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보고서 "기후변화 인간 책임"...트럼프 “마약과의 싸움서 승리할 것"

여름휴가중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8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기후 변화와 관련한 미국 연방정부 보고서가 작성됐는데요.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에서 기인한다는 증거가 충분하고, 미국인들이 이미 그 영향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 내용 먼저 살펴보고요. 최근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숨지는 사람이 증가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한 소식, 또 트럼프 기업에 대한 연방 정부 지출과 관련해 민주당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 보고서 내용이 알려졌는데요. 미국이 과거보다 상당히 더워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평균기온이 1980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고 또 과거 1천500년을 통틀어 최근 몇십 년이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지난 월요일(7일) 연방 정부 보고서를 입수해 전한 소식인데요. 연방 정부 13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현재 기후 변화의 영향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이미 느끼고 있다면 실제로 기후 변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말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 초안은 기후 변화의 증거가 대기층 꼭대기부터 심해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과학자가 수천 건의 연구 논문을 통해 내린 결론을 보면, 지상과 공중에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활동,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란 증거가 넘친다는 겁니다.

몬태나주 콜스트립의 화력발전소에서 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진행자)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적정온도 이상으로 상승시켜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각종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는 따라서 인간이 당장 대기 중에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고 하더라고, 21세기 말에는 세계 온도가 지금보다 최소한 섭씨 0.3도 올라가고, 실제로는 최고 섭씨 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초안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고요?

기자) 네, 이 보고서는 4년마다 의회가 위임해 진행하는 ‘국가기후평가’의 일환인데요. 미국 국립과학원의 서명을 거쳐,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행정부 장관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 같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증거가 불분명하고 또 기후 변화 효과 예측 능력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부터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 변화협정이 미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준다며 지난 6월 1일 이 협정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스콧 프루이트 환경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 변화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탈퇴를 결정하기 전에 기후 변화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들었고 신중히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지난 금요일(4일) 유엔에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죠?

기자) 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기 위한 적합한 조건을 찾기 전까지는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는데요.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그럼 언제 공식적으로 공개될까요?

기자) 이 보고서는 이달 18일까지 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프루이트 청장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온실가스로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이 염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치되는 이 첫 번째 보고서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요. 일부 과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바꾸거나 숨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현재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활동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 역시 이번 보고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4년 평가 이후 나타난 극심한 기후 현상과 인간 활동의 연관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보고서는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일부 극심한 가뭄과 인간 활동의 연관성에 대해 ‘복잡하다’고 묘사하고 있는데요. 장기간의 극심한 가뭄이 많이 있었지만, 지구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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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라며 ‘일하는 휴가’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8일)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를 다루기 위한 브리핑을 열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톰 프라이스 보건후생부 장관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또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등이 참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8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오피오이드' 관련 브리핑 후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녹취: 트럼프 대통령] “Drug overdose is now the leading cause…”

기자) 약물 과다 복용이 미국에서 사고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건데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지난 1999년 이후 거의 네 배로 뛰는 등 여태껏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프라이스 보건후생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숨진 미국인의 수는 5만2천 명에 이릅니다.

진행자) 왜 이렇게 중독자가 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마약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문제라는 건데요. 지난 2011년에서 2016년까지 마약 관련 범죄로 기소된 사람의 수가 23% 줄었고, 마약 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도 낮아졌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약 사범 수천 명을 조기 석방하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사법 개혁의 일환이었는데요. 과거 미국 법원이 마약을 단순히 소지한 사람에 대해서도 장기 징역형을 선고해서 미국 교도소에 수감자가 넘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연방 교도소 수감자의 절반이 마약 사범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마약 사범의 형기를 줄여주거나 선고 형량을 가볍게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현상을 되돌리겠다고 말했고요. 미국이 오피오이드와 헤로인 등 마약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떤 식으로 마약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건가요?

기자) 마약 중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는데요.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해왔듯이 마약 중독 문제를 국경 강화에 연결시켰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많은 양의 마약이 유입된다면서, 남쪽 국경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고요. 또 중국에서 특정 종류의 합성 마약이 들어오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다른 나라와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기자) 그런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이끌고 있는 ‘오피오이드위기위원회’가 지난주에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9.11 테러 때 숨진 사망자 수와 같은 수, 그러니까 약 3천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3주마다 마약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건데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스 보건후생부 장관은 현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프라이스 장관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녹취: 프라이스 장관] “A strategy that includes making certain that…”

기자) 보건후생부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직 논의 중이며, 오피오이드 중독 예방과 치료, 회복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건데요. 비상사태 선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프라이스 장관은 말했습니다. 프라이스 장관은 또 국립보건원(NIH)이 약물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과 중독성이 없는 진통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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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민주당이 연방 정부와 트럼프 사업체 거래에 관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부동산 기업인 출신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여러 곳에 트럼프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과 사업체가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연방 정부가 트럼프 사업체에 어느 정도나 돈을 썼는지, 또 트럼프 기업이 대통령 덕분에 이익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조사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에서 조사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식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건가요?

기자) 이번 조사는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 18명이 어제(8일) 15개 정부 부서와 9개 독립 정부 기관에 편지를 보낸 건데요. 트럼프 기업이 소유하고 있거나, 트럼프 기업과 관계있는 사업체에 지불한 돈의 내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이 편지가 조사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대통령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인지 알기가 불가능하다며 8월 25일까지 서류를 제출하라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가 트럼프 기업 소유 시설을 이용한 일이 있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그동안 언론이 보도한 데 따르면, 국무부가 캐나다 뱅쿠버에 있는 트럼프 호텔 방을 19개를 예약해 사용한 일이 있었고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 씨가 사업차 출장할 때 경호원들이 동행하는 데 여기에 세금이 들어갑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플로리다와 뉴저지 주의 휴양지를 방문할 때도 세금이 들어가죠.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에 주택도시개발부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경영권을 장성한 자녀들에게 넘겼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