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론공격' 동영상 게시...22개주 유권자 자료 백악관 제출 거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주말을 앞둔 지난 1일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참전용사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열렸는데요.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미국 여러 주가 유권자 자료를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 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알아보고요. 지난해 미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주류 언론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비판해왔습니다.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편향적인 보도를 내보낸다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MSNBC 방송 진행자들의 외모와 지적 능력을 비판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려서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민주당은 물론이고, 같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다, 제발 좀 자중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 토요일(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언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 fake media is trying to silence us…”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언론이 우리를 침묵시키려 한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보수적인 기독교도들이 참석했는데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자,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보내며 호응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그치지 않고, 다음 날인 어제(2일) 트위터에 언론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의 동영상인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레슬링 경기장에서 다른 사람을 때려눕히는 내용의 동영상인데요. 상대방의 얼굴에 뉴스 전문 매체 CNN의 로고가 합성돼 있습니다. CNN은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의 약자인데요. 이를 사기라는 뜻의 영어 단어 fraud를 써서 FNN이라고 조롱하는 글자가 나오는데요. 이 동영상은 약 10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프로레슬링단체(WWE) 방송에 출연했을 때 동영상을 합성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N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넘어뜨린 뒤 공격하는 동영상의 한 장면.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CNN 방송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건데, CNN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동영상을 올린 데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CNN은 이날(2일)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슬픈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순방과 북한 문제, 건강보험개혁안 등에 집중하는 대신 “대통령 자리란 지위에 맞지 않는 유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는데요. “우리는 우리 일을 할 테니, 대통령은 본인이 할 일이나 시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전날(1일)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비판하자,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는 동영상이 재미있다며, 옹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3일) 아침 현재 이 동영상에 대해 “좋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거의 47만 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톰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 역시 이 동영상을 “언론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새로운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언젠가는 가짜 뉴스가 우리의 훌륭한 일자리 숫자와 강한 경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IL 퇴치 성공, 국경 정책 등을 보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이틀 앞둔 어제(2일),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해 남부 텍사스 주 오스틴, 동북부 뉴욕 시 등 2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위자들이 “대통령직은 죽었다”는 문구가 쓰인 검은 관을 들고 행진했는데요. 이날 여러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사태도 벌어졌고요. 여러 명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탄핵을 요구하는 측의 주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이들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했고, 또 헌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텍사스 주 오스틴 시위에는 의원들 가운데 처음 탄핵 얘기를 꺼냈던 앨 그린 연방 하원의원도 참석했는데요. 그린 의원은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거듭 탄핵 주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시점에서 대통령을 탄핵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탄핵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탄핵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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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내 일부 주가 유권자 자료를 백악관에 넘기길 거부했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제도의 온전성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데 필요하다며, 선거 부정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가 각 주 정부에 유권자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지금까지 최소한 22개 주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들 주 정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이유로 들었는데요. 주 법에 어긋난다는 주장, 또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위원회가 유권자 자료를 바탕으로 투표 절차를 강화하는 근거로 사용할 것을 우려하는데요. 흑인이나 중남미계 등 소수계 유권자의 투표를 힘들게 할 염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들 소수계 유권자들 가운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죠.

진행자) 그럼, 민주당만 반대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미시시피 주 같은 경우, 공화당이 주 정부를 이끌고 있지만, 역시 자료 제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서면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요. 하지만 일반투표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백만 명, 약 300만 명에서 5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부정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미 사망한 사람이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 사람의 이름이 유권자 명단에서 미처 빠지지 못한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규모 부정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여러 주 정부가 유권자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데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 토요일(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관련 자문위원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데요. 부위원장인 크리스 코박 캔자스 주 총무장관은 지난 수요일(28일) 미국 50개 주에 보낸 서한에서 유권자들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소속 정당, 사회보장번호 마지막 네 자리, 2006년 이후 선거 기록, 전과 기록 여부 등을 요구했습니다. 위원회 측은 미국 선거제도의 취약성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여러 주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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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의 지난해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금요일(30일) 지난해 출산율 잠정치를 발표했는데요. 15살에서 44살 가임기 여성 1천 명당 62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보다 1% 줄어든 수치인데요. 30대와 40대의 출산율은 증가했지만, 10대와 20대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출산율이 하락한 겁니다.

진행자) 출산율은 국민의 보건과 나라 경제 등에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출산율은 너무 낮아도, 또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됩니다. 우선 출산율이 저조할 경우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세금이 줄어들면서 국가의 경제가 위협받게 되는데요. 따라서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반대로 출산율이 너무 높을 경우 깨끗한 식수와 식량, 사회 서비스 등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데요. 인도의 경우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지난 수십 년간 출산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습니까?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가요?

기자) 미국에서는 현재 저출산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아니다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 그러니까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젊은이들의 성향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아직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자녀를 갖는 걸 꺼린다는 겁니다. 따라서 출산을 안 한다기보다는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출산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일부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출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앞서 10대의 출산율이 줄었다고 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15살에서 19살 나이의 경우, 지난해 출산율이 1천 명당 20.3명으로 전해보다 9% 떨어졌는데요.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점을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이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는 여성이 줄어들고,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비록 10대 출산율의 감소로 전체 출산율이 낮아졌지만, 25살~34살 여성의 출산율이 가장 높고 40살~44살의 고령 출산이 늘어나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미국이 오랜 경기 침체기를 거치지 않았습니까? 국가의 경제와 출산율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연관이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출산을 꺼리고 또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출산율이 내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때까지의 통계를 보면, 경제가 나쁘면 출산율이 내려가고, 경제가 회복되면 출산율이 다시 올라갔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 또한 다시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미국의 출산율,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출산율이 내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출산율이 사망률보다도 높고 노동시장도 커지고 있는 상태인데요. 따라서 아직 미국의 출산율이 그렇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