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의 시신이 북한에 인도되더라도 암살 사건의 진상은 묻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 씨의 시신이 결국 북한으로 인도되기로 결정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 다른 형인 김정남 씨의 암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31일 기자설명회에서 김정남 씨의 시신이 북한으로 인도돼 사건의 진상이 묻힐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 한국 통일부]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30일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미 공식적으로 사망자가 김정남 씨며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배후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등 국제법상의 의무를 완전히 무시하고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을 억류한 것은 국제규범 위반으로, 이를 계기로 북한 당국의 무모함이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외교적 행보는 전형적인 북한의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은 북한체제에서 ‘최고 존엄’, ‘수령’은 절대적인 신이고 이에 관한 한 어떤 타협의 여지도 없다며 김정남 씨의 시신 인도를 위해 막무가내 식으로 집행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완전히 막장 외교, 막장 드라마 같은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죠. 무조건 집행을 하고 실행을 해야 하는 거예요, 아랫사람들은. 김정남이 김정은의 이복형이고 수령이 자기 형을 암살시킨 것과 같죠. 그런 게 부각이 되고 계속 논의되니까 그걸 차단하고 김정남 시신을 데려가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북한이 외교관계에서 전형적인 고슴도치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미지 개선보다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구시대적인 찌르기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이런 범죄를 거기서 한 것 자체가 국제적인 질서에서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몇 안 남은 북한에 호의적인 국가에서 그런 것을 했기 때문에 결국 자꾸 고슴도치 전략으로만 가는 거죠.”
김준형 교수는 아울러 말레이시아 정부가 일단 자국민 보호를 위해 김정남 씨 시신을 평양으로 보냈지만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김철의 아내 리영희가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는 말레이시아 측 보도와 관련해 김정남과 관련된 인물 중 ‘리영희’란 사람은 파악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30일 김정남 씨의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고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