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 대법관 인준 '핵옵션' 발동...극우파 배넌 NSC 배제

미치 매코넬(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4일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닐 고서치 대법관 인준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상원 공화당이 목요일(6일) 닐 고서치 연방 대법관 인준안을 처리하기 위해 토론종결 기준을 바꾸는 이른바 ‘핵 선택권(nuclear option)’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살펴보고요. 이어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관련 조사를 주도해온 하원정보위원회의 데빈 누네스 위원장이 한시적으로 관련 조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 또 극우 성향의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논란이 돼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이 국가안보회의에서 배제됐다는 소식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목요일(6일) 미 연방 상원에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처리하고 있는데요. 결국 토론종결 규정이 변경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연방 상원이 고서치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른바 ‘핵 선택권’을 이용해 토론 종결에 필요한 표수를 기존 60표에서 단순과반수, 그러니까 51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원은 금요일(7일)까지 인준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계획인데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즉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하면서 결국 ‘핵 선택권’이 발동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상원에는 ‘필리버스터’라고 하원에는 없는 독특한 기능이 있습니다. 의원이 장시간 발언하는 식으로 의사 진행을 막을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인데요. 이런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토론 종결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연방 대법관 인준안의 경우, 현행 규정상 정족수의 5분의 3, 그러니까 60표가 필요하죠. 하지만 이날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한 토론 종결 투표에서 찬성 55대 반대 45로 60표를 채우지 못하자 공화당이 최후의 수단으로 알려진 ‘핵 선택권’을 꺼내든 겁니다. 현재 상원의 공화당 대 민주당 의석 비율이 52 대 48이다 보니 핵 선택권은 쉽게 통과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핵 선택권’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기자) 핵폭탄처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상원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중시하고요, 의원들이 가능한 타협을 통해서 의견을 도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원보다는 당파적인 경향이 덜한데요. 다수당이 60석 이상 장악하고 있지 않은 이상, 상대 당의 의원을 설득해서 일부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야지만 법안이나 인준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핵 선택권’을 적용해 기준을 낮춘다면, 다수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죠.

진행자) ‘핵 선택권’을 적용하는 데 대한 반발은 없었습니까?

기자) 있었습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는 수십 년 후에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양당주의’와 ‘조정’, ‘합의’ 라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세운 미국의 근간을 되돌릴 수 없도록 바꾸는 조처라는 겁니다. 앞서 공화당의 중진 의원인 존 매케인 의원도 규정을 바꾸는 데 반대했지만, 마지못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핵 선택권’을 사용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3년에 다수당이던 민주당이 ‘핵 선택권’을 이용해서 장관 등 행정부 지명자와 연방 판사 지명자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데 필요한 표를 60표에서 51표로 낮췄습니다. 당시 수십 명의 지명자들이 공화당의 반대로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인데요. 행정부와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 어쩔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핵 선택권’을 도입한 겁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관만은 예외로 했습니다. 참고로 인준안이 아닌 다른 법안에 필요한 토론 종결 의석수는 여전히 60표입니다.

진행자) 왜 연방 대법관은 예외로 한 거죠?

기자)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개인의 생활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 있어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곳이 연방 대법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수와 진보, 대법관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대법원 결정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닐 고서치 판사를 지명했는데요. 고서치 판사는 작고한 스캘리아 대법관처럼 보수적인 판사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 성향을 보이는데요. 고서치 지명자가 보수라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고서치 지명자가 백악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지명한 메릭 갈랜드 지명자를 공화당이 거부한 데 대한 반감도 있는데요. 당시 공화당은 선거해라는 이유를 들면서,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대법관 지명을 맡겨야 한다며, 인준안 처리를 가로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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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작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에 관한 조사를 진두지휘해오던 하원 정보위원회의 데빈 누네스 위원장이 관련 조사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군요?

기자) 네, 한시적으로 조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건데요. 누네스 위원장은 목요일(6일) 일부 좌익 단체들이 자신을 윤리규정 위반으로 의회윤리국(OCE) 에 고발했다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대선개입 조사에서 물러나겠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아예 중단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누네스 의원은 러시아 대선 개입 조사에서만 빠질 뿐 위원장으로서의 다른 직무는 그대로 이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러시아 관련 조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같은 위원회 소속인 마이크 코너웨이 의원이 책임을 지고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진행자) 누네스 위원장은 지난 약 2주간 관련 조사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죠?

기자) 맞습니다. 누네스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말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를 사찰했다고 밝혔는데요. 원래 사찰 대상은 아니었지만, 정보기관이 외국인에 대한 통상적인 정보 수집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을 사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밀로 취급되는 이런 정보를 누네스 위원장이 위원회와 상의하지 않고 전격 공개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는데요. 더구나 공화당 소속인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에서 정보원을 만난 사실을 확인하면서 논란이 커졌고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누네스 의원의 위원장직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누네스 의원은 조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랬습니다. 누네스 의원은 이날(6일)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근거 없고,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정보위원회와 하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하원 윤리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누네스 의원이 한시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누네스 의원이 부정행위를 했다거나 위원회의 어떤 결정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에선 누구나 의회윤리국에 의원을 고발할 수 있는데요. 고발이 타당한지 여부를 결정하고 또 하원 윤리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의회윤리국의 소관입니다.

진행자) 누네스 위원장의 이런 결정에 대한 의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앞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누네스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를 일축한 바 있는데요. 누네스 의원의 이번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라이언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폴 라이언 하원의원] "Chairman Nunes wants to make sure this is not a distraction to investigation"

기자) 누네스 위원장은 중요한 조사를 하는 데 있어 어떠한 방해도 없어야 하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라이언 의장은 누네스 위원장이 지난 수년간 정보위원회에 몸담으면서 정직성을 인정받아 왔고 또 정보계가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헌신해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의 반응을 들어보시죠.

[녹취: 애덤 쉬프 의원] " I just want to expresss my appreciation for what the chairman decided to do..."

기자) 쉬프 의원은 누네스 의원의 결정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말했는데요.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누네스 의원이 밝힌 대로 조사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인 만큼 앞으로 조사가 진행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쉬프 의원은 또한,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에서 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았던 자료를 이제 정보위원회가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조사가 진전을 보일 것을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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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를 개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극우 보수 성향으로 논란이 돼 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빠지게 됐고요. 앞서 격하했던 합참의장과 국가정보국장을 원래 위치로 복귀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에 NSC를 개편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을 모든 회의에 참석하는 당연직에서 배제하고, 필요할 때만 참석하게 했는데요. 이제 모든 회의에 참석하는 당연직 상임 위원으로 다시 격상시킨 겁니다. 이 같은 개편 내용이 수요일(5일) 연방 정부 관보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배넌 고문이 왜 빠지게 된 거죠?

기자)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NSC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플린 전 보좌관이 사임한 현재 그럴 이유가 없어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배넌 고문은 수요일(5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수전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NSC를 정치 기구화해서, 이를 되돌리기 위해 자신이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H.R. 맥매스터 새 국가안보보좌관이 NSC를 정상으로 되돌렸기 때문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백악관 내 세력 다툼에서 밀렸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네, 앞서 배넌 고문이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알려졌었는데요.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에게 밀려서 나오게 됐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민 관련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 등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배넌 고문의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5일) 요르단 왕과의 기자회견에서 배넌 고문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배넌 고문이 NSC에 들어갔을 때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배넌 고문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언론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대표를 지냈습니다. 또 해군 장교 출신이긴 합니다만, 안보 전문가라고 보긴 힘든데요. 그래서 자질과 성향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우려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배넌 고문이 NSC에서 빠지게 되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많은 공화당 정치인은 “잘한 일”이라며 환영을 표시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국가안보회의(NSC)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관한 조언을 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기구인데요. 지난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처음 설치됐습니다. NSC의 구성이나 활동 범위, 규모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재량권이 있는데요. 최근 들어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 때는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때와 비교해서 규모가 거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