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탈북민 잇단 체포…“승차권 실명제, 사드 불만 가능성"

중국 광둥성 선전 기차역에서 경찰이 플랫폼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탈북민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실시된 대중교통 승차권 실명제에 따른 것이란 분석과,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허용한 한국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출발해 허베이성으로 이동하던 탈북민 7명과 중국인 브로커 1명이 중국 공안의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개인 승합차량으로 이동하다 공안 초소에서 붙잡혔고 현재 선양 공안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북한에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보다 앞선 지난 8일 한국선교단체의 도움을 받던 탈북민 3명이 개인 승용차를 빌려 라오스 국경 지역 근처에 갔다가 중국 공안의 불심검문으로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얼마 전 모든 지역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승차권을 구입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는 이른바 승차권 실명제를 도입해 이 때문에 탈북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탈북민들도 대중교통인 버스 대신 빌린 승합차나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하다가 붙잡혔습니다.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소수민족 문제와 불법입국자 문제로 중국 당국의 검문이 국경 일대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전역에서 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 베드로 대표 / 북한정의연대] “3월1일부터 모든 버스 정류장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승차권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이것을 갑자기 2주 앞당겨서 2월 중순부터 실시했어요. 그래서 이를 모르고 버스로 이동하다가 체포되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고 아마 중국 공안이 이렇게 검문을 강화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봅니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엔 톈진시 한 모텔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탈북민 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열흘 사이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힌 탈북민이 알려진 것만도 14명에 이릅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지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톈진 시에서 붙잡힌 4명은 지난달 중순 중국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힌 한국인 선교사 2명의 도움을 받았던 탈북민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두 명의 선교사는 현재 랴오닝성 간수소에 구금돼 기소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1월 말부터 약 한 달 간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해온 한국인 선교사 30여 명을 추방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한국인 선교사들을 갑자기 대대적으로 추방한 데 대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가 자국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는데도 이를 허용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탈북민지원단체 관계자는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대중교통 승차권 실명제로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이 제도가 탈북민만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건 아닌 만큼 앞으로 탈북민들은 이동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