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미국 중서부 시카고의 한인단체가 탈북자들에게 한국역사를 가르치면서, 미국 정착에 필요한 정보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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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에 위치한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한국식 전통문양이 곱게 새겨진 정자가 문화회관 한 켠에 세워져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끕니다.
비영리재단인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은 1년 내내 지역 한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을 제공해 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입니다.
지난 10일 저녁에도 한인문화회관의 교실에 30여 명의 한인들이 모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조촐한 행사에 12명의 탈북자가 참가했습니다.
시카고 지역 한인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좌의 첫 시간이었습니다.
3월부터 5월 초까지 진행되는 이 강좌의 주 목적은 탈북자들에게 올바른 한반도 역사를 교육하는 것입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윤영식 회장은 `VOA'에 지역 한인들과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의 후원 아래 의미 있는 강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영식 회장] “탈북 동포들하고 대화를 해봤어요. 하다 보니까 우선 젊은 학생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한국 역사를 좀 알긴 아는데, 제가 놀랐어요. 한일 합방 후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김일성이 해방시켰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바르게 해야겠다. 그래서 총영사님과 이야기 했더니 적극 후원해주시겠다고..”
윤 회장은 시카고 지역 내 탈북자 수가 최근 부쩍 늘어 30여명에 이른다며 미국 내 탈북자들의 정체성과 역사 의식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강좌를 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한국의 이종국 시카고 총영사는 축하 인사말을 통해 한국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이 총영사는 올바른 역사 인식은 미국 시민으로 정치적인 권리를 행사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종국 총영사] “대한민국도 민주주의고 미국도,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민주주의가 뭔지. 진짜 민주주의는 어디 있는 것인가. (올바른 인식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이 앞으로 시민으로 건전한 정치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총영사는 특별히 미국 내 탈북자들은 한국 내 탈북자정착기관인 하나원 같은 시설을 거치지 않는 만큼 한인사회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강좌에 의미를 뒀습니다.
탈북자 대상 강좌 첫 날인 지난 10일에는 10주 간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5명의 강사진과 수업 내용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됐습니다.
강사진은 은퇴한 한인 학자와 교계지도자, 사회복지사 등으로구성됐는데요, 한국의 근현대사 강좌를 맡은 70대 역사학자인 함성택 박사는 파킨슨 씨 병으로 불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단에 섰습니다.
함성택 박사는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당시 민권운동가였던 함석헌의 조카로 미국 내 한미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인물인데요, 함 박사는 `VOA'에 역사교육은 진실을 알아가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함성택 박사] “우리 뿌리가 한국이라고 그걸 알아야 하고, 역사는 진실인데 이걸 잘못 알아서 교육을 잘못 배웠으면 역사를 배운 게 아니라고, 진실성을 찾아야 한다고. 과거를 알아야 다음에 실수를 만들지 않고 장래를 만들 수 있다고, 역사를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실수를 만드는 이유가 거기 있다. 한국역사를 알려줌으로 희망도 가질 수 있고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해요.”
이번 강좌의 역사 부문은 한국 내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보내온 교재인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를 토대로 이뤄지는데요. 강사진이 4권짜리 교재를 간추려 수업자료로 사용합니다.
이번 강좌의 또다른 목적은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미국 정착을 돕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필요한 ‘크레디트 쌓기’, 즉 신용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미국에서 어떻게 하면 신용을 좋게 유지하는지 등 정보를 제공합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김병철 수석부회장은 탈북자들의 인식을 사전 조사해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부회장은 특별히 이번 강좌는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김병철 부회장] “해보니까 제일 중요한 게 신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하니까 도와주고 그러면 지속적으로 안되고, 정착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하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시카고 한인사회에 참여하고, 나아가서는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것..”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탈북자들이 만나 친목을 쌓고 한인사회와도 신뢰가 두터워지기를 희망한다는 말입니다.
김 수석부회장은 긴 안목을 갖고 이번 강좌를 시작했다며 한인사회의 관심과 탈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습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 탈북자들은 자영업을 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한 탈북자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날 모인 탈북자들도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건축업을 하는 50대 탈북 남성, 꽃가게를 운영하는 30대 탈북 여성, 그리고 한인교회에서 일하는 50대 탈북 남성과 가족 등이 참석했습니다.
탈북자들은 미국 정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크레디트 쌓기에 관심을 나타내는 한편 역사교육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30대 탈북 여성은 남북한 역사를 제대로 배워서 균형 있는 역사 의식을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입국한 고등학교 11학년 김해미 양은 북한의 김 씨 일가에 대한 북한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미국에 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해미] “고향에서는 단군, 조선 역사랑 일제 강점시기 때까지 배웠고요, 여기 오니까 우리 고향에서 가르치는 역사와 많이 다르고 틀리는 것도 많다고 하고요, 근데 분명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가문 그리고 그 후 일들을 모두 가장이고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 전에 이 조선시대 고구려시대 그 때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해미 양은 역사강좌를 통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카고 지역 탈북자들의 올바른 역사 지식과 의식, 미국 정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탈북자 대상 강좌’는 매주 토요일 열립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