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기지 소음 최고액 배상...러시아, 쿠릴열도에 사단병력 배치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이 지난해 6월 현지 미군기지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기지 주변 주민들에게 소음피해 배상으로 2억7천600만 달러를 일본 정부가 지급하라는 현지 법원 판결이 오늘(23일)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1965년부터 끌어온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가 극동지역 쿠릴열도(북방영토)에 연내 사단급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즉각 항의하고 나섰고요. 이어서,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남중국해 활동에 대해 오늘(23일) 중국 국방부가 내놓은 비판 성명,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주일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일본 나하에 있는 오키나와 지방재판소는 오늘(23일), 이 지역의 가데나 미 공군기지 주변 5개 시정촌(행정구역) 주민 2만2천여명에게 항공기 이·착륙 소음 피해 배상으로 301억 9천800만엔 (약 2억6천700만달러)를 일본 정부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 NHK 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지난해 비슷한 문제로 가나가와현에서 82억엔(약 7천200만달러) 배상 결정이 나왔던 것 보다 훨씬 높은, 미군기지 주변 환경피해 소송 사상 역대 최고액 판결을 기록하게 됐다고 일제히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역대 최고액 피해 배상이라는 것 말고도, 현지 법원이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오늘 판결과 관련, “1965년부터 기지 주변 소음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존재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해왔다”면서 “이번 판결은 늦게나마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의미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1965년부터 50년 이상 끌어왔던 문제군요?

기자) 맞습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기지는 미 제5공군 제18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미 태평양 공군 산하 최대 시설인데요.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한 1945년 무렵에 조성된 이 기지는 한국전쟁 때부터 미군의 아시아· 태평양 거점 시설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원산상륙작전에 투입된 미 공군 B-29 폭격기가 공습을 위해 뜨고 내렸던 곳이 바로 가데나 기지인데요. 규모가 큰 만큼, 미 공군과 해병대 항공단, 육군 항공사령부 소속 비행기 이· 착륙 횟수가 많아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꾸준하게 주장해왔습니다. 1965년 소수의 인근 주민들이 관할 관청에 처음 민원을 넣기 시작한 뒤, 지난 1982년 첫 소송이 제기돼서 그 동안 두 차례 배상 판결이 나왔는데요. 이번에 역대 최고액으로 세번째 배상이 결정된 겁니다.

진행자) 두번이나 배상을 했는데, 역대 최고액수를 또 배상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지난 두 차례 배상이 소음 피해에 대한 단순한 위로금 성격이었다면, 오늘(23일) 나온 새로운 판결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피해를 메울 수 있는 조치가 될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 참가한 가데나 기지 주변 주민들은 청각이상과 만성 불면증을 비롯한 건강 이상에 관한 의학 자료와 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항공기 소음이 원인인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비용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건데요. 법원은 주민들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배상금 지급 말고도, 주민들이 요구했던 게 있다고요?

기자) 네. 가데나 기지 주변 주민들은 이번 소송에서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는 미군 항공기가 뜨고 내리지 못하게 해달라고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서, “미군기의 운항 권한은 미군에 속해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선 제한할 수 없다”는 피고 측,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했습니다.

진행자) 오키나와 주민들은 현지 미군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현은 국토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 시설의 74% 이상이 몰려있는데요. 많은 시설이 집중돼있다보니, 지역사회의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 말고도, 최근 미군 장병이나 군속에 의한 범죄 사례가 잇따르면서, 미군 기지 폐쇄와 주둔 병력의 전면적인 철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군 당국과의 합의로 인근 후텐마 미군 비행장을 가까운 헤노코 해안에 새로 지어 옮기기로 하고 지난 6일 기초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주민들은 이에 대한 반대 집회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오키나와 현 지사가 지난 13일 해안 매립공사 승인을 취소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맞서 공사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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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러시아가 쿠릴열도에 사단급 병력을 배치한다고요?

기자) 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어제(22일), 연방의회 하원 격인 국가두마에 출석해 국경방어 계획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는데요. 극동지역 섬 방위와 관련, 쿠릴열도를 포함한 “우리 섬들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면서 연내에 사단 규모 병력을 쿠릴열도 남쪽 4개섬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현지에는 러시아군 병력 3천 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는데요, 러시아 극동군 1개 사단 병력은 최소한 5천명 이상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 지역 병력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연내 사단급 병력 증강 배치 계획을 밝힌 쿠릴열도 일대(오른쪽 아래 작은 상자 안).

진행자) 해당지역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릴열도는 러시아 극동부의 캄차카 반도와 일본 북쪽 홋카이도 사이에 줄지어 있는 섬들인데요.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섬들 가운데 지리적으로 자국에 가까운 4곳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총리 2차 집권 이후 일본 정부는 ‘북방영토 반환’을 외무성이 주관하는 최고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러시아 땅이지만, 일본이 계속 돌려달라고 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도를 보시면요, 이 섬들은 캄차카 반도와는 한참 떨어져있지만 일본 쪽에는 거의 붙어있어서, 지리적 환경으로만 보면 일본이 쉽사리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이런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지속적으로 내세워왔지만, 러시아는 이곳에 주민 이주사업을 계속 진행해와서, 이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들이 지금은 1만7천여명에 이릅니다. 최근에는 일본정부가 이곳이 반환되면 러시아 출신 주민들의 자치구를 선포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연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이 문제에 대해서 양국 정상이 타협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 내놓은 초·중등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 초안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다케시마(독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는 일본 고유영토”라고 명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쿠릴열도에 러시아가 병력을 새로 배치하는데 대해서 일본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신규 병력 배치 계획이 알려진 당일, 고쓰키 도요히사 러시아 주재 일본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입장과 맞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와 별도로,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러시아 당국에 항의했는데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오늘(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방 4개 섬은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우리나라의 입장과 상반돼 유감이라는 취지로 (러시아 측에)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히고, “이번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러시아 측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가 장관은 이어, 다음달로 예정된 일본-러시아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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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국 국방부가 미국 항공모함의 남중국해 활동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군요.

기자) 네. 미 해군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지난주 토요일(18일)부터 ‘항행의 자유’ 작전 수행을 위해 남중국해 일대에 진입해 활동하고 있는데 대해, 중국 국방부가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런궈창 국방부 대변인은 목요일 (23일) 월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의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 정부는 '칼빈슨'함의 현지 활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모든 나라의 항행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해군은 칼빈슨함의 활동이 정기적인 작전 수행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그와 관련해 런궈창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역내 국가들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우려를 존중해주고, 또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역내 국가들의 노력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런궈창 대변인은 그러면서 “현재 남중국해 주변은 전반적으로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런궈창 대변인은 또 한편, 양국의 좋은 군사관계는 두 나라의 이익은 물론이고, 역내와 전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두 나라가 서로 오판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 항공모함의 ‘항행의 자유’ 작전이란 뭔가요?

기자) 중국 대륙 남쪽과 베트남 서쪽 해안, 그리고 필리핀, 타이완 등 섬나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중국이 꾸준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웃나라들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중국해 일대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 함정이 남중국해를 통과함으로써,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것이 ‘항행의 자유’ 작전인데요. 미군 당국은 이번에 ‘칼빈슨’ 항공모함이, 중국이 만들어놓은 인공섬들의 12해리 안쪽까지 가까이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에 군사시설 구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건설중인 미사일 발사기지가 완공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있는 인공섬에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구조물 24개를 거의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첫 중국산 항공모함도 남중국해에 배치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화요일(21일) 관영 CCTV를 통해, 자체기술로 만드는 첫 항공모함인 ‘산둥’함 건조 현장을 공개했는데요. 올해 안에 진수식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관영 인민일보는 ‘산둥’함 운용 계획을 소개하면서, “복잡한 남중국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해군의 새 항공모함 기지를 남부로 확정했다”고 이달초 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국무부가 목요일(23일) 애나 리치-앨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놨는데요. 국무부는 이 성명을 통해 중국 측에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 활동과 군사기지화를 향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