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오늘(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약 1만5천 명이 새로 미국 시민이 됩니다.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시민권 선서식이 열리는데요. 그동안 미국 이민의 변화 양상,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살펴봅니다. 이어서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메탄가스 규제 유예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 전해드리고요. 뉴욕 주의 이리 운하가 이번 독립기념일에 착공 200주년을 맞았는데요. 이리 운하에 얽힌 여러 흥미로운 얘기도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오늘 7월 4일은 미국의 241번째 생일입니다. 시가행진과 기념 음악회 등 미국 전역에서 축하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날 새로 미국 시민이 되는 사람도 많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약 1만5천 명의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으로 새로 태어나게 됩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자택이었던 동북부 버지니아 주의 마운트버넌에서부터 남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제2차세계대전박물관, 또 서부 캘리포니아 주 해안에 정박한 미 군함 호넷호 선상 등에서 시민권 선서식이 열립니다.
진행자)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죠? 어제(3일)도 여러 곳에서 선서식이 열린 걸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새로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들을 모아서 선서식을 열곤 하는데요. 지난주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 잔디광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시민권 선서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의 얘기 잠시 들어보실까요?
[녹취: 시민권 선서 어린이와 어머니] “I’m really excited…”
기자) 네, 매우 흥분되고 기쁘다는 어린이, 또 이런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데 대해 매우 기쁘다는 아이 어머니의 얘기 들어보셨는데요. 이렇게 시민권 선서식장에 가보면, 당당히 미국 시민이 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미국을 가리켜서 ‘이민자의 나라’라고 하지 않습니까? 241년 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이민자이거나 이민자의 후손이었는데요. 그동안 미국 이민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뭣보다 이민자들의 출신국이 다양해졌습니다. 초기에는 유럽에서 온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 이민자들 가운데는 중미 멕시코계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계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요. 아프리카와 다른 중남미 나라에서 오는 이민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같은 이민자들이라고 해도 합법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약 4천300만 명의 이민자들 가운데 합법적인 이민자가 3천200만 명, 불법 이민자가 약 1천1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외국 태생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5년 현재 13.5%에 이릅니다. 미국 내 이민자 비율은 1800년대 말에 거의 15%에 이르렀는데요. 2차 세계대전 후에 이민자들이 줄어들면서 1970년에 4.7%로 최저점을 찍었고요. 이후 다시 반등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민자 비율이 1800년대 말과 거의 비슷해진 거군요.
기자) 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이민자가 많이 늘었는데요. 1995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이민자 수가 70% 이상 늘어난 겁니다. 이 시기 불법 이민자는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비교를 위해 말씀 드리면,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수는 20%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출생에 따른 증가율보다 이민으로 인한 인구 증가율이 훨씬 높다는 건데요. 이런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지난해 국립학술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 1세대는 사실 미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교육과 의료 지원 등에 1년에 570억 달러의 세금이 든다고 하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 의회 합동 연설에서 이민자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로 이 같은 수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2세대, 3세대에 이르면 오히려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이민 2세대는 300억 달러 이상, 3세대는 약 2천240억 달러의 경제적 혜택을 미국 사회에 가져온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 학술원 보고서는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특히 기술이 뛰어난 이민자들의 경우,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전기 자동차 텔사,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이민자이고요.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도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었죠.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6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고요. 또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하원 법안을 지지하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이민자들과 난민을 환영하는 미국의 전통을 거스르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옹호하는데요. 이민 문제를 둘러싼 미국 내 찬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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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여러 환경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항소법원이 어제(3일) 메탄가스 규제를 유예하려는 미 환경청(EPA) 조처에 제동을 걸었는데요. EPA 청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조처라고 밝힌 겁니다. 지난해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유정과 가스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규제가 올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스콧 프루이트 EPA 청장이 규제 내용을 재점검하기 위해서 90일 동안 시행을 미룬다고 발표했었죠.
진행자) 지난 4월에 90일 동안 시행을 미룬다고 했으면, 이제 유예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거 아닌가요?
기자) 원래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프루이트 청장이 지난달에 유예 조치를 2년 동안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6개 환경단체가 프루이트 청장에 맞서 소송을 걸었는데요. 이번에 항소법원에서 2대1로 환경 단체들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프루이트 청장 측은 규제가 시행에 들어가기 전에 산업계가 충분히 의견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EPA가 메탄가스 규제를 되돌릴 권한이 있긴 하지만, 단순히 시행을 미뤄서는 안 되고, 새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에이미 그레이엄 EPA 대변인은 법원 결정을 검토 중이며, 선택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PA는 이번 항소법원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는데요. 비영리단체 천연자원방어위원회 (NRDC)의 데이비드 도니거 기후청정공기계획 국장은 이 싸움에서 결국에는 행정부가 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은 EPA 결정이 불법이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가스 산업계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업계는 메탄가스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관련 규제가 시행에 들어갈 경우, 생산성이 낮은 유정이나 가스정은 충분히 이윤을 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에는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프루이트 EPA 청장은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 출신인데요. 오클라호마 주의 석유산업계와 가까운 관계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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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오늘(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입니다. 미국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날 생일을 축하하는 곳이 또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뉴욕주의 이리 운하(Erie Canal) 인데요. 오늘로 20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7년 7월 4일에 첫 삽을 떴다고 합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1819년 10월에 부분 개통을 했고, 1825년 10월에 완공되기에 이르렀는데요.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200년 전에 착공된 이리 운하가 미국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역사를 바꾸었다니, 어떤 의미에서 그렇다는 겁니까?
기자) 네, 이리 운하가 미국인들에게 중서부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입니다. 미 동부에 몰려 있던 미국인들이 운하를 통해 각종 자연 광물이 풍부한 중서부 지역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고, 또 적은 비용으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과 상업 활동이 형성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청취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리 운하의 위치가 어딘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리 운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있는 다섯 개의 큰 호수, 5대호 가운데 하나인 이리 호에서 딴 이름인데요. 이리 호와 맞닿은 뉴욕 주의 서쪽 끝, 버팔로 지역에서 뉴욕 주의 동쪽 끝, 뉴욕 항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을 잇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뉴욕 주를 가로로 가로질러서 미국 중서부와 대서양을 잇는 물길인 거죠.
기자) 이리 운하가 처음 건설될 때만 대 운하를 만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리 운하의 건설 논의는 18세기부터 시작됐지만,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이 연방 재정 지원을 거부할 정도로 많은 미국인이 성공의 확신을 갖지 못하는 대공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던 드위트 클린턴 뉴욕 시장이 운하 건설을 밀어붙였는데요. 1817년 4월에 뉴욕 주 의회가 700만 달러가 넘는 건설 비용을 승인하고 또 클린턴 시장이 뉴욕 주의 주지사가 되면서 마침내 착공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죠?
기자) 네, 물길을 만들기 위해 나선 측량사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원시림과 방울뱀이 우글대는 늪, 또 제 갈 길로 흐르는 강과 하천을 직면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한 탓에 아일랜드와 독일 이민자들, 또 흑인과 지역 농부들이 공사에 투입됐고요. 굴착기와 같은 건설 장비도 없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또 말과 소를 투입해 공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사 시작 8년 만에 깊이 1.2m, 폭 12m, 총 길이 584km에 이르는 운하가 완성되기에 이르렀고요. 역사학자들은 19세기 최고 수준의 토목공사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어려운 공사였지만, 역사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 주를 가로지르려면 몇 주가 걸렸던 과거와는 달리 운하를 통해 6일이면 주를 통과할 수 있었고, 마차를 이용했던 수송비 역시 훨씬 줄어들었던 거죠. 특히 뉴욕시가 미국에서 가장 무역이 활발한 항구가 되면서 운하 길을 따라 시장과 산업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뉴욕 주 서부 지역에 주거지가 형성되는 등 일대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겁니다. 이후 이리 운하는 두 차례 확장 공사를 하게 됐고요. 뉴욕 주에 또 다른 운하들이 건설되면서 뉴욕 주 운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요즘은 미국에서 운하를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거든요? 운하를 통한 물자 수송, 사실상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9세기 들어 미국에서 철도와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고 또 20세기 들어 미국의 도로 체제가 개선되면서 이리 운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리 운하는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과거 노새들이 바지선을 끌던 운하 길은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대신하고 있고요. 화물선이 오가던 운하는 여가용 배를 타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