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라왁 주에 체류 중이던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떠났다고 말레이 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이 관리는 말레이 정부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툭 마시르 쿠잣 말레이시아 내무차관은 21일 현지에서 발행되는 '보르네오 포스트' 신문에, 사라왁 주에 있던 북한 노동자 35명이 모두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노동허가증을 가진 사람들로 알려졌습니다.
쿠잣 차관은 이들의 노동허가증이 5월에 만료됐지만 누구도 재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왜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쿠잣 차관은 말레이 정부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라며, 이는 민간 회사가 결정할 문제로 북한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라왁 주는 1980년대부터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습니다. 이들은 주로 광산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했고,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가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사건 이후 말레이 정부는 사라왁 주를 중심으로 단속을 벌여 취업허가가 끝나거나 합법적인 취업허가 없이 자국에 머물던 북한 노동자 296명을 본국으로 추방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김정남 씨 암살 사건으로 한때 국교 단절이 거론될 정도로 심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들을 전원 억류했고, 이에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씨의 시신과 북한인 용의자들의 북한행을 허용하는 대신 억류 자국민을 돌려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에 대한 반감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정남 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에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외국인 여성 용의자 2명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전을 안전 문제를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여행경보 발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에 있던 유일한 북한 식당이 최근 문을 닫았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한편 다툭 아마드 마슬란 말레이시아 무역산업부 차관은 지난 3월 의회에서 대북 관계 악화가 말레이시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슬란 차관은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교역액이 지난해 약 420만 달러에 불과했다며, 대북관계가 말레이와 동남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말레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대북 교역이 말레이시아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1%에 불과합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