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대량살상무기’

미군과 한국군 병력이 함께 지난달 경기도 포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탐색하고 파괴하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두 명의 여성 용의자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수사 결과, 김정남의 사인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화학무기 VX 때문이며, 여기에 북한 정권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 대량살상무기(WMD)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대량살상무기란 무엇인가”

대량살상무기란 많은 수의 사람을 한꺼번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큰 위력을 갖춘 무기를 말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끝낸 원자폭탄의 등장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념을 바꿨는데요. 최근에는 과거처럼 전면전이 아니라 테러와 같은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전쟁 형태가 바뀌면서, 적은 비용으로 큰 인명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생화학무기는 특히 사용 범위와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데요. 폭탄은 눈에 보이지만 생화학무기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살지 않는 한, 미리 대처할 방법은 사실상 없어서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의 종류”

일반적으로 대량살상무기는 생물 무기, 화학 무기, 핵 무기, 방사능 무기 등 네 가지 종류를 가리키는데요.

화학 무기는 모든 독가스와 독약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질식가스, 혈액가스, 신경계와 호흡기를 마비시키는 신경가스 등이 있는데요.

특히 신경가스는 1m3의 공간에 극소량인 100g 정도만 살포해도 15분 안에 95%가 사망에 이르는데요. 색이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아서 탐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데다, 피부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방독면이나 방독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막아낼 수 없습니다

생물무기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외에 생물이 갖고 있는 독액이나 독성물질이 사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박테리아로는 티푸스균, 콜레라균, 페스트균이나 사망률 90%의 탄저균, 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누스균 등이 있고, 바이러스균은 인플루엔자나 천연두, 또는 뱀의 독도 독성무기로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무기 역시 대량제조가 쉽고, 식별이 어려우며, 잠복기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전 발견이나 사후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면역제에 내성을 가진 균을 만들기 때문에 예방도 어려운 치명적이고 비인도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 무기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중성자탄입니다. 중성자탄은 대량의 중성자와 감마선을 발생시키는 무기인데요. 인간을 방사선으로 사상시키는 무기로 폭풍이나 열선을 사용하지 않는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성자탄은 핵폭탄과는 달리 건물이나 시설물을 파괴하지 않고 인명피해만 발생시키기 때문에 방어하기 어려운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화학 무기 같은 경우 제약 공장이나 맥주 공장 등과 같은 시설에서도 은밀하게 제조가 가능하고 대량 생산이 쉬우며, 제조 비용이 저렴해서 ‘가난한 자의 원자폭탄’이라는 악명이 붙을 정도인데요. 핵폭탄 제조 비용의 100분의 1 수준이지만 위력은 같은 무게를 가진 핵무기의 400배가 넘습니다.]

“대량살상무기는 어떻게 사용돼 왔나”

현대적 의미의 화학 무기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제 1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으로 벨기에 국경의 이프리스 전투에서 염소가스를 사용해 영국군 5천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질식가스와 수포가스 등으로 소련군과 영국군에 1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731부대를 중심으로 포로를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이 이뤄진 사례도 있었는데요. 이후 1980년대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과 라오스 캄보디아에 황우와 곰팡이 세균을 살포해 수천명이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또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이란군 5만여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전쟁에서의 사용 못지않게 테러 공격에 생화학무기가 사용되는 사례가 빈번한데요. 1995년 일본의 옴 진리교에 의해 도쿄 지하철역에 살포된 사린 가스로 12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개발을 통한 대량살상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많은 양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한국 군은 북한이 약 2천500~5천t 규모의 화학 무기를 전국에 분산해 보관하고 있다고 보고요, 탄저균과 황우 독소 등을 포함한 최소 13종 이상의 균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녹취 : VOA NEWS]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의 사망에 대한 VOA 보도 내용 들어보셨는데요. 이처럼 김정남의 사망에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VX가스가 이용됐는데, 북한이 이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이라크, 시리아, 북한 등이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거나 보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리비아나 인도, 이집트, 이스라엘, 베트남, 파키스탄 등 15개 이상의 국가들도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

국제사회는 이런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영어 약자로 PSI를 발족하게 됩니다. PSI는 쉽게 말해 대량살상무기나 무기 관련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을 통해 확산을 막고자 하는 국제 협력체제인데요.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이래 100여개 나라가 넘게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나 비행기가 이동하는 것을 PSI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차단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해상에서는 범죄행위가 없는 한 선박을 멈추거나 검색할 수 없다는 국제법과 충돌한다는 점과, 이를 근거로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세계 각 국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를 일정기간 내에 완전히 폐기하고, 평화적 연구 목적을 제외한 화학무기의 사용과 개발, 생산, 보유, 이전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1997년 공식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협약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기구로 회원국들에 대한 강제사찰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시리아, 한국 등 189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화학무기 감축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 2013년 노벨평화상 발표]

하지만 북한같은 비회원국의 경우 화학무기 생산시설을 신고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없고, 기구 측에서도 실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