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서방 정상 불참...트럼프, 기자없이 러 외무 면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 준비가 한창인 10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 설치된 '실크로드 황금다리' 조형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가 올해 외교행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포럼에 주요국 정상들의 참가가 기대보다 적습니다. 어떤 사정인지, 또 이번 포럼이 어떤 행사인지 살펴보겠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한 소식, 이어서 오는 2020년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 흡연 규제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올해 중국이 개최하는 최대 외교행사, ‘일대일로’ 포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군요.

기자) 네. 중국 베이징 인근 휴양지 옌치후 일대에서 오는 일요일(14일)부터 이틀 동안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이 열립니다. 포럼 준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리바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목요일 (11일) 관영 CCTV와 인터뷰를 통해, 29개 나라 정상급 인사들과 130개국 대표단, 70여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중국 당국은 이번 포럼이 근래 수년간 개최한 어떤 국제회의 보다 큰, 최대 외교 행사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최근 몇년 동안 대형 국제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4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해에는 항저우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잇따라 열었는데요. 중국 정부는 이들 행사보다 이번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연일 포럼 관련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포럼 준비위원회는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추진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있는 북한 대표단까지 공식 초청해서 국제사회 일각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일대일로’ 정상 포럼을 APEC이나 G20 정상회의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APEC과 G20 정상회의는 기존 국제 행사를 개최지만 유치한 것이었는데요. ‘일대일로’ 정상 포럼은 중국 정부가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는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일대일로’는 중국대륙 동부 해안에서 서부 내륙지대를 거쳐,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까지 연결되는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와, 한반도 인근 황해와 남중국해, 인도양, 걸프지역, 지중해까지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를 두 축으로해서, 주변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전략인데요. 이 지역 정상들과 대표단을 한데 모이게 해서, ‘일대일로’ 구상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흐름으로 자리잡는 시작으로 삼겠다는 게 이번 포럼의 목표입니다.

진행자) 어느 나라 정상들이 참석합니까?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 주석 등의 참석이 확정됐습니다. 이들 정상들은 포럼 본 일정과는 별도로 중국-러시아, 중국-필리핀 정상회담 등을 통해 경제협력 외에 한반도 문제, 남중국해 현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김장수 주중대사 일행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고요. 김영재 대외 경제상이 이끌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표단과 중국 당국의 대화도 주목됩니다. 일본은 니카이 도시히로 집권 자민당 간사장이 나섭니다.

진행자) 서방국가 정상들의 참여가 눈에 별로 안띄는 군요?

기자) 중국 정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구상 취지에 맞게 유럽 정상들을 다수 초청했는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외에는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리니 총리,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도만 유럽 주요국가에서 정상이 참가하는 경우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은 각각 총선 준비와 대통령선거 후속 작업, 유럽연합(EU) 탈퇴협상 등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정상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이유로, 실무 관계자들을 대신 파견할 계획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초청했는데요, 미국은 이번 행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진행자) 서방 정상들의 참여가 부진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대일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서방 측이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전제로, “중국의 계획에 대한 의심이 많다”면서, 일대일로는 “유럽 일부 국가에 매력적으로 들릴만한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사업이지만, 우리는 중국이 이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어떻게 영향력을 키우려는 건지, ‘일대일로’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죠.

기자)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와 ‘일로’ 주변 나라들을 중국에서는 ‘연선국가’라고 부르는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중국이 투자와 기술 제공 등을 통해 연선국가들의 도로와 교량, 철도 등 인프라(사회간접자본시설)를 지어주는 게 ‘일대일로’의 중심사업입니다. 고대 국제무역로였던 ‘실크로드’를 되살려서 물류 교통이 원활한 통합 경제권을 만들자는 건데요. 중국은 최대 65개국을 참여시켜 세계 인구의 6분의 1,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3분의 1을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인프라를 짓기 위한 투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약 1천억 달러를 담당하고요, 역시 중국이 만든 ‘실크로드 인프라펀드’에서 400억 달러 정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브릭스’ 신흥경제개발국들이 조성한 신개발은행(NDB)에서도 500억달러 자금 지원을 진행합니다. 이번 정상포럼에서는 참가국들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50개 협력합의문에 서명할 전망입니다. 또한 인프라 건설 외에 산업투자, 경제· 무역협력, 에너지· 자원 협력, 금융협력, 문화교류, 생태환경· 해양협력 등 8개 주요 의제가 회의에서 다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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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했다고요?

기자) 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화요일(9일) 밤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했는데요. 수요일(10일)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세르게이 키슬략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배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40여분동안 대통령 집무실에서 긴밀한 대화를 진행한 것으로 백악관 측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후 기자들에게 라브로프 장관과 매우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양국이 매우 긍정적으로 협력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고요.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목요일 (11일) 기자들에게 두 사람의 만남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외무장관의 이번 만남에 특별한 관심이 모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러시아 정부 관계자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인데요.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 러시아 당국이 해킹(불법전산망 침입) 등을 통해 개입하고, 트럼프 선거조직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이 한창 수사중이라 이번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귀추가 주목됐습니다. 게다가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된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수사 관련 이야기는 회동에서 없었던 건가요?

기자) 관련 대화가 진행됐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백악관 측이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불허했기 때문인데요. 라브로프 장관을 수행한 러시아 관영통신사 타스의 사진기자만 회동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 부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단지 취재가 거부된 때문만은 아니고요. 트럼프 대통령 혼자 러시아 당국자들과 관영매체 관계자를 만난 건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목요일 (11일)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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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지금 흡연규제 정책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은 흡연자들에게 관대한 나라입니다. 공공시설에서도 흡연이 허용되는 경우가 많아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오는 2020년 하계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금연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지난 1월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공기관과 음식점 등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하면 고액의 벌금을 내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의 권고도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간접흡연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개최국이 공공장소 등에서 흡연을 규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담배 없는 올림픽'의 전통은 지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부터 이어져 온 건데요. 중국의 경우,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베이징 지역에만 일시적으로 실내 금연법을 도입했다가, 작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공공장소 내 실내 금연 적용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생노동부가 마련한 흡연규제 법안은 의회를 통과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에서도 소속 의원의 90%가 반대 입장을 밝혀 사실상 사장됐고요. 자민당은 소규모 음식점의 경우, '흡연'이나 좌석 일부를 흡연석으로 따로 구분해 표시하면 흡연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자의 자유 침해, 담배 판매량 감소로 인한 세수 부족 등을 지적하는 의원들도 있는데요. 일본은 2014~2015년 담뱃세로 2조엔, 미화로 약 175억 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주들의 반발도 거센데요. "실내에서 담배를 못 피우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 도시인 도쿄시가 독자적인 대책을 구상 중이라고요.

기자) 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수요일(10일) 일본의 한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실내 금연을 원칙으로 하는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쿄시가 검토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는 후생노동성의 법안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고이케 지사는 정부의 흡연규제 방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도쿄시가독자적으로 금연 대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도쿄 도의 수장에 오른 고이케 지사는 투명한 정책 공개와 개혁을 강조하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아성을 넘볼 만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