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언론 "피살 김정남 개혁 성향, 북한 3대 세습 반대"

지난 2007년 2월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의 모습.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긴급히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개혁 성향을 갖고 있었으며 북한의 3대 세습에 반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14일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전하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 지도부와 관련해 또 다른 놀라운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오랫동안 당연한 후계자로 여겨졌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추방당한 뒤, 아버지의 신임을 잃고 해외에서 떠돌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남이 2010년 일본 `아사히 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의 사망 이후 싱가포르의 스시 요리집이나 베이징의 고급호텔 주점에서 목격된 것 외에는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김정남이 베이징과 싱가포르, 마카오를 오가며 살았다며, 김정은에 이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김정남을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보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USA 투데이' 신문은 김정남 피살이 확인되면 장성택 사망 이후 최고위급 처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그에 대한 암살 시도들이 보도된 바 있으며, 김정남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았던 것으로 널리 추정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남이 개혁을 주장하다 김정일과 불화가 깊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남이 `도쿄신문'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스위스 유학 후 북한으로 돌아간 뒤 아버지와 더욱 사이가 멀어졌다. 내가 개혁과 시장개방을 고집해 결국 아버지의 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을 소개했습니다.

`USA 투데이' 신문은 또 김정남이 북한의 세습체제를 비판했으며, 북한을 통치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기 전에는 김정일의 아들 중 김정남이 가장 잘 알려져 있었고, 그가 물의를 빚은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됐었다고 소개했습니다.

`CNN' 방송은 김정은이 고위 북한 지도부를 숙청하는 가운데 김정남의 사망 사건이 불거졌다며,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후 340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 신문도 김정남이 북한의 권력세습에 반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복동생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외부 세계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가디언은 북한이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을 목표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도 김정은이 2011년 권력을 잡은 뒤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무자비한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남 암살이 이미 경색된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 인맥이 많은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도 중국 당국이 격노했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김정남 피살 소식을 신속히 전하며 그가 북한 정권과 갈등을 빚을 만한 요소들을 소개했습니다.

`교도통신'은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개혁개방을 지지한 까닭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후 북한에서 멀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산케이 신문'도 김정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지만 개혁개방을 지향해 불화를 겪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주류 매체들은 한국 언론을 인용하며 사실만 간략하게 보도했습니다.

다만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분석도 담았습니다.

중국 `미래망'은 한국 매체들을 인용해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뒤 고모부 장성택이 외교와 경제 정책을 놓고 대립하면서 김정남에게 권력을 잡도록 종용했다는 말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봉황망'은 김정남이 암살 위협에 시달려왔다며, 그가 서방사회에 가장 근접한 생활을 한 북한인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