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들, 러시아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서 장시간 노동’

오는 2018년 월드컵이 열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월드컵경기장이 건설이 한창이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노르웨이 잡지가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노동자 한 명이 경기장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르웨이의 축구전문 잡지 ‘조시마르’는 적어도 110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제니트 아레나 경기장 건설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형 아파트 건설 건문업체인 ‘달피테르스트로지’가 지난해 8월 말 북한 노동자 60명을 경기장 건설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이들은 경기장 외관을 치장하는 공사를 맡았습니다.

곧 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호화 아파트 건설업체인 ‘스벤 선즈’가 북한 노동자 50명을 투입했고, 이들에게는 페인트 작업이 맡겨졌습니다.

잡지는 북한 노동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는 현장 감독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들이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로보트처럼 일만 했으며, 매우 불행해 보였다는 겁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경기장 옆에 울타리가 처진 제한구역 내 화물콘테이너에서 생활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이들 중 1명이 콘테이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현장 감독은 전했습니다.

이 현장 감독은 다른 북한 중개인이 자신을 찾아와 2016년 말까지 24 시간 일할 준비가 돼 있는 북한의 숙련 노동자 100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개인은 북한 노동자들의 총임금으로 600만 루블, 미화 1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이 중 7만 달러는 북한 정부로 보내고, 나머지는 자신의 회사와 노동자들이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10 달러를 지불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장 감독은 당시 더 이상 일자리가 없어 그 같은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잡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쪽으로 몇 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슈사리에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소개했습니다.

현장을 찾은 때가 토요일 오전 9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입구에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벽 뒤에서 노동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북한 노동자들이었다는 겁니다.

이 현장에 있는 임시매점의 여성 종업원은 북한 노동자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만 한다며, 매우 힘들게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잡지는 여러 국제 인도적 기구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이 같은 상황을 노예와 인질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의 최고 90%를 착취 당하고, 휴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잡지는 특히 북한 노동자들이 24시간 감시를 당하며,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