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 연방 하원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인터넷 사생활 보호 규정을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첫 소식으로 알아보고요. 주요 원전 설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 살펴봅니다. 로봇이 미국 내 일자리와 노동자의 임금 감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자세한 내용 마지막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규제 정책을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연방 의회에서도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하원이 화요일(28일)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 215표 대 반대 205표로 통과됐는데요. 소속 정당에 따라서 표가 갈렸습니다. 공화당은 찬성표를,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졌죠. 상원 역시 지난주에 같은 내용의 법안을 50 대 48로 승인했는데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으로 발효되는 건데요. 이 법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해 10월에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승인한 규정을 뒤집는 내용입니다. 당시 위원 다수가 민주당이었던 FCC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고객들의 온라인 활동 정보를 판매하기 전에 먼저 고객의 허락을 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아직 시행에 들어가기 전이어서요. 소비자들에게 당장 어떤 변화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컴캐스트나 버라이즌, 차터 등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큰 승리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고객들의 온라인 활동 정보를 어디에 파는 겁니까?
기자) 광고업체 등 다양한 사업체에 팔게 되죠.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방문하는 사이트를 토대로 광대한 자료를 모읍니다. 건강, 재정 상황, 개인의 취향 등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고객의 사생활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요. 지난해 FCC가 고객의 허락을 맡도록 하는 규정을 세웠던 겁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왜 이런 규정을 철폐하려고 한 거죠?
기자) 컴캐스트와 버라이즌 등은 FCC 규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다른 온라인 업체들은 개인정보를 판매할 때 고객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데요. 이들 온라인 업체들 역시 이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나 온라인 활동 등에 관한 정보를 제삼자에게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럼, 공화당이 이런 기업들 손을 들어준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지트 파이 신임 FCC 위원장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FCC 규정 철폐를 환영했습니다. 일부 기업에만 유리한 규정이었다는 겁니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해왔는데요. 법안 토론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FCC가 권한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규정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일이 아니라, 연방무역위원회(FTC)가 해야 할 일이란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FCC 규정을 유지하길 바랐던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생활 보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업체와 버라이즌 같은 인터넷 공급업체는 다르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구글의 사생활 보호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다른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인터넷 공급업체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가격이라든가 속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공급업체 선택권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시민단체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시민 권리 단체 ‘미래를 위한 투쟁’ 대표는 의원들이 지역구 유권자들의 편에 서지 않고, 정치 후원금을 낸 기업들 편에 섰다며 비판했는데요. 시민들의 사생활을 해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은 선거일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요.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자신의 개인 정보가 넘어가는 게 싫은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인터넷 제공업체에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절차가 복잡하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이 권하는데요. 이런 사설망을 이용하면 인터넷 제공업체들이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돈이 들고 설치가 쉽지 않다는 게 단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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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주요 원전 설비업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수요일(29일) 미국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서 재정적, 건설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고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곤란을 겪었습니다.
진행자)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신청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에 웨스팅하우스의 모회사인 일본의 도시바 사는 손실을 메우려면 60억 달러가 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도시바의 지난해 손실 규모가 원래 예상치의 세 배에 달하는 거의 1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는 겁니다. 도시바사의 주가는 지난해 말에 웨스팅하우스의 문제가 알려진 뒤 60% 이상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도시바는 이번 웨스팅하우스 파산 신청과 관련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계속하기 위해 소유주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미국과 중국, 영국 등에서 8개 발전소를 건설 중인데요. 이번 파산 신청은 미국 외 다른 지역의 웨스팅하우스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진행자)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미국 원자력 발전의 상징처럼 알려졌었는데요. 최근에 이렇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일단 기업이 경영을 잘못한 탓이 크다고 봅니다. 웨스팅하우스가 비용 초과 등을 예상하지 못하고, 발전소 건설 계약을 맺었다는 건데요. 또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지나치게 비싼 값에 샀다고 지적합니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에 54억 달러에 웨스팅하우스를 매입했는데요. 원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주고 산 겁니다. 그런가 하면 회사가 어쩌지 못하는 외적인 문제도 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줄어든 겁니다. 또 지난 2011년에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의 여파가 크다고 하는데요. 그 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원자력 발전소 수주가 줄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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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의 시각이고요. 기계화 즉 로봇의 도입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최근 한 보고서가 일자리 감소 주범으로 로봇을 지목해서 화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간 연구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로봇 도입이 미국 내 일자리와 노동자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미국 산업계에서 로봇의 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제조업으로 나타났고요. 제조업계에서 근로자 1천 명 당 한 대의 로봇이 일자리 약 6개를 감소시키고 임금을 0.75% 떨어트렸다고 합니다. 산업계 전반을 통틀었을 때의 수치는 이보다 좀 낫긴 하지만 그래도 로봇의 영향으로 미 전역에서 적지 않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보고서는 결론 내렸습니다.
진행자) 로봇과 일자리 연관성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네, 우선 이번 연구는 로봇의 도입이 인간에게 주는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수치로 매긴 최초의 연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박사와 보스턴 대학의 파스컬 레스트레포 박사 등 이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주도했는데요. 이 두 교수는 지난해에도 같은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보고서는 자동화가 진행되면 새롭고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결국엔 고용과 임금이 자동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조사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작년 결과를 보면, 과거에 부두에 기중기가 도입되면서 부두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었지만, 대신 기술자나 금융가 같은 관련 직종이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로봇이 도입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컴퓨터 정보 분석가 등 새로운 관련 직종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산업계의 실제 수치를 가지고 분석해 봤더니,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상쇄할 정도의 고용 증가가 다른 산업계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자동화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긴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견됐지만, 미국에서 ‘블루칼라’라고 하는 단순 노동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고 또 이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산업계 전반에서 결국, 일자리와 임금이 회복되더라도, 패자는 있을 수밖에 없고, 또 회복되는 데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일자리가 어느 정도 없어진 건지 수치를 좀 볼까요?
기자) 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에서 2007년 사이에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직 근로자 67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앞으로 산업용 로봇이 4배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일자리 감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성별에 따른 영향도 분석했는데요. 로봇의 도입으로 남성과 여성의 일자리가 모두 영향을 받았지만, 남성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2배 가까이 높았는데요.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 임금이 줄어도 계속 일을 하는 경향이 더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하는 쇠락한 공업 도시들에서 특히 많은 지지를 얻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보면 러스트벨트 지역이 자동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가운데 하나인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해외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역점을 두고 있죠. 하지만 연구진은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는 자동화를 막을 수 없고, 결국 일자리 감소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주 한 행사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50년에서 100년 이후에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미국 일자리 감소 원인을 로봇에서 찾고 있지만,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완전한 결론이라고는 볼 수 없겠죠?
기자) 맞습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상식이나 공감 능력을 기계가 복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철저한 분석을 통해 나온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