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봄 소식이 들리는군요.
기자) 꽃피는 춘삼월이라는 말처럼, 기온이 많이 올랐습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찬 기운이 많지만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일요일 낮까지는 한국 곳곳이 영상 10도를 웃도는 포근한 기운이 가득하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오늘도 서울의 아침은 0도에 가까웠는데 낮 기온은 10도 가까이 올랐고, 부산은 13도까지 올라가 춘삼월 봄을 느끼게 했습니다.
진행자) 개구리도 이미 산란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기자) 개구리가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이 일요일(5일) 인데 따뜻해진 기온에 잠을 깬 부지런한 개구리 소식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의 봄을 전하는 한 통신사의 소식에 보라색 난 꽃 위에 살포시 앉은 청개구리의 모습이 성큼 다가온 한국의 봄을 느끼게 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한국의 반가운 봄 기운 소식을 들어봤는데 이번에는 무거운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요. 중국 여행업계에 한국 관광금지령이 내려졌고, 한국 관광업계가 지금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드 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이 현실이 됐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의 홈페이지 해킹 사건 보도가 나올 때 만해도 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강하게 의심된다는 수준이었는데, 중국 내 한국 제품불매운동 분위기와 각종 수입통관 절차에 제재가 확인되고 있고, 또 오는 15일 이후 중국인들의 여행사를 통한 한국여행 금지령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드 배치 추진 이후 흔들리고 있는 한-중 우호관계가 더욱 확실해진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한국 관광업계가 일단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어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3시간가량 멈춰서면서 입은 손실을 5억원(약 43만달러)으로 보고 있는데, 중국의 방한금지령으로 인한 전체 한국 관광업계의 피해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 취소와 추가 예약이 없어질 여행사의 문제로부터 시작해 항공사, 숙박업계, 면세점과 유통업계의 매출 급락은 막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90%정도가 중국인인데요. 중국 주요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주관광상품의 판매가 막히면 제주도 경제 자체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장쑤성의 한 여행사에서는 서울의 롯데월드 등 롯데관련 관광시설을 가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저장성에서는 이미 제주여행상품 문의가 끊어졌다고 전했는데요. 오늘은 중국 국가여유국에서 여행사 회의를 소집해 방한관광객 중단 정책 설명회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주시와 관광업계 등이 비상 대책회의가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 2015년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223만7천명이었습니다. 한국 전체로 보면 외국인 관광객의 60~70%가 중국관광객이고, 2년전 메르스로 인해 외국인관광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가 가장 공을 들였던 시장이 중국이었고, 서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시내면세점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 쪽의 반응도 강하게 나오고 있군요.
기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외교부장관과 경제부총리가 관련 적절한 조치에 관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중국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중국 내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국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을 살피라고 당부해 이례적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진행자)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지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 상황 같군요.
기자) 중국의 보복조치가 한 기업이나 관광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오늘 사드 배치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측의 조치를 예의주시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럽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들어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의 보복조치가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 밝히면서 ‘한국 정부의 분명하고 당당한 입장을 전달 할 것이다’라고 밝혔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정부의 구두지시가 확인되면 입장을 표명할 것이고 대응할 것이 있으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까지 한국 외교부는 ‘한국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사실관계 파악을 하고 있다는 수준의 대응을 밝혔는데, 한국 언론에서는 관련 문건이 확인되지 않고 중국 정부가 부인한다면 한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었스니다.
진행자) 오늘 중국 외교부의 발표도 지금까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군요.
기자)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내 반사드 운동이나 폭력운동은 절대 존재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은 민중의 호소에 기울이고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치권은 중국 정부에 대해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행위’ ‘도를 넘고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을 주위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중 밀집 지역이나 유흥업소 출입을 가급적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남해안의 ‘바다모래’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는데, 어떤 이야기일까요?
기자) 바다 모래가 필요한 건설업계와 바다 모래가 없어져 생존이 어렵다는 어민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 ‘모래전쟁’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모래를 마구 퍼가서 바다 동식물의 산란지가 파괴되고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어민들은 해상시위를 나섰고, 바다모레가 주 원료인 시멘트레미콘 업체와 건설현장은 2~3배 비싸진 모래값에도 부족한 모래상황에 도산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정부에 호소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중재가 잘 안됐나 보군요.
기자) 중재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래 채취량을 줄이는 임시 조치를 했지만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있는 중재가 아니어서 갈등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모래전쟁이 일어난 곳은 한국 남해바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지역인데요. 지난 2008년 정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작된 모래채취가 민간건설용으로 확대되면서 그 양이 4배로 늘어났고, 지난 9년간 대형트럭 360만대 분량의 총 6217만 9000㎥ 바다모래가 전국의 건설현장을 실려나갔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1167만1000㎥의 모래가 채취됐습니다.
진행자) 어민들의 고충도 많았겠네요.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데 바다 속 동식물의 서식 환경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기자) 어민들의 주장은 지난해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44년만에 처음으로 100만톤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215년과 2016년 사이에 40%가 떨어진 어획량이 바로 모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양쪽의 대책 요구를 받은 한국 정부가 연간 650만㎥의 모래채취만 허용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아 갈등이 사그라 들지 않고 있습니다. 650만㎥는 15톤 트럭 42만대 분량입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