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미국 우선주의’ 예산안 발표...법원, 새 이민 행정명령도 제동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 국장이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목요일(16일) 2018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공개했습니다. 국방비는 대폭 늘리는 대신 다른 부처의 예산은 줄이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예산안’인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이 또다시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와이 연방 법원 판사가 수정된 행정명령마저 시행을 가로막은 건데요. 이 소식 알아보고요. 하원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대해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힌 소식 마지막으로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백악관이 2018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공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 목요일(16일) 공개됐습니다. ‘미국 우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예산 청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번 예산안은 국방 지출은 상당 규모 늘리는 대신 해외 원조나 환경 규제 등을 책임지는 부처의 예산은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의회를 통과해서 그대로 예산이 집행된다면 미국의 정책 방향이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는 급격히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당시부터 표방해온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안,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 국장은 수요일(15일) 예산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예산안은 군사력으로 대표되는 하드파워를 강화하는 예산안으로 문화지원이나 대외정책을 아우르는 소프트파워에 대한 예산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19개 정부 부처와 기관 가운데 국방부, 국토안보부, 보훈부를 제외한 모든 부처와 기관의 예산이 삭감됐습니다.

진행자) 국방예산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예고했던 바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방예산은 기존 예산보다 거의 10%, 즉 540억 달러 늘어나면서 약 6천억 달러로 확대됩니다. 국토안보부 예산도 약 7% 증액되는데요. 이 가운데 26억 달러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죠. 앞서 멕시코에 건설 비용을 부담하게 하겠다고 했다가 멕시코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우선 연방정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전 회기 추가예산이 이미 장벽 건설에 15억 달러를 책정했기 때문에 장벽 건설 예산은 총 41억 달러가 되는 겁니다. 이는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했던 정부 지원보다는 많지만, 국토안보부가 예상하는 건설비용 220억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진행자) 반대로 예산이 삭감되는 부처는 어딘가요?

기자) 네, 우선 환경보호청 예산이 31% 삭감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요. 멀버니 국장은 예산이 줄어도 핵심 기능에는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예산안이 실행에 들어간다면 3천 명 이상이 감원되고, 수십 개의 환경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9천 명에 달하는 환경보호청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 측은 예산 삭감 규모는 환경보호청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정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예산안은 국무부의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무부 예산이 약 29%, 100억 달러 정도 삭감되는데요. 해외 원조나 기후변화 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국무부 예산을 더 많이 삭감할 계획이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에 반대하면서 삭감 폭이 줄었는데요. 해외 원조 기금은 대폭 삭감되지만, 이스라엘 지원금 30억 달러는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국무부 외에도 농무부와 노동부, 보건후생부 등의 예산이 대폭 깎였고요. 문화예술계 지원도 대폭 줄어들면서 미 전역 1천500개에 달하는 공영 라디오와 TV에 대한 자금 지원도 삭감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예산안이 연방정부의 총예산은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약 4조 달러에 달하는 총예산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과 관련한 1조 달러 규모의 예산안인데요. 여기엔 세금이나 수입 예상치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있고요. 또 사회보장제도나 노년층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어, 저소득층 의료지원제도인 메디케이드 등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백악관은 최종 예산안을 5월 초순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통령이 예산안을 냈다고 해서 바로 정부의 예산이 되는 건 아니죠? 대통령은 제안만 할 뿐 예산을 직접 짜는 곳은 의회인데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60표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요. 공화당 의석은 52석에 불과합니다. 거기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의 다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화당 의원들 역시 모두 예산안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보니 의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원 예산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출신 존 야무스 의원은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삭감하려는 예산은 미국의 경제와 교육, 환경, 해외원조, 기간산업에 근간이 되는 것들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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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수정된 이민 관련 행정명령이 목요일(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요. 법원 명령으로 시행이 힘들게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와이 연방 지방법원의 데릭 왓슨 판사가 수요일(15일) 일시 시행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왓슨 판사는 국가 안보를 위해 행정명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부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수정된 행정명령 역시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어긋난다고 말했는데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한 발언을 들면서, 행정명령에 종교적 반감이 깔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모든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런 발언을 얘기하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2015년 말에 프랑스 파리와 미국 샌버나디노에서 일어난 테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테러를 막기 위해 철저한 입국 심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발언 강도를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지난 1월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무슬림 입국 금지’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고 말했는데요. 하와이 법원 판사가 이런 발언들을 지적한 겁니다.

진행자) 이민 관련 행정명령은 이란과 시리아, 예멘 등 6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들 나라는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여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는 인구는 전체 무슬림 인구의 약 1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종교적 차별이란 점이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원 명령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이 사법권이 도를 넘은 경우”라며 반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 order was tailored…”

기자) 새 행정명령은 항소법원의 명령에 따라서 수정된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는데요. 사실 항소법원의 명령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처음부터 법원이 행정명령 시행을 가로막지 말았어야 했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또 대통령에게는 국가에 해가 된다고 생각할 때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면서 법률 조항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고요. 이번 법원 명령은 미국을 약하게 보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하와이 주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이민 관련 행정명령이 종교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판사가 이런 하와이 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와이 주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하와이 관광사업과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덕 친 하와이 주 법무장관은 아무리 소수라도 주민들이 피해 받는 일이 없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덕 친 하와이 주 법무장관] “Any discrimination…”

기자) 헌법이나 법에 어긋나는 어떤 차별 행위, 또 하와이 주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게 된다면 이에 맞서 싸우겠다고 친 하와이 주 법무장관은 말했는데요. 차별이나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또 이번 법원 명령은 행정부 조처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소송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죠?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필요한 데까지 가겠다”면서 대법원까지 가져갈 뜻을 밝혔습니다. 기존 행정명령에 시행 정지 명령을 내렸던 제9 순회 항소법원에서 하와이 소송 역시 다루게 됩니다.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주는 하와이 주뿐만이 아닌데요. 수요일(15일) 동북부 메릴랜드 주와 서북부 워싱턴 주에서도 관련 심리가 있었는데요. 메릴랜드 연방 법원 역시 목요일(16일) 시행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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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에 이전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를 도청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는데요. 의회에서 매우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데빈 누네스 의원이 수요일(15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동안 들은 얘기로 미뤄볼 때, 사실상 트럼프 타워 도청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누네스 의원은 말했습니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 건물은 트럼프 선거운동본부가 있던 곳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사택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진행자) 누네스 의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을 반박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누네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이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누네스 의원이 이끌고 있는 하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 관계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트럼프 타워 도청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해 왔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요일(15일) 기자회견 자리에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도 함께했는데요. 쉬프 의원 역시, 도청 증거가 없다며 하지만 여전히 법무부의 답변을 듣고 싶다면서, 오는 월요일(20일)까지 증거가 있다면 제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필요하다면 강제 소환 절차까지 밟겠다는 겁니다. 하원 정보위는 원래 지난 월요일(13일)까지 증거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지만, 법무부가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이 여러 방식을 포함한다면서, 앞서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15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2주 동안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 의혹을 제기한 이후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에 트럼프 타워가 도청됐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가리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는데요. 하지만 어떤 근거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편, 상원 정보위원회 역시 목요일(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을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비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다음 주에 하원 정보위에서 공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죠?

기자) 맞습니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코미 국장은 수요일(15일) 상원 법사위원회 주요 의원들에게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현황을 설명했는데요. 비공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의원들은 지극히 민감한 기밀을 다뤘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