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지금] "북한, ICBM 개발 후 핵실험으로 선회"

  • 최원기

북한이 지난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 2차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일파만파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과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움직임과 발사 시기 등에서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과정에서는 한 가지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전 2주일 가량 종적을 감춘 사실입니다.

북한은 7월4일에 이어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을 발사했는데, 두 차례 모두 발사에 앞서 김 위원장은 공개활동을 중단했습니다.

7월4일의 경우 김 위원장은 13일 간 공개활동을 중단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 28일의 경우 13일부터 보름 간 사라졌다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5월 14일 북한이 신형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 화성-12형을 쏘기 전에도 8일 간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7일 장거리로켓 (미사일) 광명성 발사와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전후해서도 각각 9일과 6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당과 군부 관계자를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6자회담이나 핵실험 등 심각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경우 오랫동안 공개활동을 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미사일을 쏘기 전에 기술자, 당 간부들을 지도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지난달 4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 소식에 과학자, 기술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두 번째 패턴은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시점을 치밀하게 계산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최초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7월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또 두 번째로 화성-14호를 발사한 7월 28일은 북한이 ‘전승절’로 명명한 정전협정 체결 64주년 다음날이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도 미 독립기념일에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다며,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One Fourth of July I remember…"

북한은 또 미국과 한국의 평가와 언론보도를 의식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만한 작은 핵탄두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해 3월 소형화된 핵탄두의 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녹취: KCNA] “(김정은 위원장은)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는데 이것이 진짜 핵 억제력이라고, 조선 사람이 맘만 먹으면 못해내는 일이 없다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셨습니다.”

북한은 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자신들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진입 기술과 관련한 서방 전문가들의 부정적 분석을 염두에 둔 발표로 보입니다.

[녹취: KCNA] "최대의 가혹한 재돌입(대기권 재진입) 환경조건에서 말기 유도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확증했습니다. "

김진무 교수는 북한의 이 같은 발표가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북한 입장에서는 미완성인 핵무기이지만 미국을 향해서는 완성된 핵무기처럼 보여야 하는 선전전을 하는 것 아니겠냐.”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패턴 중 변화된 것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과 2009년의 경우 먼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가 이에 대해 의장성명을 채택하면 이를 빌미로 핵실험을 실시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1월6일 핵실험을 먼저 실시하고 수 십발의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또 9월에는 5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을 2발 발사했습니다.

또 올해의 경우 2월에 북극성-2 미사일을 시작으로 5월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그리고 7월 4일과 28일 화성 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지만 아직 핵실험을 실시하진 않았습니다.

워싱턴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 보다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In 2017 we have little bit complicated situation because not nuclear test…

김진무 교수도 북한이 중국의 압박 등을 의식해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어 핵탄두를 장착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중국은 그동안 미사일 쐈을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핵실험을 했을 때는 예외 없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했거든요, 북한의 선 미사일 후 핵실험 전략이 바뀐 것 아니겠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년 간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18년 간 두 차례의 핵실험과 1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년 간 세 차례의 핵실험과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