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북한 '꽃제비' 실상 담은 연극, 미국 순회 공연

한국 내 탈북자단체가 '나우'가 미국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출처= 나우 웹사이트.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단체가 북한 `꽃제비'들의 삶을 연극으로 재연해 미 주류사회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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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북한 '꽃제비' 실상 담은 연극, 미국 순회 공연


“이 곳에는 삶도 희망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 국경을 넘어서면 희망과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도 갈 수 있고, 다른 아이들처럼 놀 수 있습니다. 구걸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보안원의 심한 구타에 신음하다 겨우 목발을 짚고 일어나는 장애인 꽃제비가 부르짖는 고백입니다.

무대 위에는 굶어 죽은 꽃제비와, 그 주검 앞에서 통곡하는 꽃제비 등 북한의 꽃제비들의 삶이 재연됩니다.

꽃제비는 먹고 잘 곳이 없이, 거지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도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북한 내 꽃제비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 ‘나우’의 창작극 ‘We are Happy-우리는 행복합니다’가 미국 내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합니다’는 이 단체가 지난 5월 한국에서 길거리 공연을 통해 보여준 작품 등을 영어로 각색한 연극입니다.

[현장음: 지난 5월 길거리 공연 당시]

꽃제비로 살았던 이 단체의 탈북자 청년들은 실제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는데요, 나우의 지성호 대표는 `VOA'에, 북한의 아동인권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것이 공연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북한 실상 중에서도 아동들의 삶에 대해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데요, 북한은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북한에서는 왕이라고 이야기 했었죠. 하지만 실제 삶은 피폐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그것을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기들이 분장하고 미국의 국민들에게 북한 아동인권을 보여주기 위해 가게 됐습니다.”

지 대표는 이번 여정의 첫 방문지가 오하이오주라고 말했는데요,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귀국한 뒤 곧바로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지 대표는 미주 공연은 오토 윔비어의 묘소에서 헌화를 시작으로 진행된다며, 탈북자들이 미국인 학생의 허망한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오토 웜비어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꽃제비 청년들이 마음이 아팠고요. 이 것을 통해 미국 국민들이 북한 아동들의 삶,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려고 하는 북한의 현실을 더 알 필요가 있고, 그것에 침묵하면 제 2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연극을 보고, 북한의 아동권리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주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영어창작극인 ‘우리는 행복합니다’에는 4명의 꽃제비와 2명의 보안요원, 그리고 장마당 장사꾼 등이 등장하는데요 꽃제비 역할은 실제 북한에서 꽃제비로 살았던 청년들이 맡았습니다.

지난 1999년에 탈북해 2007년에 한국에 입국한 이춘범 씨는 자신은 두부를 훔쳐먹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북한에서 자신이 훔친 식량으로 가족들이 먹고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흥남 항, 흥남비료공장에서 옥수수를 훔쳐먹었던 적이 있었어요. 12살부터 14살까지. 그렇게 훔치면 좀 괜찮은 정도면 3일까지는 하루에 한 끼씩 먹죠. 아버지와 누나가 있었거든요.”

이 씨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배고팠던 경험을 떠올리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오랫동안 짓누르는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범] “열 세살 때, 98년도에 꽃제비 할 때, 겨울이었어요. 2일 정도 굶었던 적이 있었는데 8살짜리로 보이는 작은 애가 엄마를 자꾸 2일 동안 부르더라고요. 꽃제비가. 워낙 많다 보니, 익숙해졌죠. 근데 3일쨰 되는 날에 옥수수를 훔쳐서 지나가는데, 그걸 먹으면서 그냥 지나쳤어요. 그 다음날 없더라고요. 겨울에 3일 동안 한 자리에 있으면 힘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아 죽었구나 생각했었거든요.”

이 씨는 이런 꽃제비들이 북한 땅에 살고 있다면서 연극을 통해 북한의 아동권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커지길 희망했습니다.

[녹취: 이춘범]”북한에 대해서 실제적으로 잘 모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게 북한이라는 게, 북한에 대해서 좀, 실제적인 정치권에 대한 것만 보지 말고, 사회적인 거 주민들의 생활에 관심을 갖고. 좀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이번 연극의 연출은 한국에서 뮤지컬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엄태리 씨가 맡았는데요, 탈북자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울며 연습한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엄태리]”마지막에 꽃제비 누나가 굶어 죽는 장면이 있는데, 항상 마음이 아파서 울어요. 그런 건 요구하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인들 기억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엄 연출자는 미 주류사회에 꽃제비들의 삶을 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탈북자들의 이런 노력과 메시지가 북한에 있는 꽃제비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엄태리]”너무 아프고 힘든 상황이 계속되기를 너무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게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는 이야기들을 재현한 거 밖에 안돼서,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내 기관과 단체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나우의 첫 연극공연은 오하이오주 볼링그린대학교에서 열립니다.

이 학교의 공연 준비와 진행은 교육심리학과 방혜영 교수가 맡았는데요, 방 교수는 교내 250석 극장에서 공연이 이뤄진다면서 북한 내 아동인권에 대해 미국사회와 한인사회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방 교수는 교수진과 학생들, 그리고 한인사회 역시 연극과 토크쇼가 어우러진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꽃제비들의 삶과 북한 아동인권 문제를 다룬 나우의 ‘우리는 행복합니다’ 미주 공연은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오하이오주를 시작으로 열립니다.

이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뉴욕 시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유엔회관 등을 거쳐 워싱턴 디씨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