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에 통일 이점 적극 홍보해야…안전, 신분, 재산 선별적 보장 필요”

지난 24일 북한 창군절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평양에서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 고위 관리 등 엘리트 계층에 통일의 이점과 혜택을 직접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랜드연구소가 27일 발표한 보고서는 한반도 분단 해소의 핵심 요건으로 통일에 대한 북한 엘리트 계층의 인식을 꼽았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t’s going to be impossible to get a peaceful unification of Korea unless the North Korea elites feel the unification will work out well for them.”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엘리트 계층이 통일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여기지 않으면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번 연구의 전제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체 엘리트층 가운데서도 북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상위 핵심 계층이 통일을 “재앙”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런 절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엘리트 계층에 통일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정권과 더욱 유착하고 한국 주도 통일에 적대감을 키우도록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북한 엘리트를 대상으로 통일 후 그들과 가족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장기적으로 홍보해 격변 상황과 통일 한반도에 대한 불안감을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통일 후 엘리트 계층에 개인의 안전, 사회정치적.경제적 신분, 재산, 가족의 안전과 지위, 중요한 사회적 역할 등을 선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우선 많은 북한 엘리트들이 통일 후 수감이나 처형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 유린 등 심각한 범죄에 대한 처벌은 하되 가급적 사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에서 누렸던 특권과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엘리트 계층의 두려움이 통일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그들이 통일 과정과 이후에도 중요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과거 지위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Specially the senior elites, they want to keep some form of position. Position is important. The elites who have defected, you can see in their feelings that they really miss having their position of importance.”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을 흡수해 많은 당국자들을 한국인으로 대체한다는 계획 대신 정부 직위의 연속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또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는 동안 북한에서 소규모 시장 활동이 이뤄지고 많은 엘리트들이 사업가와 자본가로 변했다며,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축적한 부를 통일 과정에서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러난 재산에 소규모 세금을 부과하는 선을 넘는 과도한 조치는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밖에 이 같은 특혜를 북한 엘리트 계층의 가족에도 적용해 연좌제 방식의 처벌에 익숙한 이들을 안심시키고, 아울러 엘리트들이 통일정부에서 일정 지위를 유지하거나 의미 있는 직종에 종사케 함으로써 변화된 삶에서 중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하는 새 통일정책을 수립해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 엘리트들에게 적극 알림으로써 그들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f you wait until a month before unification to announce this, nobody in North Korea is going to believe what you are saying. You’ve got to be saying this now and regularly, probably for years and years to get the North Korean elites to coopt.

북한 엘리트 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지금부터 수 년 동안 정기적인 정보 배포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통일 후 북한 관리들에게 광범위하면서도 선별적 사면을 적용하는 과도기 사법체계 마련과 북한 기술관료 등을 흡수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