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일본과 한국, 중국 세 나라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인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협상 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셈법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Let me be very clear. The policy of strategic patience has ended”
“아주 분명하게 밝힙니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3국 순방 중 언급한 북한 관련 발언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20년 간 노력하며 13 억 달러를 제공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돌아온 것은 미국과 동맹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뿐이며,지금은 대화보다 압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북한이 아주 나쁘게 행동하고 있고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며 매우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대북정책이 훨씬 강경할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더 이상 미국을 기만하는 협상은 거부하는 대신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전방위적인 제재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우선 이례적으로 군사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개리에 밝힌 점이 주목됩니다.
틸러슨 장관은”군사적 충돌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이 만일 한국 군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적절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But obviously, if North Korea takes actions that threatens the South Korean forces or our won forces…”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이 우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는 수준까지 고조된다면 군사적 행동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해 처음으로 예방적 선제공격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과거 미 행정부들도 군사적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들을 공격하는 상황을 전제해 응징 차원에서 경고한 것들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미 전문가들은 선제공격 등 무력 충돌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전에 중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경고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틸러슨 장관도 그런 군사적 행동까지 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많은 조치들이 있다면서 협상 보다 제재와 압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That pathway can only be achieved by denuclearizing, giving up thei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협상은 북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할 때만이 성취될 수 있고, 그런 뒤에야 북한과 대화에 관여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겁니다.
특히 미국 내 일각에서 주장해 온 북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역시 “시기상조”라고 말해 지금은 대화의 때가 아닌 압박을 강화할 때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16일 ‘CNN” 방송에, “우리는 6자회담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며 그런 협상은 이미 다 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그 대안으로 새롭고 포괄적인 외교, 안보, 경제적 조치를 모색할 것이라며 모든 조치를 다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준이 최대 수준이 아니라고 말해 제재 강도를 더 높일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찬성했던 안보리 제재들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다만 18일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을 압박하는 표현을 삼갔습니다. 대신 한반도 정세가 위험한 수준이고 북한 정권의 진로 변경이 긴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음달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해 서로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지난주 백악관 관리들은 미 매체들에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를 위한 영향력 행사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미사일 방어망과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경고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해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취임 후 처음 이뤄진 틸러슨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트럼부 행정부가 당분간 북한과 대화나 협상 없이 제재 수위를 높이고, 중국과 북한의 우방들을 압박하며 강경 기류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