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한국 문재인 정부가 지난주 출범 1백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1백일 동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공조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박형주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백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북 조치에 나서든 한국과 협의하고 동의를 받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국 문재인 대통령] “모든 옵션에 대해서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 그렇게 약속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군사적 옵션’을 거론한 것은 북한을 압박하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간 북 핵 문제 해법에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국 문재인 대통령]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군사적 옵션을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미국 `CNN’ 방송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대북 군사 행동을 암시하는 듯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rth Korea best not make any more threats to the U.S. They will be met with fire and fury like the world has never seen”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분노와 화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트위터에“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는 글을 남기며 북한을 향한 경고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에 맞서 북한도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사격’ 위협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양측 모두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미-북 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효과음: 미국 CNN 관련 보도]
이후 미국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경제적,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도‘괌 포위사격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 고조된 `한반도 안보 위기’는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미국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행정부 내 사전조율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행정부 내에서 상반된 대북 발언이 나오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내 일부 언론과 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조치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배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또 미-한 외교 고위 당국자들도 15일 전화통화를 갖고 “미국의 모든 대응 조치는 동맹 차원에서 한국과 긴밀히 조율할 것”이란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국무부는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기회있을 때 마다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7월 초 열린 두 정상 간 첫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On a range of diplomatic security and economic measures to protect our allies and our own citizens form…”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최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장으로 이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원하던 “한반도의 평화통일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부분도 반영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정상회담은 우려됐던 불협화음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두 정상 간 좋은 출발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양국 관계의 최대 시험대로 여겨졌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도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기초한 합의로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함으로써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대 압박’에 방점을 찍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 병행과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구체적 현안과 쟁점에서 차이를 드러낼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같은 차이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당국회담 개최를 제안하며 드러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과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을 동시에 제안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서주석 차관입니다.
[녹취: 서주석 차관/ 한국 국방부]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합니다.”
같은 날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남북회담 제안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이야기이니 한국에 물어보라”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숀 스파이서 / 백악관 대변인] “Well, obviously those comments came ou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I would refer you back to them.”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대화를 위한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히며 한국의 남북대화 추진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해 국무부의 입장은 더욱 완고했습니다.
그레이스 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 7일 “북한의 도발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지난해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최 / 국무부 동아태 대변인] “We support the 2016 decision to shut down the Kaesong Complex in the face of the DPRK’s destabilizing and provocative actions.
최 대변인은 특히 모든 나라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측의 대화 제의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백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가 필요하지만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적어도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멈추고, 역내 안정을 흔드는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선의를 보이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국면 전환’을 위한 일종의 조건으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한 양국이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협상이나 대화에 나설지 큰 틀에서 공조를 이뤄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과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문재인 한국 정부의 의지 등은 좀더 정교하게 조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