고요. 공화당은 역시 지난 회기와 마찬가지로 미치 맥코넬 의원이 공화당 상원 대표 자리를, 폴 라이언 의원이 하원의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진행자) 새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이 안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상원의 경우 각료급 인사에 대한 인준도 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상원은 15명의 정부 부서 장관과 6명의 각료급 인사에 대한 인준청문회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인준 절차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화당 의원 두세 명만 민주당 의원 측에 가담하면 인준안이 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의 경우 석유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으로서 외교 경험이 전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관리들과 가깝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요.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 지명자는 월스트리트, 월가 출신으로 ‘파산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기업들의 파산을 통해 부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경우 의회에서 인기가 높지만, 군 출신은 퇴역 이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법 규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매티스 장군은 지난 2013년에 퇴역해 아직 7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의회 출범을 하루 앞둔 어제(2일) ‘의회윤리국(OCE)’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처리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의회윤리국은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2008년에 창설된 독립기구인데요. 의회윤리국의 감시 권한을 축소하는 개정안이 어제 (2일) 하원에서 찬성 119대 반대 74로 가결됐습니다. 새 법안은 의원들의 2011년 이전의 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를 금지하고, 익명의 고발을 받는 것도 금지하고 있는데요.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가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안건을 추진한 겁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항의하고 나섰는데요. 낸시 펠로시 대표는 의회윤리국이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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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인들은 긴 연말 연휴를 끝내고 오늘(3일)부터 대부분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제(2일)는 여행길에 올랐던 미국인들이 대부분 복귀하면서 도로는 물론이고 공항도 아주 분주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일부 공항의 경우 입국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큰 혼란을 겪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1년 중 가장 붐비는 때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이 입국을 못 하고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 일부 공항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어젯(2일)밤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컴퓨터가 일시 중단된 건데요. 따라서 외국인들과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미국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행자) 현재는 정상적으로 복구가 됐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세관국경보호국의 대니얼 헤트레이지 대변인은 어젯(2일)밤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5시에서 9시 사이에 미국 내 여러 공항에서 세관국경보호국의 컴퓨터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컴퓨터가 복구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헤트레이지 대변인은 문제를 발견하는 즉시 직원들이 ‘대체 절차(alternative procedures)’를 이용해 입국심사를 진행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4시간이나 컴퓨터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가네요.

진행자) 네, 수천 명의 여행객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3시간을 기다려야 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하고요. 컴퓨터가 복구되고 나서도 정체 현상은 한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미국을 겨냥한 컴퓨터 해킹 의혹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요. 혹시 이번에도 해킹 공격으로 컴퓨터 작동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요?

기자) 세관국경보호국 측은 악의적인 해킹 공격으로 인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컴퓨터의 작동이 중단된 동안에도 국가보안 관련 정보들을 활용했고, 모든 여행객을 대상으로 기존의 보안 기준에 상응하는 입국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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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이곳 워싱턴에서는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넘겨 주고 백악관을 떠나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 화요일인 10일,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에서 8년 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지지자들에게 이메일로 연설 계획을 밝혔는데요, 지난 8년간의 놀라운 여정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기회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민에 대한 감사와 함께 지난 8년간의 임기를 되돌아보는 자리가 되겠군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 연설을 통해 지난 8년간 미국을 더 좋게 변화시킨 것을 축하하고, 또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 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9년 이후 여러 도전을 거치면서 더욱 강해졌고, 이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미국을 이끈 신념인 "함께 더 나은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전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면서 고별 연설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기자)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내려온 오랜 전통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고별 연설을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를 연설 장소로 택한 점도 주목되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주의회 상원의원으로 출발해,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에서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음 주 10일 고별 연설에서 자신의 임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소회를 밝힐지 주목되는군요. 한편 연설에 앞서 이번 주에는 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4일 민주당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당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드문 경우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중요한 업적으로 꼽아 온 '오바마케어' 의료보험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 대책 마련에 나선 건,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의원들이 새 정부에서 오바마케어 폐지를 최우선 의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워싱턴에서 몇 년 더 머무를 거란 보도도 있군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은 막내딸 샤사가 고등학교를 마치는 2019년까지는 워싱턴에 거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100년 만에 임기를 마친 후에도 워싱턴을 떠나지 않는 첫 대통령이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