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층 내부에서 매우 강한 불안감을 느껴 끊임 없이 원로 간부들을 숙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태 전 공사의 홍콩 시사주간지 인터뷰 내용,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홍콩에서 발간되는 시사주간지 ‘아주주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에 믿을 수 있는 친척이나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친구 등이 없어 매우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자신도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했지만 2009년 초까지 김 위원장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끊임 없이 원로 간부들을 숙청하고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이복형인 김정남까지 암살한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비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와 함께 북한 엘리트 계층 사이에서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 간부들 모두 그만큼 기회주의자들이라는 평가입니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북한은 중국이 절대로 김정은 정권을 버릴 수 없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완충지대로서 북한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정세분석에 따라 북한은 중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끊임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내다봤습니다.
그 배후에는 중국이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을 더 원하고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고 태 전 공사는 덧붙였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이 핵무기 연구를 했지만 당시에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것이었고 김정은체제에서는 공개적으로 핵무기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미국과 한국,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김 씨 일가의 장기집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태 전 공사는 또 지구상에서 공포통치를 일삼는 독재정권은 지속할 수 없다고 말하고 북한 주민들의 무장혁명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색출해 북한으로 강제송환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은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보내져 가혹한 인권 탄압을 받게 된다고 태 전 공사는 우려했습니다.
홍콩의 시사주간 ‘아주주간’은 최근 태 전 공사와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을 19일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