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전문가·탈북자들 “웜비어 사망, 북한 정권에 책임 물어야”

지난해 3월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씨가 법정에서 울고 있다. 웜비어 씨는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됐고, 엿새만에 숨졌다.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오토 웜비어 씨 사망과 관련해 북한의 잔혹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웜비어 씨를 사망케 한 북한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t really reveals the evil nature of this regime because of the tragic death of this of young man…”

미래가 유망하던 청년이 북한에서 잔혹한 대우를 받은 뒤 사망한 비극적 사건은 북한 정권의 사악한 속성을 잘 보여준다는 겁니다.

숄티 대표는 북한 정권은 말할 수 없는 인권 유린과 반인도 범죄를 자행하는 정권이라며, 웜비어 씨 사망은 이런 정권을 종식시켜야 할 필요를 다시 상기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북한 주민들 역시 북한 정권에 의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웜비어 씨 사망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성명을 통해, 웜비어 씨 사망은 북한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가혹 행위와 살인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 정권이 웜비어 씨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행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반인도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웜비어 씨 사망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정은 정권에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이런 행위는 비인간적 반인륜 범죄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고요,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다른 납북자들의 경우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어려웠지만, 웜비어 씨 사망을 계기로 그런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미 의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북한인권협회의 박지현 간사는 북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웜비어 씨를 억류했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박 간사는 어처구니 없는 웜비어 씨 사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그 학생이 학생이지만 또 누군가의 아들이잖아요. 김정은한테도 지금 딸이 있는데, 다른 나라로 여행했다가 납치돼 죽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묻고 싶어요.”

박 간사는 웜비어 씨 사망을 계기로 북한의 인권 유린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 구출과 재정착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북한이 미국인 청년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가족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외국인에게 터무니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죽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 대표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시는 이런 일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김정은은 계속해서 이런 일을 벌일 것이고… 다시는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대표는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북한 방문을 자제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