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 7월 14일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입니다. 프랑스는 약 230년 전 시민 혁명이 일어났던 이 날은 혁명 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성대한 축제를 벌이는데요. 올해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를 자세히 알아봅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바스티유 데이의 유래”
7월 14일은 프랑스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인 ‘프랑스 혁명 기념일’입니다. 보통 영어권에서는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라고 불리는데요.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바스티유 데이’, ‘바스티유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은 프랑스 혁명이 당시 억압의 상징이었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사건으로부터 촉발됐기 때문입니다.
바스티유 감옥은 원래 영국의 침략으로부터 파리 외곽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로 14세기 중반에 처음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다 이후 파리 북쪽에 새로운 요새와 관문이 생기면서 15세기 초에 감옥으로 용도가 바뀌게 되었는데요. 루이 16세 통치 시기에 이르러서는 정치범들을 재판 없이 가두는 등 악명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당시 루이 16세는 국경을 지키는 수비대를 파리 근교에 주둔시켜 위협을 가함으로써 시민들의 불만을 억누르려고 했는데요.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1789년 7월 14일, 수많은 무기와 탄약을 저장하고 있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함으로써 혁명의 불꽃이 일어났는데요. 당시 치열한 전투 속에 시민군 100여 명이 희생됐고, 이 희생은 민주주의를 위한 최초의 희생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혁명의 시작을 알렸던 바스티유 감옥은 지금은 철거되고 없는데요. 대신 그 자리에 공원이 조성되어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원인과 배경”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1789년 당시 프랑스는 사회적 혼란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미 루이 14세 때부터 이어진 왕실의 부패와 사치가 루이 16세에 이르러 극에 달한 상태였는데요. 게다가 이웃 나라 영국과의 경쟁 때문에 미국의 독립전쟁에 무보수로 참전했다가 생긴 엄청난 나랏빚을 세금으로 메우려고 해 평민층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또 계급 갈등도 문제였는데요. 절대왕정 시기부터 성장해 온 부르주아 세력은 주로 상인과 의사, 법률가, 세무사 등 전문직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특권 세력인 귀족 못지않은 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분상 이들은 여전히 평민으로서 사회적 차별을 받았기 때문에 점점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농촌에서도 과거 봉건영주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악용해 무거운 부역과 공납을 부과하면서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습니다.
이런 분노가 마침내 혁명을 이끌어 냈고, 인권 선언을 통해 봉건제 폐지와 평등 사회 추구, 시민의 뜻에 의해 국가를 운영한다는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전제군주인 루이 16세와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형함으로써 구체제의 종말을 알렸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이런 움직임이 유럽의 주변 국가와 다른 대륙에까지 퍼져 나가면서 세계에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사상이 싹트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7월 14일은 프랑스의 혁명을 의미하는 날임과 동시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을 기리는 날이 되었습니다.
“바스티유 데이의 다채로운 행사”
프랑스 혁명 기념일은 프랑스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기념일이자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끄는 축제인데요. 이 때문에 7월이 되면 행사 준비로 프랑스 전역이 분주해집니다.
[녹취: 바스티유 데이 시가행진]
경쾌한 말발굽 소리와 고적대의 음악 소리, 프랑스 혁명 기념 행사하면 ‘시가행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가장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수도 파리에서 벌어지는 시가행진은 프랑스 전역에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데요. 현직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서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하고 외국 정상들도 초청되는데,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기념일 당일 오전 9시경부터 군인과 간호사, 경찰관 등이 제복을 입고 행진하면서 장관을 연출하는데요. 파리의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지는데, 전 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로 웅장하게 치러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행진 외에도 프랑스 공군의 축하 비행이 프랑스 혁명 기념일의 낮 하늘을 물들이는데요, 밤이 되면 엄청난 규모의 불꽃놀이가 펼쳐져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녹취: 바스티유 데이 불꽃놀이]
특히 이 불꽃놀이는 혁명 기념일 행사의 백미로 꼽히는데요. 아름다운 음악과 레이저 쇼가 어우러져 웅장함을 더해줍니다. 이 때문에 혁명 기념일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프랑스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밤까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나서도 축제의 열기는 가시지 않는데요. 프랑스 전역의 소방서에서 춤 공연이 펼쳐집니다. 이 공연은 1937년부터 시작된 전통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과 시민들이 어울려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겼다고 하는데요. 공연에서 얻어진 수익은 프랑스 전역의 소방서 발전 기금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은 프랑스인들만의 축제가 아닌데요. 미국의 뉴올리언스 시와 뉴욕 시를 비롯한 수많은 도시에서 프랑스 혁명 기념 축하 행사가 함께 열리고, 유럽의 영국과 벨기에, 아일랜드 등에서도 축하 행사가 펼쳐지는 등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도화선이 된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함께 축하하고 있습니다.
“바스티유 데이와 테러”
지난 2015년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는 아주 특별한 거리 행진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보통 군인들이 거리 행진에서 그 위용을 뽐냈었는데요. 2015년 혁명 기념일 거리 행진에서는 경찰 기동 타격대를 비롯한 테러 진압 요원들이 거리 행진에 참여한 것입니다. 그 해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도를 풍자하는 만평을 싣자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파리 시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벌였는데, 이 테러 진압에 투입됐던 경찰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참가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군대가 아닌 경찰 부대가 참가한 첫 사례로 기록됐었습니다.
이렇게 최근에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테러리스트들이 유럽,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 행위를 벌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프랑스 전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은 이들의 표적이 되어왔는데요. 지난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남부 해변 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테러는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녹취: VOA 뉴스]
당시 긴박했던 테러 상황을 보도하는 VOA 뉴스 내용 들어보셨습니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대형 트럭을 몰고 축제를 즐기는 군중에게 돌진해, 모두 84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는데요. 이 때문에 올해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철통 경계와 보안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 바스티유 데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