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전격적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칼빈슨함의 이동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이미 세워진 이동 계획을 바꿔 한반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해 한국 군과의 연합훈련에 참가했던 칼빈슨 항모전단은 지난 4일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다음 기착지는 호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칼빈슨함이 한반도에 도착하면 미군의 또 다른 항공모함인 레이건함이 일본에 있기 때문에 미국 항공모함 두 척이 동시에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한국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이달에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최고인민회의, 인민군 창건기념일 등의 정치일정을 앞두고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한국 국방부] “여러 가지 정치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칼빈슨 전단은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함께 유도미사일 순양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배수량 10만t인 칼빈슨 항공모함은 슈퍼호넷 전투기를 비롯해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그라울러 전자전기, 그리고 씨호크 해상작전 헬기 등 항공기 60여 대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칼빈슨함은 주로 미국이 개전과 동시에 압도적인 공중전력으로 공습을 주도함으로써 적의 핵심 군사시설을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벌인 테러대항작전인 ‘항구적 자유’ 작전에서 첫 공격 임무를 맡았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96년 8월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자국 내 쿠르드족을 공격한 데 대한 미국의 응징작전에서도 칼빈슨함은 첫 공세를 주도했습니다.
당시 칼빈슨함은 F-14 톰캣 전투기 여러 대를 띄워 이라크 남부 지역의 방공망을 파괴했습니다.
미국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직후 북한을 압박하는 첫 군사 조치로 칼빈슨함을 한반도 해역에 보내는 것도 유사시 대규모 공중전력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입니다.
[녹취 : 부형욱 박사/ 한국 국방연구원]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그것은 그만큼 미 국방부가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고 이런 무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군 전력의 위용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을, 혹은 추가 도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다 강력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
칼빈슨함은 적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에도 가담한 전력도 있습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지난 2011년 5월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아프가니스탄 은신처를 급습해 사살한 뒤 그의 시신을 칼빈슨함에서 수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칼빈슨함이 지난달 중순 한반도 해역에 전개됐을 때 북한에 대한 특별한 경고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지난 6일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개막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한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에 대해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자 영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북한 대책과 관련해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