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이 한국의 민주화를 조망하는 사진전을 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근까지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투표와 발언: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시작해 오는 9월 30일까지 4개월여 동안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한국의 민주화를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정부 수립 초기 불안정한 민주주의의 시대, 민중의 저항과 대타협, 민주주의의 현실화라는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정부 수립 초기의 모습으로는 1948년 첫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포스터와 1956년 논란 속에 3선에 도전한 이승만 대통령의 유세 장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박정희 소장이 서울시청 앞에 쿠데타 동료들과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인 ‘민중의 저항’ 시대로 넘어가면, 1980년대 격렬히 펼쳐진 민주화 운동의 모습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특히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요구하는 `6월 항쟁' 당시 대학생 이한열이 전투경찰의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는 장면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한열은 끝내 사망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전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거세게 전개됐습니다.
결국 당시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로의 헌법 개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6.29 선언을 발표하며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사진전은 이후 1996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군사반란과 수뢰 혐의 등으로 재판 받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등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전 개막과 함께 지난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김용직 관장은 한국의 민주주의의 성숙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용직 관장] "Korea’s 30 years of democratization can be compared to 150 years of democratization in England in 17th and 18th century..."
김 관장은 한국의 사례는 ‘압축 민주화’로 불린다며, “지난 30년에 걸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속도는 17세기와 18세기 영국이 150년에 걸쳐 이뤄낸 민주주의 성숙도와 비견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관장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선출된 한국 대통령들은, 최근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비록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모두 민주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는 토론회에서 한국은 이제 전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매우 창의롭고 멋있는 나라가 됐다며, 이는 모두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스 대사] "We saw over the last year a new generation in South Korea go to the streets and voice dissatisfaction..."
스티븐스 대사는 또 “지난해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며 평화롭고 인상적인 시위가 헌법적 절차로 이어진 점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대한 찬사’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전에도 국민들이 항의시위로 현직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정권교체'의 선례가 있었습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독재정치에 항의하는 4.19 혁명으로 물러나 미국 하와이로 망명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측근 지인의 `국정 농단'과 관련해 국회에 의해 탄핵된 뒤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이 결정됐고, 이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불법과 부정을 저지를 경우 권좌에서 축출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정도로 발전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VOA 뉴스, 조은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