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 대선 시스템 해킹 시도'...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신속한 판결 촉구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 있는 국가안보국(NSA) 본부 전경.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보당국이 투표시스템 해킹을 시도했다는 NSA 극비문서가 5일 일부 매체에 보도됐고, 당국은 유출에 관여한 계약직원을 체포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미국 투표 시스템에 침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미국 극비 문서를 통해 알려졌는데요. 미 당국은 이 문서를 빼낸 계약직 직원을 적발해 체포했습니다. 관련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관련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주장한 소식에 이어서 올해 열리는 미국 일부 주의 지방정부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여성 후보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러시아가 미국 투표 시스템에 침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월요일(5일) 온라인 언론 매체 ‘인터셉트’가 미국 국가안보국(NSA) 기밀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는데요.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이 어떤 식으로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 했는지 보여주는 문서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러시아가 단순히 이메일 해킹이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투표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투표 시스템에 접근하려 했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지난 8월과 11월 대선 직전, 두 단계로 사이버 공격이 진행됐는데요. 먼저 지난 8월, 지방 정부에 유권자 등록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를 상대로 한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 때 이 회사 직원 가운데 최소한 한 사람의 개인 정보가 노출됐다고 하는데요. 러시아 해커들이 이를 이용해서 대선 직전인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120여 미국 지방 정부 관리에게 가짜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유권자 등록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내용인 것처럼 위장해서, 악성 코드를 심은 첨부 파일을 보냈다는 거죠.

진행자) 이런 악성 코드를 심은 첨부 파일을 열거나, 이메일의 링크를 잘못 누르면,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지방 정부 관리들의 정보를 입수해서 유권자 등록 자료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 투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건데요. 해커들이 실제로 성공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인터셉트’는 NSA가 지난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기밀 문서가 유출된 과정을 알아볼까요? 정부 극비 문서라고 했는데, 언론 매체가 어떻게 이 문서를 입수한 겁니까?

기자) ‘인터셉트’ 측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우편으로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관련해 월요일(5일) 미국 법무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 주 시설에서 일해온 계약직 직원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리얼리티 리 위너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인데요. 법무부는 위너 씨가 정보 기관에서 기밀 문서를 빼내 온라인 뉴스 매체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위너 씨가 어느 기관에서 일했는지 밝히지 않았는데요. 언론은 이 여성이 국가정보국(NSA)에서 일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당국이 어떻게 이 여성을 적발할 수 있었을까요?

기자) 네, 문서를 입수한 ‘인터셉트’ 측이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NSA에 접촉했다고 합니다. NSA 측은 유출자가 문서를 인쇄한 뒤 접어서 우송한 흔적을 발견하고, 문제의 문서를 인쇄한 사람을 추적했고요. 6명이 이 문서를 인쇄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가운데 위너 씨가 유일하게 ‘인터셉트’ 측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겁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토요일(3일) 위너 씨를 체포했다고 하는데요. 위너 씨가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정부 기밀이 유출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유출자들을 색출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월요일(5일) 이번 검거 작전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허가 없이 기밀을 유출하는 행위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친다는 것입니다. 또 기밀을 유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강조했습니다. 방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데요. 사안이 그리 중대하지 않은 경우, 보통 2~3년형에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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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여러 차례 테러 공격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관련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5일) 밤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여행 금지’ 조치라고 부르면서 일부 위험한 나라에 이런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은 미국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요. 수정 행정명령을 가리켜 법무부가 기존의 행정명령을 완화했다고 비판하면서, 원래 행정명령을 그대로 유지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원래 행정명령과 완화된 행정명령의 차이를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에 발표한 행정명령은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이렇게 7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과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중단하고요, 또 시리아 난민의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국가 주민이 대부분 이슬람교도인 게 문제가 돼서 종교 차별이란 비난이 나왔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헌법에 어긋나는 행위란 주장이 나왔죠.

진행자) 그러면서 소송까지 제기됐죠?

기자) 네,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 등이 행정명령에 반발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이 이들 주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행 정지 명령을 내렸고, 항소법원에서도 같은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수정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요. 적용 대상을 이라크를 뺀 6개 국가로 줄였고요. 시리아 난민에 관한 조항을 무기한 수용 금지에서 120일간으로 수정하고, 종교에 관한 문구 역시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수정된 행정명령 역시 법원의 제동으로 아직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너무 느리고 정치적이라며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트위터에 올린 데 대해 비판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140자로 자기 생각을 올릴 수 있는 트위터를 국민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간혹 즉흥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과 일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까지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의 남편인 변호사 조지 콘웨이 씨는 월요일(5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트위터 발언이 일부를 기분 좋게 할 수는 있지만, 법원의 판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소셜미디어는 대통령이 언론의 편견 없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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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올해 주지사나 주 의회 의원 등을 뽑는 지방정부 선거가 열립니다. 그런데 올해 선거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점이 있다고요?

기자) 네, 바로 선거에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뉴저지 주에서는 화요일(6일) 주 상원의원 민주당 예비 선거가 열리고 있고요. 버지니아 주에서도 오는 13일 주 하원의원 예비선거가 열리는데요.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주의 정치적 성향, 즉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고 있지만, 과연 여성 후보들이 얼마나 활약을 보일지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여성 후보들이 많아졌다는 말은, 여성들의 정치적 관심 자체가 높아졌다는 말이 아닐까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성향의 낙태 찬성 여성 단체인 ‘에밀리 리스트(EMILY’s List)’의 스테파니 슈리억 회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에밀리 리스트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선거 출마에 관심을 보인 여성이 미 50개 주 전역에 걸쳐 1만3천 명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해를 합쳐서 선거 출마에 관심을 갖고 단체를 접촉한 여성이 920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기자) 이렇게 공직 출마에 관심을 보인 여성들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AP 통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올해 1월에 했던 고별 연설내용이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는데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만약 선출직 공무원에 실망한다면,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직접 공직에 출마하라고 강조했는데 실제로 많은 여성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 연설 내용에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성 행진이 열렸는데요. 이 행사에 참여했던 여성들 가운데 공직 출마를 결심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 행사를 통해 여성의 정치적 힘과 동조의식을 느꼈고, 여성이 여성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면, 이들 여성 출마자 중에는 민주당 성향의 후보가 많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민주당 여성들만 공직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뉴저지 주 럿거스 대학에서는 매년 3월, ‘미국 여성정치센터(Center for American Women and Politics)’가 주최하는 선거운동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데요. 초당적인 성격의 행사라고 합니다. 예년에는 보통 전해 12월까지 등록하는 사람의 숫자가 4~5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행사를 앞두고는 같은 기간 등록한 여성이 100명에 달했고요. 이렇게 지원자가 크게 늘면서 주최 측은 정원을 250명으로 제한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렇게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정치적 경력이 전혀 없는 여성이 많은데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여성도 있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성전환자도 있습니다. 에밀리 리스트의 슈리억 회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일단은 지방 정부 선거에 도전한 후, 2018년이나 2022년 연방 정부 선거까지 노리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