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이민개혁 행정명령 집행 정지...뉴잉글랜드, 슈퍼볼 역전 우승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역대 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쿼터백 톰 브래디(왼쪽)가 우승 트로피 '빈스 롬바르디'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알아보고요. 미국 대기업 임원 10명 중 3명이 여성과 소수계로 과거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백인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슈퍼볼 경기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소식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연방 법원이 집행을 정지시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금요일(3일), 워싱턴 주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행정명령 집행을 일시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법무부가 이 결정에 불복해 즉각 항고했는데요. 하지만 연방 항소법원이 일요일(5일) 이를 기각한 겁니다. 대신 월요일(6일)까지 법무부와 소송을 제기한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 측에 자세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 소송의 내용을 좀 살펴보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앞서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관한 겁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면서 이란과 이라크, 예멘, 시리아, 소말리아, 리비아, 수단, 이렇게 7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또 120일 동안 난민 수용을 중단하고, 시리아 난민의 입국을 무기한 중지한다고 밝혔죠.

진행자) 이들 나라는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이라며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며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번 시애틀 법원 결정은 워싱턴 주 법무부가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해 나온 건데요.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최종 판결이 아니라, 가처분 명령이란 점입니다. 그러니까 행정명령이 위헌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행정명령을 집행하지 못하게 일단 막은 것이죠.

진행자) 법원 결정에 대한 반응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소송을 제기한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 당국, 그리고 인권단체들은 당연한 조처라면서 환영했습니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서 국무부가 취소했던 비자를 다시 살려주고 있고요. 국토안보부는 금지됐던 7개국 국민 가운데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행정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이 문제에 대한 글을 여러 개 올렸는데요. “이른바 판사라는 사람”이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비판했고요. 국토안보부에 입국자들을 면밀히 검사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행정명령 시행을 가로막은 판사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요일(5일) NBC 방송에 출연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판사의 결정을 비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펜스 부통령] “We don’t appoint judges…”

기자) 외교나 국가 안보 문제는 지방 법원 판사의 소관이 아니라는 건데요. 헌법에 따르면, 이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펜스 부통령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좀 다른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판사들을 지적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또 테러범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지만, 미국과 함께 싸웠던 이슬람 동맹국 국민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태는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앞으로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에 지명한 닐 고서치 판사의 인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현재 대법원이 4대4로 보수 대 진보가 갈려있는데, 보수 성향의 고서치 판사가 인준 받는다면 행정부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해서든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막겠다는 각오인데요. 상원에서 대법관 인준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의원 6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60표에는 모자라니까, 민주당 의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귀추가 주목됩니다.

///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 대기업 임원 중에 여성과 소수 인종이 어느 정도 비율을 자치하는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군요?

기자) 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여성과 소수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 전 조사에 비해서도 조금 올랐고 최근 6년간 조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이긴 한데요. 하지만 백인 남성의 비율이 2/3가 넘으면서, 여성과 소수계가 대기업 중역에 오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네, 이번 보고서는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와 이사회다양성협회(ABD·Alliance for Board Diversity)가 포춘 500대 기업 2016년 자료를 바탕으로 4년 전 결과와 비교해 분석한 내용인데요. 흑인 남성 임원의 경우 4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 1%밖에 증가하지 않았고요. 흑인 여성은 1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소수계 중에서는 그래도 흑인이 약 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중남미계의 경우 4년 전보다 8석을 더 얻으면서 전체에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아시아계의 경우 전체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사실 중남미계의 경우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거기에 비하면 대기업 임원의 비율은 좀 낮지 않나 싶습니다. 흑인이나 아시아계도 그렇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사회다양성협회의 로널드 파커 회장은 여성과 소수계가 늘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추세로 본다면 2026년까지 전체의 4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인구 추세에 맞춰서, 산업계도 이런 소수계나 여성 임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여성이나 소수계 임원이 더디게 증가하는 이유가 뭘까요?

진행자)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는데요. 보고서는 일단 전체 임원의 규모가 적은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500대 기업의 임원 수는 지난해 5천440명으로 7년 전에 비해서 20여 석이나 더 줄었고요. 한 기업당 임원이 보통 9명에서 11명이다 보니 다양성을 주기 힘들다는 겁니다. 또한, 평균 임원의 임기가 8년에서 10년이고 대부분 기업이 임원에 임기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빈자리가 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거죠. 따라서 앞으로도 여성이나 소수계가 임원이 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다만, 많은 임원이 70대 고령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500대 기업의 경우는 이렇고요. 이번 보고서는 100대 기업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도 포함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춘 100대 기업의 경우 여성과 소수계의 비율이 약 36%로 500대 기업보다는 5% 정도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13년 전인 지난 2004년 당시 약 29%였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성장세라고 보고서의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기업들이 다양성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금융회사인 푸르덴셜 파이낸셜이나 콜라로 유명한 펩시코 등의 경우 여성과 소수계 임원을 최소한 1명씩 두고 있고요. 특히 과학 기술 기업의 경우 여성 임원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커피로 유명한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달 3명의 소수계 임원을 추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주주들의 승인을 받게 되면 스타벅스의 임원 14명 중 여성은 29%, 소수계는 36%를 차지하게 됩니다.

///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으로 스포츠 소식 보겠습니다. 일요일(5일) 미국 남부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미국 스포츠 최대의 축제로 불리는 슈퍼볼 경기가 열렸는데요. 역사에 남을 대단한 경기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슈퍼볼 역사상 처음으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28로 애틀랜타 팰컨스를 누르고 승리한 겁니다. 올해 51번째 열린 슈퍼볼은 아메리칸 풋볼(American football), 그러니까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인데요. 럭비공처럼 생긴 공을 상대 진영 끝까지 가져가서 득점하는 방식의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입니다.

진행자) 이번 경기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네, 사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팰컨스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미식축구는 15분씩 네 쿼터로 이뤄지는데요. 세 번째 쿼터 중간까지만 해도 팰컨스가 25-3으로 크게 앞섰기 때문입니다. 슈퍼볼 경기에서 이런 큰 점수 차이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경우는 없었는데요. 하지만 네 번째 쿼터 들어서 패트리어츠는 무려 19점을 득점하면서 28-2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요. 연장전에서 6점을 먼저 따내며 최종 점수 34대 28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진행자) 슈퍼볼 최초로 연장전까지 가는 기록이 나왔는데, 그 밖에도 많은 기록이 세워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슈퍼볼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최다 우승 기록인데요. 1960년대 말에 NFL과 AFL, 두 리그가 합쳐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애틀랜타 팰컨스는 이번에 두 번째로 슈퍼볼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이날 최우수 선수로는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 선수가 선정됐는데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브래디 선수의 승리 소감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브래디 선수]

기자) 네, 28-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고 승리하기까지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선수들 모두 평생 이날의 승리를 기억할 것이라고 브래디 선수는 말했는데요. 브래디 선수는 또 다섯 번째 우승컵을 안으면서 슈퍼볼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쿼터백으로 기록됐습니다.

진행자) 쿼터백은 미식축구 경기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라고 할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을 적절한 곳에 던져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브래디 선수뿐만이 아니라, 패트리어츠의 빌 벨리칙 감독도 이번 슈퍼볼 우승이 다섯 번째로 역대 최다 슈퍼볼 승리 감독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브래디 선수와 벨리칙 감독은 이번이 일곱 번째 슈퍼볼 경기로 역사상 최다 슈퍼볼 진출 기록도 세웠습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슈퍼볼 경기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었죠.

진행자) 슈퍼볼 하면 중간 휴식 시간에 펼쳐지는 해프타임 쇼도 큰 볼거리인데요. 올해는 유명가수 레이디 가가가 출연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경기장 지붕에서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다 줄에 매달려 아래로 뛰어내리는 등 깜짝 놀랄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10여 분 동안 많은 무용수들과 함께 멋진 춤과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고요. 화려한 불꽃놀이로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진행자)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달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에 벌어진 여성 행진에도 참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레이디 가가가 이번 공연에서 어떤 정치적인 의견을 나타내지 않을까 많은 관심이 관심을 보였죠. 일요일(5일) 노골적으로 정치 상황이나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이란 노래와 시위할 때 많이 부르는 ‘이 땅은 당신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이란 노래를 부르면서 은연중에 포용을 강조했습니다. 또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는 의미의 ‘Born This Way’란 자신의 히트곡도 불렀는데요. 이 노래는 인종이나 성적 취향에 상관없이 모두 받아들이자는 의미의 노래입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어제 공연이 끝나자 “레이디 가가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슈퍼볼 경기는 흥미롭고 기발한 광고로도 유명한데요. 올해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레이디 가가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포용의 의미를 담은 광고가 많았습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신문이 최고의 광고를 뽑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한국의 기아 자동차 광고가 1위에 올랐습니다. 유명 배우 멜리사 매카시가 출연한 광고인데요. 발 아래에서 빙하가 갈라지고,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에 쫓기는 등 지구 환경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니로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하죠. 참고로 올해 슈퍼볼 광고는 30초에 50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