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의지...비밀경호국 예산 고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컨벤션센터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22일) 애리조나주에서 연설했는데요. 국경 장벽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언론이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잦은 여행으로 비밀경호국의 예산이 고갈된 상태라는 소식, 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이버보안대를 창설하기 전에 의회에 먼저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상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22일) 서남부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방문하고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는데요.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시간 20분 동안 연설하면서 언론을 거세게 비난하는 한편, 국경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의회에서 장벽 건설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22일 피닉스컨벤션센터 지지자 집회 연설 도중 숨을 고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ild that wall. Now the obstructionist Democrats…”

기자)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연방 정부 폐쇄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상원에서는 법안을 최종 표결에 부치려면 전체 의원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대 민주당 의석 배분이 52-48이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 8명이 모든 법안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애리조나주는 멕시코와 국경을 마주하는 곳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국경 마을도 방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집회에 앞서 애리조나주 유마에 있는 해병대 기지와 세관국경보호국(CBP) 시설을 방문했는데요. 무인정찰기와 헬기 등을 둘러보고,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국경 경비에 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한 톰 호먼 이민세관집행국(ICE) 국장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취한 국경 강화 조처가 효과를 보고 있다며, 장벽 건설 예산 등 추가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며 비난해 왔는데요. 어제(22일) 언론을 거세게 비난했다고요?

기자) 네, 언론인들을 가리켜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Just like they don’t want to report…”

기자) 자신이 증오와 편견, 폭력을 격하게 비판하고, 신나치주의자들과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난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사태와 관련한 얘기인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2일, 남부연합 지도자의 동상 철거와 관련해 이에 항의하는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차를 몰고 군중에 돌진해 1명이 사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같은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2일) 연설에서 논란을 가져왔던 자신의 발언, 그러니까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전 경찰국장을 사면할지 모른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이날(22일) 당장 사면을 단행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사면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but I won’t do it tonight because…”

기자)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오늘 하진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었는데요. 하지만 조 아파이오 전 국장은 마음 놓아도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아파이오 전 국장은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국장을 지냈는데요. 법원의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 금지 명령을 어긴 혐의로 지난달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인종 프로파일링’은 인종에 근거를 둔 차별 행위를 말합니다.

진행자) 그밖에 또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북한 문제도 언급됐습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나프타(NAFTA) 개정을 위한 재협상을 진행 중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마도 결국에는 나프타를 폐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면서 어쩌면 “뭔가 긍정적인 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제(22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지 않았습니까? 앞서 피닉스 시장이 방문을 취소하든지 연기해달라고까지 요청했었는데, 상황이 어땠나요?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컨벤션센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설 현장에 입장하려던 지지자가 고무총탄에 맞았다며 팔의 상처를 VOA 취재진에게 보이고 있다.

기자) 네, 집회가 열린 체육관 주변에 수천 명이 모여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샬러츠빌 발언에 항의하면서, 집회장에 들어가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고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장벽을 세워라(Build that wall!)”고 외치며 맞섰습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에는 일부 시위자가 경찰을 향해 돌과 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로 번졌습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는데, 부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애리조나 최대 신문인 ‘애리조나리퍼블릭(The Arizona Republic)’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합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왔다면 실패했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CNN 방송 진행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언론을 계속 공격하자 사실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훌륭한 연설이었다며 열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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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22일) 애리조나주를 방문했는데, 이렇게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경호원들이 따라다닙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도 함께 경호를 받는데요. 대통령과 그 가족의 경호 책임을 지는 비밀경호국이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 경호 예산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라고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 국장이 밝혔습니다. 앨리스 국장은 지난 월요일(21일) 발표한 성명에서 1천100명에 달하는 요원들의 연봉과 시간 외 수당 금액이 연방 정부가 정한 상한선에 도달했다고 말했는데요. 앨리스 국장은 앞서 유에스투데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처음 이런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예산이 바닥 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앨리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경호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전반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부터 지금까지 경호원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등 시간 외 근무가 늘었다는 겁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 이탈리아 시실리아 방문을 수행하고 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대가족이긴 하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차례 결혼을 통해 3남2녀를 두고 있고요. 장성한 자녀들의 배우자와 자식들까지 모두 18명이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가족 등 백악관 경호팀이 경호하는 사람의 수는 모두 42명에 달하는데요.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는 31명이었는데, 그보다 10명 이상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자주 비우고, 다른 곳을 방문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부동산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포함해 미국 여러 곳에 휴양지와 골프장 등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거의 주말마다 플로리다와 뉴저지, 또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골프장 등을 찾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경호원들의 숙박비 등 추가 경비가 발생하고요. 또 성인 자녀들이 외국으로 출장이나 휴가를 갈 때 경호원이 동행하는 데도 많은 예산이 듭니다. 미국 연방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의 마라라고리조트를 한 번 방문할 때마다 300만 달러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진행자) 예산이 바닥났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상황인가요?

기자)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앨리스 국장은 요원 1명당 16만 달러인 연간 보수 상한선을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18만7천 달러로 높여줄 것을 미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의회가 이런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약 130명의 경호요원들은 수백 시간에 달하는 수당을 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시간 외로 일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면, 경호 요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사실 최근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대거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1년 동안 800명을 새로 채용됐지만, 많은 요원이 빠져나가면서 총 인원은 3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앨리스 국장은 힘든 상황이지만, 대통령과 그 가족을 보호하는 건 법으로 규정된 일이기 때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거의 10년 전부터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앨리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다음 달에 열리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경호원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거의 150개국 정상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모이는데, 이들의 경호를 위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파견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월요일(21일) 성명에서 행정부가 의회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연방 의회에서도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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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러시아와 사이버보안대를 창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의회에서 제동에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이버보안대를 창설하려면, 먼저 의회에 알려야만 합니다. 어떤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할지, 첩보활동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있다면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등을 미리 보고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런 내용을 담은 정보수권법안이 지난 7월에 찬성 14표 대 반대 1표로 상원 정보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정보 관련 법안이니만큼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최근에야 일부 그 내용이 공개된 겁니다.

진행자) 사이버보안대 창설은 지난 7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뒤 밝힌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러시아가 해커들을 동원해 민주당 전산망을 해킹하는 등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까? 또 현재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이버 보안을 위해 협력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는데요. 의회 생각은 많이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나라로 보는 의원들이 많은데요. 연방 의회가 러시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고요.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오히려 악화된 상황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