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정부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일대를 경제개발특별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태풍 ‘하토’가 중국 남부로 진입했고요. 이어서,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필리핀을 방문한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방에 새로운 경제특구를 지정했다고요?
기자) 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극동지방 쿠릴열도 일대에 경제특구를 만들기로 하고, 남쪽 '시코탄' 섬에 '선도개발지구'을 조성하는 총리령에 어제(23일) 서명했습니다. 오늘(24일) 타스통신과 스푸트니크를 비롯한 주요 현지 언론이 자세한 내용을 전했는데요, 시코탄 섬을 포함한 지역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즉각 항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가 만드는 새 경제특구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먼저, 새롭게 조성되는 '선도개발지구'에는 러시아 업체가 74억 루블(미화 약 1억2천500만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수산물 가공단지를 짓는데요. 여기서 나오는 제품들을 가까운 일본과 한국, 중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또 단지 주변에 다양한 업체들이 입주하도록 면세구역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고요, 오가는데 불편이 없도록 부두 시설도 새로 짓고, 배가 닿는 곳의 수심을 더 깊게 만드는 공사도 2020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어제(23일) 사할린 주 정부 청사를 방문해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할린과 극동 지역 발전을 위해 새 경제특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업체뿐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유치할 계획이라고요?
기자) 네. 러시아 정부와 사할린 지역 당국은 쿠릴열도 경제 특구에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홍보와 교섭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쿠릴열도가 어떤 곳이길래, 새 경제특구를 만드는 거죠?
기자) 쿠릴열도는 러시아 동쪽 끝, 사할린 주 정부 관할 아래 있는 지역입니다. 위로는 캄차카 반도에서 아래로 일본 열도 북쪽까지 이어지는 56개의 작은 섬들인데요. 동쪽으로는 태평양을 곧바로 접하고, 서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과 한반도와도 가까워서 어업과 해상 물류에 유리합니다. 관련 사업을 특화시킨 경제개발특별구역 지정을 러시아 당국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는데요.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이 몰려있는 서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러시아 극동지방에 복합산업기지를 조성해 국내외 업체들을 모으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 정부가 쿠릴열도 경제특구 지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새 경제특구 지정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무시한 것”이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습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제3국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앞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언론에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이유는요?
기자) 러시아 정부가 ‘선행개발구역’을 조성하는 ‘시코탄’ 섬을 포함해,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투룹(에토로후), 하보마이 군도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쿠릴열도 4개 섬을 일본에서는 ‘북방영토’라고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양측 국경을 확정한 ‘일·러 통호조약’ 등을 근거로 이들 섬이 일본 고유 영토에 해당한다며 러시아 측을 상대로 줄곧 ‘반환’을 요구해왔고요. 특히 아베 신조 정부는 ‘북방영토 반환’을 평화헌법 폐지와 함께 역점 정책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북방영토’를 러시아가 2차대전 승전 전리품으로 가져갔지만, 되찾아야할 땅으로 보는 겁니다.
진행자) 정부가 강하게 항의했는데, 일본 언론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러시아 당국의 조치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잇단 정상회담을 통해, 2차대전 이후 마무리 짓지 못한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 ‘북방영토’ 반환 현안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북방영토(쿠릴 4개섬)’에 대해서는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 수위를 낮추기 위해 두 나라가 공동 경제개발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러시아 정부가 갑작스럽게 단독으로 경제특구 지정을 발표했다는 게 일본 매체들의 주장입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일본 언론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요미우리 신문은 “다음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중 진행될 일· 러 정상회담 전에 일본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이번 특구 지정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이번 쿠릴열도 경제특구 지정을 정당한 주권 행사로 설명하면서, 일본 측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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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얼마 전 지진 때문에 큰 인명 피해를 냈던 중국에 이번에는 강한 태풍이 상륙했군요?
기자) 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태풍 ‘하토’가 홍콩과 마카오 등 중국 대륙 남부를 지나면서 최소한 16명이 숨지고 수백명의 부상자를 냈습니다. 오늘(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에서는 주민 2만7천여명에 대한 소개령이 발동됐고요, 190만 가구의 전력공급이 끊겼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태풍이 53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전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어느 정도 길래 53년만에 가장 센 태풍이라는 건가요?
기자) 많은 비 때문에 축구장 900개 면적에 해당하는 농지가 물에 잠겼다고 광둥성 당국은 발표했습니다. 가로수들이 도로 위로 쓰러져 주요 도시의 교통이 마비된 상태이고요, 집이나 큰 건물 안으로 피한 사람들도 유리창을 뚫고 물이 들이쳐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소개령을 내렸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인민해방군 병력이 현지에 급파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태풍이 광둥성에 들어가기 전에는 더 큰 피해를 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광둥성 남쪽에 있는 마카오에서는 앞서 강한 바람에 60대 노인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 등 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넘는 주민들이 다쳤습니다. 항구도시인 홍콩에서는 도심 주요 거리에 바닷물이 들어 차, 주민과 자동차들이 휩쓸리면서 120명 이상 부상자를 냈는데요. 홍콩 당국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태풍 최고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진행자) 홍콩의 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요?
기자) 태풍 ‘하토’로 인한 물적 피해가 홍콩에서만 최대 80억 홍콩달러(미화 약 10억 2천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홍콩을 오가는 여객기 운항이 한꺼번에 중단되고 증권거래소 등도 문을 닫았는데요. 이 때문에 홍콩의 관광, 금융 분야와 엔터테인먼트(문화·연예) 산업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태풍이 점점 중국 대륙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중국 정부가 긴급 대응태세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네. 중국 중앙기상대는 올해 처음으로 태풍 홍색경보를 발령하고, 폭우 주황색 경보도 동시에 내놨습니다. 태풍 ‘하토’는 지금 시속 20km 정도 빠르기로 북서부로 이동중인데요. 오늘(24일)은 광시장족자치구로 진입해 강도는 다소 약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광시에서는 내일까지 폭우가 이어질 전망인데요, 광둥성에서와 같은 전기 공급 차단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업체 관계자 1만5천여명이 비상대기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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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이 만났군요.
기자) 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 수요일(23일) 필리핀을 방문했습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오후 필리핀 대통령궁인 말라카냥궁을 방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등 미국 관리들이 참석했고요. 필리핀 측에서는 알란 카예타노 외무장관을 비롯한 여러 각료들이 배석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과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북한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인 중국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청취했는데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우려하고 있느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질문에 해리스 사령관은 "나는 우려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해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시 주석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도록 중간에서 말해달라는 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주장이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아세안은 물론이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조차 시 주석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으며, 실제로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큰 기여는 시 주석의 개입"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해리 해리스 태평양군 사령관은 필리핀 방문에 앞서 한국을 방문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해리스 사령관은 한국에서 이번 주 월요일(21일)부터 시작된 미-한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참관하기 위해 훈련 전날인 20일,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송영무 한국 국방부 장관, 정경두 신임 합참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 위협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고요.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친 후 필리핀으로 이동한 겁니다.
진행자) 미국은 그동안 필리핀의 강력한 우방이었는데요.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후로는 조금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보여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단속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즉결 처형 등을 자행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고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비판하면서 미국과 필리핀의 외교 관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후 필리핀은 중국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해리스 사령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사회 기간시설 분야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같은 날 중국 경제계 관리들과도 만남을 가졌군요.
기자) 네, 해리스 사령관과의 회담에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국영 '교통건설국(CCCC)' 관리들을 접견했는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말라카냥궁을 방문한 이들을 열렬히 환영하면서 감사를 표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도로와 철도 등 국가 기간사업을 추진하는 데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현재 필리핀과 중국 간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가 여전히 갈등 요소로 남아있는데요.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측에 남중국해 공동 개발 등을 제안하는 등 경제적 실리부터 챙기겠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