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군사 기밀을 폭로한 혐의로 수감 중인 첼시 매닝 전 일병의 형을 크게 줄여주는 등 대규모 사면과 감형을 단행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수요일(18일) 상원에서 열리는 트럼프 내각 지명자들에 대한 인준 청문회 소식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에서는 취임식 다음 날 2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여성 행진이 열릴 예정인데요. 어떤 행사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을 앞두고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곤 하는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요일(17일) 64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고, 209명의 형을 줄여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닐 에글스턴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번 조처를 발표하면서 “이들 273명은 미국이 용서의 나라이며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복귀할 의지를 보이면 제2의 기회를 준다는 것, 과거의 잘못 때문에 개인이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빼앗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감형 대상에 논란이 되는 인물이 포함돼 있다고요?
기자) 네, 첼시 매닝 전 육군 일병입니다. 육군 정보분석관으로 일했던 매닝 전 일병은 약 70만 건의 군사기밀을 인터넷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징역 35년형을 선고 받았는데요. 2013년부터 수감 중인데, 이번 조처로 오는 5월에 풀려나게 됐습니다.
진행자) 매닝 전 일병이 넘긴 기밀 자료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나요?
기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 관련 보고서, 국무부 관리들의 전문 등이 포함됐습니다. 검사 측은 매닝 전 일병의 행동이 미군 병사들이 위험에 놓이게 됐다며 비판했는데요. 매닝 전 일병의 변호인단은 공익을 위한 내부자 고발이었다며 옹호했고요. 대부분 정보는 미국을 해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그동안 매닝 전 일병의 성별과 이름이 바뀌었죠?
기자) 맞습니다. 처음 폭로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이름이 브래들리 매닝이었는데요. 원래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에 이름을 첼시 매닝으로 바꾸고, 자신이 여자라고 선언했습니다. 또 성전환 수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죠. 변호인 측은 매닝 전 일병이 그동안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면서, 이번 감형 조처는 매닝 전 일병의 생명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감형 조처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위험한 전례를 세웠다며,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매닝 전 일병이 미국인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면서 사면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고요. 톰 코튼 상원의원은 매닝 전 일병이 순교자가 아니라 반역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번 사면에 대해 “승리”라며 환영했는데요. 백악관은 매닝 전 일병에 대한 형량이 다른 비슷한 사례와 비교할 때 훨씬 무겁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이번 사면과 감형 대상에 어떤 사람들이 포함됐나요?
기자) 대부분은 비폭력 마약사범인데요. 해병대 퇴역 장성 제임스 카트라이트 장군이 이번에 사면을 받았습니다. 합참부의장을 지냈던 카트라이트 장군은 지난해 10월에 정보 누출과 관련해 연방 수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는데요. 검찰이 카트라이트 장군에 대해 2년형을 구형했는데, 선고 공판을 앞둔 상황에서 사면 받았기 때문에 징역형을 면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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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상원에서 열리고 있는 청문회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네, 수요일(18일) 오전에 차기 내각 지명자 4명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스콧 프루이트 환경청장 지명자, 톰 프라이스 보건후생장관 지명자, 그리고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 지명자가 청문회에 섰는데요. 특히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와 프루이트 환경청장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왜 그런지 이유를 살펴볼까요?
기자) 먼저 로스 지명자는 올해 79살로 억만장자 투자자인데요.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뒤에 되파는 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습니다. 그래서 ‘파산의 왕’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장관 지명자들과 마찬가지로 돈 많은 기업인이다 보니,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 공직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데요. 로스 지명자는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당선인과 견해가 같습니다.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날(18일) 청문회에서도 차기 정부가 출범한 후 나프타를 가장 먼저 손보겠다고 밝혔는데요. 또한 자신은 무역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라며 미국에 해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무역은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악의적인 무역을 하거나 정부가 개입하는 등 공정 무역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선 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네, 수출 증대와 경제 규제 완화를 언급했는데요. 로스 지명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기자) 로스 지명자는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선 수출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요. 또한 도요타와 같은 회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해서 미국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해 세금 혜택과 적절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각종 경제 규제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발언이 되겠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스콧 프루이트 환경청장 지명자에 관해서 살펴볼까요?
기자) 네, 프루이트 지명자는 올해 48살로 현재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인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보호 정책과 기후변화 대책에 반대하는 데 선봉에 서온 인물입니다. 그동안 환경청을 상대로 한 여러 소송을 이끄는 등 환경청의 여러 규제를 반대해왔는데, 바로 그 환경청장으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프루이트 지명자는 앞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기후변화를 꾸며낸 얘기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톰 프라이스 보건후생부 장관 지명자 청문회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기자)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프라이스 지명자는 올해 62살로 원래 의사 출신인데요. 6선 하원의원으로 그동안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화요일(17일) 미국 의회예산처가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경우, 앞으로 10년 안에 3천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이고, 폐지된 첫 해에 보험료가 20%에서 25% 오를 것이란 내용입니다. 프라이스 지명자는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더라도 미국인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진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는 인도계 미국인이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44살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몇 안 되는 소수계 여성 지명자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유엔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정착촌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고요. 또 유엔에 미국의 분담금을 축소하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헤일리 지명자는 관련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지명자]
진행자) 헤일리 지명자는 분담금을 축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당선인도 결국엔 그런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헤일리 지명자는 또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며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고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쟁범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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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금요일(20일)에는 미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워싱턴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취임식 다음 날에도 대규모의 사람들이 워싱턴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대통령 취임 축하가 아닌 시위를 위해서 모이는 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토요일 오전 10시에 취임식이 열렸던 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여성 행진’이 열릴 예정입니다. 미 전역에서 20만 명의 여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워싱턴 DC 외에도 미국 50개 주와 전 세계 32개 나라에서 자매 행진이 열려서 총 7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여성 행진’이라고 했는데, 이번 행진이 벌어지는 목적이 뭘까요?
기자) 네, 행사 주최 측은 도널드 트럼프 새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 날, 여성들이 결집해 여성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와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성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 여성은 트럼프 행정부가 여성의 권위를 위축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행진 주최 측은 성명에서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 동등함과 공평성을 성취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매 행진이 진행된다고 했는데 주최를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요?
기자) 네, 여성 또는 인권과 관련한 수백 개의 단체가 자발적으로 연합해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이 포함되는데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 주를 이루지만 남성들도 많이 참가한다고 하고요. 지역별로 워싱턴으로 오는 교통편을 배정해서 모이게 되는데 이미 1천200대의 버스가 주차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여성들의 행진이 이번에 처음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100여 년 전에도 비슷한 행진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여성의 투표권은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에 의해 보장됐는데요. 여성이 투표권을 얻기까지 많은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1913년 3월 3일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취임식 바로 전날 열렸던 ‘여성 참정권 행진’입니다. 당시 5천여 명의 여성이 9개의 악대 등과 함께 워싱턴 시내에서 행진을 벌이며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했었죠. 당시는 취임식 바로 전날 열려서 관심이 집중 됐었는데요. 이번엔 취임식 다음 날 열리는 겁니다. 100년 전에는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던 사람 중에 주로 남성이 주축이 돼서 행진을 가로막고 방해하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약 100명의 시위대가 다쳐서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이런 충돌 사태가 없어야 할 텐데, 취임식을 전후해서 많은 시위가 예상돼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여성들의 행진’의 경우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행사 측에서는 평화적인 행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취임식 주말에 20개가 넘는 시위와 집회가 이미 시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트럼프 당선인을 반대하는 시위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취임식 날 대통령 반대 시위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세기 중반 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 취임식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일부 실업자들이 시위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 들어서는 지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도 2만5천 명의 시위대가 몰렸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도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렸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