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오바마케어 부분 폐지법안 부결...미식축구 선수 상당수 뇌에 외상 흔적

존 매케인(공화· 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7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만을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됐습니다. 이로써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폐지 노력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 소식 먼저 전해 드립니다. 이어서 국방비를 크게 늘리고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국가안보 지출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한 소식, 또 사망한 풋볼 선수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90% 가까이에서 외상 흔적이 포착됐다는 연구 보고서 내용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상원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노력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원이 오늘(28일) 새벽에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49-51로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은 전원과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과 수전 콜린스 의원, 존 매케인 의원, 이렇게 3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부결된 법안은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 조항과 의료장비 제조 업체에 부과하는 세금 등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의회 산하 초당적인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BO)은 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2026년까지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이 1천600만 명 더 늘어나고, 보험료는 20% 올라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진행자) 머카우스키 의원과 콜린스 의원은 앞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으니까, 매케인 의원이 결정표를 행사한 셈인데요. 매케인 의원이 지난 화요일(25일) 절차투표에서는 찬성표를 던져서 건강보험 개혁법안 논의가 시작될 수 있게 돕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매케인 의원은 이 법안이 그대로 대통령 서명을 받게 되는 사태를 우려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표결 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은 “처음부터 경쟁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며, 미국인들을 위한 의료 혜택을 개선하는 쪽으로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대체해야 한다”고 믿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표결에 부쳐진 수정안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매케인 의원이 표결 전에도 이런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매케인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론 존슨, 빌 캐시디 의원, 이렇게 네 명이 어제(26일) 수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수정안 그대로 하원을 통과해 법으로 제정된다면 “재난”이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요. 그러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상원 수정안 그대로 표결에 부치지 않을 수도 있다, 상원과 타협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그레이엄 의원 등 다른 세 의원은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매케인 의원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 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똑같은 법안을 통과시켜야만 대통령 책상에 올라갈 수 있죠?

기자) 맞습니다. 그동안 상원에서 표결에 부친 법안은 모두 하원 법안과 내용이 다릅니다. 따라서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됐다면, 하원에서 같은 법안을 새로 표결에 부치든지, 아니면 상, 하원 대표들이 모여서 타협안을 도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타협안이 각각 상, 하원을 통과해야 하고요, 그 다음에 대통령이 서명해야만 법으로 발효되죠.

진행자) 하원은 이미 지난 5월에 자체적으로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상원 법안과 하원 법안이 어떻게 달랐나요?

기자) 네, 하원 법안은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 조항과 부유층에 부과되던 세금을 없애고, 빈곤층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의 적용 대상을 크게 축소하는 게 골자였습니다. 상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처음에 나왔지만, 충분한 지지를 모으지 못해 법안이 사장됐고요. 이후 수정안과 2년 유예를 두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안, 또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만을 폐지하는 안을 각각 표결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된 겁니다.

진행자) 이번에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모두 부결된 것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에게 큰 패배가 아닐 수 없는데요. 매코넬 의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미치 매코넬(가운데· 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기자) 매코넬 대표는 표결 결과가 나오자 실망감과 함께, 전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매코넬 대표] “I regret that our efforts were not enough…”

기자)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는데요. 많은 민주당 의원이 축하하고 기뻐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바마케어 때문에 미국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이 자체 분열 양상을 보인 것과 달리, 민주당은 단합해서 전원 계속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민주당 쪽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다들 안도하는 분위기인데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녹취: 슈머 대표] “We are relieved but not for ourselves…”

기자) 슈머 대표는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인들을 위해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바마케어가 완벽한 것은 아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는데요. 오바마케어를 개선하기 위해 해당 위원회에서 정상 절차를 밟아 법안을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지난 2010년에 오바마케어가 도입된 이후 7년 동안 꾸준히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오바마케어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지 않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이번 부결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표결 직후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공화당 의원 3명과 민주당 의원 48명이 미국인들을 실망시켰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자신이 처음부터 말했듯이 “오바마케어가 자체 붕괴하게 하고 거래하자”며, “지켜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매코넬 대표는 오바마케어 관련 논의는 이제 중단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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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하원 소식 보겠습니다. 내년도 연방 정부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하원이 어제(27일) 국가안보 부문 내년도 예산안을 235-192로 승인했습니다. 총 7천880억 달러 규모로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18 회계연도 지출예산안의 일부인데요.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680억 달러 늘리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같은 증액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것보다 180억 달러 이상 더 많은 거죠.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일종의 착수금으로 16억 달러를 책정했는데요. 장벽 건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총 장벽 건설 비용은 2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앞서 설명해드렸듯이 미국에서는 법안이 상,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요. 같은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상원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 상당히 강한데,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장벽 건설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주의 공화당 상원의원들 가운데, 테드 크루즈 의원만이 유일하게 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벽 건설에 지나치게 돈이 많이 든다는 점, 또 장벽이 불법 이민자들을 막는 데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오는 10월에 예산안을 둘러싸고, 연방 정부 폐쇄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벽 건설 예산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국방부가 잠수함과 항공기, 탱크 등 거액이 소요되는 무기를 대거 구입할 수 게 허용하고 있고요. 군인들의 봉급을 2.4% 인상하고, 재향군인들에 대한 지원금 역시 5%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사일방어국에 대한 예산도 8억 달러 이상 늘렸는데요. 미사일방어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14기 더 구입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군은 빠르면 이번 주말에 사드를 이용한 미사일 요격 시험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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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운동 종목 중의 하나가 바로 풋볼(football)이라고 하는 미식축구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풋볼 선수들 뇌에서 외상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군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샌디에이고 차저스 경기 도중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 그렇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박진감 넘치는 풋볼의 경기방식에 환호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온몸과 머리를 격렬하게 부딪치다 보니 경기 도중에 일어나는 부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머리를 다쳐서 장애를 갖게 되거나 심지어 숨지는 일도 있었는데요. 미국에서 활동한 상당수의 풋볼 선수의 뇌에서 외상의 흔적이 발견됐고, 특히 프로선수들의 뇌에서는 대부분 외상 징후가 포착됐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뇌의 외상 징후라니,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바로 만성외상뇌병증(CTE)이라고 하는데요. 반복적인 뇌의 충격이 원인으로 알려졌고요. 기억상실과 방향감각 상실, 우울증, 판단력 저하를 가져오는, 일정의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진행자) 선수들의 뇌에 이런 뇌 질환의 징후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아낸 걸까요?

기자) 네, 보스턴 의과대학이 이미 사망한 풋볼선수의 가족들로부터 연구용으로 202명의 뇌를 기증받아 분석했습니다. 여기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띈 아마추어 선수들부터 프로선수로 뛴 선수들까지 포함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총 177명의 뇌에서 만성외상뇌병증이 발견됐고요. 특히 NFL이라고 하는 프로 미식축구리그에서 활동한 선수 111명 중에선 단 한 명을 제외한 110명의 뇌에서 외상뇌병증 징후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수치상으로만 보면, 풋볼과 뇌 손상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는군요?

기자) 네, 연구를 주도한 보스턴 의과 대학의 앤 매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풋볼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풋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성외상병증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키 박사는 또한, 풋볼 선수뿐 아니라 참전군인 등 뇌 충격에 노출된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말씀드린 대로 가족이 자발적으로 뇌를 기증한 경우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NFL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연구가 만성적인 뇌 질환 관련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만성외상뇌병증과 같은 뇌 질환의 원인과 관련해 여전히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NFL은 현재 현직 선수는 물론이고 전직 선수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광범위하게 협력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NFL은 소송 끝에 뇌 질환 선수들에게 보상하기로 한 바 있지 않았습니까?

진행자) 맞습니다. 사실 NFL 선수들의 만성외상뇌병증 문제가 대두된 것은 몇 년 전인데요. 지난해 NFL은 처음으로 풋볼과 뇌 손상의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뇌 손상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은퇴 선수들을 위해 보상금 1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