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지 5주년을 맞았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지 5주년이 됐습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은 17일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강조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 받은 다섯 돌에 즈음하여 그에게 무관들이 꽃바구니와 편지를 드렸습니다.”
`노동신문'도 이날 1-5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천출위인’ 이라며 찬양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5년 전인 2012년 7월17일,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공동명의로 김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원수는 대원수 칭호를 가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다음으로 높은 북한 군 계급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급히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외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28살로 어린데다 군부를 비롯한 국정을 다뤄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7개월 뒤 김정은 위원장은 군부 실력자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며 군부 장악에 나섭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리영호 동지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트로이대학의 대니얼 핑크스톤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리영호를 먼저 제거함으로써 6년 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핑크스톤] “Kim Jung-un removed Lee Young-ho first, I thought it smart…”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군 수뇌부를 연쇄적으로 교체했습니다. 110만 인민군을 총지휘하는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5년 간 김영춘-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으로 무려 6번이나 바꿨습니다. 특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재판도 없이 공개처형을 당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에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선군정치'의 상징인 국방위원회를 없앴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중시하는 정책은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이 것이 항구적 노선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이 실현불가능한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외부에서 돈과 기술, 물자를 들여와야 하는데 핵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 제재로 외부 자원을 들여오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녹취: 조봉현] “핵-경제 병진 노선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병진 노선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말인데, 불가능한 말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크게 악화된 상황입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321호에 찬성한 데 이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과거 노동당 39호실에서 근무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석탄 수출이 안될 경우 김정은 정권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만약 광물 수출이 중단되면 많은 탄광, 광산들이 문을 닫게 되고 그와 연관된 부문의 기업들과 회사들, 심지어 서비스하는 식당, 상점들까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제가 목격한 바에 의하면 노동당 행정부에 대한 숙청 사업이 진행되던 2013년12월부터 몇 개월 간 석탄 수출이 중단되자 평양 시내 장마당들과 식당, 상점, 봉사 부문들이 일제히 타격을 받아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 단계에서 확고한 군부 장악을 통해 권력 안정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갈수록 강화돼 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심화되는 고립, 경제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권 불안의 요소가 여전히 잠재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