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일부는 북한에 끌려갈 가능성을 지적한 반면, 남북 간 혼선과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며 긍정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17일 ‘VOA’에, 문재인 정부가 기다렸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락 선임연구원] “I would have preferred that the Moon administration wait…”
한국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가면 북한에 오히려 “약함의 신호”로 비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과거 북한과 대화하고 합의를 해도 북한 정권의 변덕으로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는 겁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의 남북회담 목적은 관계 개선이나 긴장 완화보다 미-한 동맹 단절에 있다며, 한국 정부가 단번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하지 말고 북한의 제안을 보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남북대화 제의와 전망에 회의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uth Korea has 240 agreements with North Korea and those have all failed to induce political…”
한국 정부가 과거 북한과 대화하고 접촉하며 240개 합의를 했다고 통일부가 밝히고 있지만 북한의 정치·경제 개혁이나 김정은 정권의 행동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남북 간 대화의 목표가 북한이 위반한 기존의 남북 합의와 국제 합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미사일 시험과 도발에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 대화와 접촉에 전념하는 게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이를 역이용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판을 키운 뒤 회담에 응해 김정은 정권 비난 금지, 김 씨 정권을 비난하는 한국의 언론과 민간단체 검열, 금전 지원, 미-한 관계 격하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제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한국을 불신하고, 일본과 대북정책을 더 긴밀히 조율하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외교관 출신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 속단하지 말고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과거 남북대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거나 무산되는 등 결과가 엇갈렸다며, 성과를 전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s way too early to say what can come of this…”
북한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매우 신중히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남북한이 미국의 도움이나 충고 없이 이런 대화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남북한 군사 접촉을 통한 진정성 있는 대화가 혼선과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며 남북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스트로브 선임연구원은 회담이 성사될 경우 군사분계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호 확성기 방송 금지, 군 당국 간 핫라인 재개 합의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가 대화를 선점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