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트럼프가 충성 요구"...정보수장들 "외압 없었다"

8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코미(가운데)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청문회가 오늘(8일) 열립니다. 이를 앞두고 어제(7일) 코미 전 국장의 모두 발언 전문이 공개됐는데요. 그간의 언론 보도 내용을 대부분 확인하는 내용입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어제 정보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원 청문회 소식 알아본 뒤, 그동안 미국 역사에서 관심을 모은 여러 청문회도 소개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오늘(8일) 많은 미국인의 관심이 연방 의회에 쏠려 있습니다. 지난달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또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 정부 관리들이 내통했다는 의혹을 상원 정보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9일 경질된 코미 전 FBI 국장이 상원 정보위 청문회 증인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번 청문회는 특히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오는 자리여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과연 코미 전 국장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까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에 앞서 코미 전 국장의 청문회 모두 발언 전문이 어제(7일)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코미 전 국장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동안 언론 보도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했는지 문제가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앞서 뉴욕타임스 신문이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코미 전 국장이 이에 대해 본인은 항상 정직하겠다는 점만 약속할 수 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코미 전 국장이 이를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식사 자리가 코미 전 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죠?

기자) 네, 하지만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났고, 혼자만 초대됐다는 사실을 식사 자리에 가서야 알게 됐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충성 맹세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또 이후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가 녹음됐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이 만난 게 이날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1월 8일에 트럼프 인수위원회가 있던 트럼프타워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여성들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 대해 보고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코미 전 국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대화 맥락 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재 수사 대상이 아니란 점을 확인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코미 전 국장에게 요구했다, 이런 보도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 등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다음 날인 지난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미 당시 FBI 국장을 혼자 남게 한 뒤에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그만둬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미 전 국장은 플린 전 국장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했을 뿐 수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날 대화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코미 전 국장이 당시 상황을 묘사한 메모를 썼고, 이를 일부 측근에게 보여줬고요. 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다시는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있게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 러시아 관련 수사를 모두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건가요?

기자) 코미 전 국장은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 관련 수사만을 얘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코미 전 국장은 오늘(8일)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사법 방해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견해는 밝히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트럼프 대통령과 또 어떤 대화가 있었나요?

기자) 네, 3월 30일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 때문에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구름을 걷어 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또 4월 11일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아니란 점을 공개적으로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매우 충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응할 경우, 상황이 달라지면 나중에 이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서 공개 인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코미 전 국장은 공개 발표로 곤혹을 치른 일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에 코미 전 국장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계정 수사와 관련해 아무 혐의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지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10월 말에 클린턴 이메일 수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코미 전 국장을 지목했을 정도입니다.

진행자) 이런 코미 전 국장의 모두 발언에 내용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수사에서 수사 대상이 아니란 점을 코미 전 국장이 마침내 공개적으로 확인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마크 캐서위츠 변호사는 어제(7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에 기뻐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통령의 계획들을 추진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역시 비슷한 맥락의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옳았다면서 코미 전 국장의 성명은 대통령이 그동안 계속 말해온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란 점을 확인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은 좀 달리 보는데요. 역시 러시아 대선 개입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쉬프 의원은 코미 전 국장의 주장은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쉬프 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는 백악관이 FBI를 홍보에 이용하려 했고, 미국 정보기관의 독립성과 온전함을 훼손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플린 전 보좌관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법 방해라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은 사법 방해로 규정하긴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직 FBI 관리는 VOA와 인터뷰에서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단지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정부 관료체제가 어떻게 돼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 협상을 하듯이 접근했다는 겁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7일) 코미 전 국장의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레이 변호사를 새 FBI 국장으로 지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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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코미 전 FBI 국장의 청문회에 앞서 어제(7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여러 정보 수장들의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마크 로저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출석했는데요.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원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와 관련해 외압을 가했는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는데요. 두 사람 모두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NSA 국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로저스 NSA 국장] “I’ve never been directed to do anything…”

기자) 어떤 불법 행위나 비도덕적인 일, 윤리에 어긋나거나 적절치 못한 일을 하도록 지시 받은 일이 없다는 겁니다. 또 자신이 기억하는 한, NSA 국장으로 일하면서 그런 압력을 받은 일도 없었다고 로저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코츠 DNI 국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로부터 수사에 개입하란 압력을 받은 일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과 로저스 국장에게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증거가 없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지난 화요일(6일)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에게 FBI 수사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보도 내용을 부인한 건가요?

기자)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무소속이지만 친민주 성향인 앵거스 킹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압력을 가하진 않았지만, 그런 요청을 한 일이 있느냐고 코츠 DNI 국장에게 추궁했는데요. 코츠 국장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녹취: 코츠 DNI 국장 ] “I don’t think this is an appropriate venue…”

기자) 국가 기밀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개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는 겁니다. 코츠 국장은 법적으로 답변을 거부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는데요.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특권으로 증언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공개 청문회가 아닌 비공개 석상에서는 답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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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이번 코미 전 FBI 국장의 청문회가 인기 스포츠 경기에 비유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이전에도 이렇게 주목 받은 청문회가 있었나요?

기자) 많습니다. 당장 지난 2015년에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청문회를 들 수 있는데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두주자였던 클린턴 전 장관이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 재임 시절인 2012년에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인데요.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장장 11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벵가지 사건이 매우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전 장관의 청문회는 최근의 일인데,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떻습니까?

기자) 1991년에는 클레어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큰 논란이 됐습니다. 과거 부하 직원이었던 아니타 힐이란 여성이 토머스 지명자에게 성적으로 희롱당했다고 증언한 건데요. 토머스 지명자가 결국, 상원 인준을 받았습니다만, 이 청문회는 직장 내 성 희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말 당시 이란-콘트라 사건과 관련한 올리버 노스 중령의 청문회, 1970년대 초 워터게이트 스캔달 청문회가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이런 청문회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또 20세기 초인 1912년에는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 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당시 82명의 증인이 출석해서 구명보트 부족 문제와 선장 측이 빙산 경고를 무시한 문제 등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태닉호가 대서양에서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약 1천500 명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