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혈통론’을 강조하는 것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이복형제들을 제거할 때 내세운 ‘곁가지론’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의 태 전 공사 단독 인터뷰 두 번째 순서,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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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13일 `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 사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김정남 씨를 암살해 이득을 볼 집단이나 사람은 김 위원장 밖에 없지 않느냐고 태 전 공사는 반문했습니다.
김정남 씨는 김 위원장에게 심리적 불안요소로 작용해 왔는데 이 같은 불안감은 북한 사회에 존재하는 ‘장자우선 원칙’에 따라 적자혈통인 김정남 씨를 견제하려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 장악 과정에서 이복동생들을 쳐내는 핑계가 됐던 ‘곁가지론’- 곁가지들은 혁명전통을 이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감추게 됐다고 태 전 공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그런데 지금 와서 김정은이 보니까 ‘곁가지론’에 따르면 자기가 곁가지예요. 김정남이 맏아들이니까 기본가지고. 제가(김정은) 처리돼야 하고. 그러니까 최근에 북한에선 ‘곁가지론’은 없어지고 ‘백두혈통론’이 나왔습니다. 김정은 대에 와서.”
태 전 공사는 또 김정남 암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주재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은 것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북한을 음해하기 위해 외부 세력과 결탁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다가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기피인물로 지정된 뒤 추방되는 추태를 부렸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 외교관치고 자기 생각을 그렇게 언론에 나가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강철 대사가 한 말은 곧 김정은이 말과 같아요. 이걸 말레이시아가 사과하라고 했으니 결국 이것은 뭐냐 김정은이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나 같아요. ”
태 전 공사는 최근 북한 주민들이 한 달 노임으로 하루도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주민들은 국영 기업과 공장의 재산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장마당에서 내 물건을 팔지 않으면 내 가족이 굶어 죽는다는 자기중심적 의식이 퍼져 나가면서 북한체제는 결국 장마당의 확대 때문에 붕괴될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내다봤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자기생존을 국가와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점점 ‘내 생존은 내가 지킨다’, 이런 자기중심의 의식으로 지금 북한 사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 과정이 계속되면 어느 한 순간에 북한 주민들은 ‘어, 나의 경제적 권리뿐만 아니라 정치적 권리도 찾아야 되겠다’는 길로 꼭 가게 될 것입니다.”
태 전 공사는 유럽에서 근무할 당시 `VOA' 한국어 방송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거의 매일 검색해서 잘 안다고 말하고, 북한 외무성은 `VOA'와 일본 `NHK' 방송 등을 통해 세계 뉴스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다며 두 가지 내용을 거론했습니다.
먼저 수령이 신격화 돼 있는 북한사회에 김 위원장과 김 씨 가문이 비인간적이고, 사악하고, 부패한 가문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어떤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방송과 전단, 그리고 최신 기술을 동원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끝으로 김정은 정권에게 미래는 없다고 진단하고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과 자각으로 ‘70년 노예 처지’에서 벗어날 때라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 주민들의 현 생활을 개선해 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현 북한체제를 뒤집어 엎고 자기 삶을 개선하는 길만이 그들의 앞으로의 미래, 자식들에게 노예의 삶을 넘겨주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
어제부터 두 차례로 나눠 보내 드린 태영호 전 공사와의 인터뷰는 이 것으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