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다음달 1일 공식 발효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들은 이번 조치로 대북 지원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회 (AFSC)는 미국 국무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의 대니얼 재스퍼 대변인은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조치에 ‘인도주의 면제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미 행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재스퍼 AFSC 아시아 사업 담당관] “To really ensure that the administration hear our voice and we need to have humanitarian exemptions included in this travel restriction while we oppose the measure overall we hope they could include our feedback with respected restriction….”
이번 조치는 ‘급박한 인도주의적 고려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여행’ 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특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승인 없이도 이전처럼 방북을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미국친우봉사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시작된 이 청원운동에는 8일 현재 1천3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번 조치가 대북 인도주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지원은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돕고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친우봉사회를 비롯한 미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아직 분명치 않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스퍼 미국친우봉사회 대변인은 무엇보다 이번 조치의 문구가 매우 모호하고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재스퍼 AFSC 대변인] “I have a number of worries. Yes there’re humanitarian exemptions but the way it is currently written is very unclear to us. Compelling humanitarian considerations, that’s quite broad, we’re not sure how they’re defining compelling. Further, we’re not clear if there is appeal ”
이번 조치가 인도주의 활동과 관련해 몇 가지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문구가 매우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가령 ‘급박한 인도주의적 고려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여행’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급박’하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는 지적입니다.
매년 한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한 지원단체 대표도 8일 ‘VOA’에, 미국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가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여행금지 조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국무부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여권 발급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특별여권의 유효기간은 없는지, 특별승인 신청이 거부됐을 경우 항소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아직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구호단체 관계자도 ‘VOA’에, 북한 방문과 관련해 아직 분명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대북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방북을 위한 특별여권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방북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치로 대북 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친우봉사회의 재스퍼 대변인은 특별 방북 승인이 단 한 차례 방북만을 허용한다며, 방북을 위해 매번 특별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재스퍼 AFSC 대변인] “There are other logistical concerns that we have. We’ve noticed that in fact the special validation process allows for one trip, a round-trip ticket. That’s problematic for organizations like ours. We go twice a year to North Korea so we would need multiple entries. And this does impact our work greatly because one aspect of our work is monitoring…”
친우봉사회는 적어도 1년에 두 차례 방북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특별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또 이번 조치가 북한 내 분배감시 활동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재스퍼 대변인은 우려했습니다.
재스퍼 대변인은 분배감시 활동을 위해 중국인 관계자를 북한으로 보낼 수 있지만, 이는 미국인과 북한인 간 교류를 증진한다는 친우봉사회의 대북 지원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도 대북 사업을 위해 방북시 북한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미국 정부로부터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방북 절차가 너무 복잡해졌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을 위해 1년에 12 차례 이상 방북하는 민간단체 ‘원 그린 코리아 무브먼트’의 이춘호 사무총장도 ‘VOA’에, 이번 조치로 대북 지원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호 원그린 코리아 사무총장] “분명히 제한은 있겠죠. 직접 지원하는 사업에 있어서 위축될 것이고요. 북한에 나무 심기 사업을 위해 단체로 방북해야 할 경우 승인이 안 날 수도 있고…”
미국 내 이산가족들의 방북이나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사업 관련 여행 등이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대니얼 금 대표입니다.
[녹취: 대니얼 금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대표] “Congress has their own, and State Department has their own, those are two competing piece of legislation….. ”
미 하원 소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여행 통제법안은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의 방북을 예외로 허용하고 있지만,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 하원의 북한여행 통제법안은 구호요원이나 기자, 비정부기구 관계자, 전문가 등 북한 상황을 알리는 목적의 방문은 예외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적십자 요원이나 미국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관계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재무부의 허가를 받은 사람들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스퍼 대변인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 하는 경우 특별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국무부의 예외조항에 이산가족 방문이나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관련 여행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니얼 금 대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이산가족 상봉 추진 사업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금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대표] “Travel ban introduces another hurdle for divided family….”
‘재미이산가족상봉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도 8일 ‘VOA’에,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이산가족 대상자들이 민간 차원으로 북한 내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저희 이산가족 분들이 60대, 70대, 80대 입니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움직일 수 있을 때 북한에 있는 가족을 보러 민간 차원으로 방북을 해왔는데, 이제 이 분들의 길이 막히게 되는 거죠.”
금 대표는 국무부의 조치와 관련해 여전히 많은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국무부가 아직 정확한 지침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씨가 사망하자 미국에서는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승인했습니다.
국무부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무부는 미국 내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에 방북 횟수와 구체적 지원 활동,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게 될 경우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문의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또 이메일 (PRA_BurdenComments@state.gov)이나 팩스를 통해 이번 조치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 국무부 영사국의 애쉴리 개리거스 대변인은 8일 이번 조치와 관련된 미국 내 비정부기구들의 우려에 대한 ‘VOA’의 질문에, “북한 내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 우려가 증가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여권을 갖고 북한을 여행할 경우,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한 모든 여권은 무효” 가 됩니다. 인도주의나 미국 국익에 부합되는 이유 등으로 북한을 방문하려는 개인은 미 국무부로부터 특별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개리거스 대변인은 특별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는 관보에 게재돼 있다며, 이번 조치가 발효되는 9월1일 이후 특별여권을 신청하는 방법에 대한 추가 정보를 웹사이트 (travel.state.gov)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연방 관보에 게재된 ‘제한된 국가나 지역으로 여행하기 위한 승인 요청 정보’ 따르면 인도주의 관련 방북을 위해서는 매번 특별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17/08/02/2017-16286/notice-of-information-collection-under-omb-emergency-review-request-for-approval-to-travel-to-a)
특별승인 신청은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할 수 있으며,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 신상 정보와 신분증 앞 뒷면 사본을 제출해야 합니다. 또 자신의 방북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설명하는 진술서와 함께 이를 증명하는 문서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국무부에 의해 연장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1년 간 유효합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