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무장관 "국가기념물 철회 없을 것"...플로리다, 18개월 만에 사형 집행

애리조나주에 있는 버밀리온 클리프 암석지대 국가기념물 전경.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내무부가 현재 정해진 국가기념물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특정 기념물의 범위를 축소하고, 일부 개발을 허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립니다. 플로리다 주에서 18개월 만에 사형이 집행됐는데요. 새로운 약물 사용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또 미국에서 복권 당첨금 사상 역대 2위에 해당하는 7억5천900만 달러 당첨자가 나왔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내무부가 그동안 국가기념물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였는데요. 그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이 어제(24일) 국가기념물 변경에 관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는데요. 현재 지정된 국가기념물을 철회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념물의 범위를 줄일 것을 권고했고요. 사냥이나 낚시 등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석유나 개스 시추, 광산 개발 등 일부 개발을 허용할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내무부가 재검토에 들어갔던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죠?

기자) 네, 지난 4월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기념물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이에 따라서 내무부가 27개 국가기념물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국토를 국가기념물에 지정한 것에 대해 막대한 연방 영토를 차지하는 행위라며 비판했고요. 연방 정부의 권한 남용이라면서 주와 주민들에게 그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워싱턴 내무부 청사에서 국가기념물 지정 재검토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와 주민들에게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는데, 당시 행정명령이 나온 배경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자원개발과 관계가 있습니다. 국가기념물로 지정되면 해당 구역을 개발할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가기념물 범위 내에서는 자원을 캐내거나 건물을 마음대로 지을 수도 없는데요. 환경보호운동가들은 환영하는 일이지만, 지역 정치인이나 주민들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며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징키 내무장관은 국가기념물 지정으로 해당 지역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소득이 줄었다는 민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국가기념물로 지정되면 해당 구역을 개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국립공원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국가기념물과 국립공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국가기념물은 아름다운 자연이나 역사적,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정하는데요. 국립공원과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좀 더 작다는 점입니다. 또 국립공원은 의회에서 법으로 제정해야 하는데, 국가기념물은 대통령 권한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전임 대통령들이 지정한 국가기념물들을 폐지는 하지 않지만, 일부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내무부가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념물이 축소 대상에 올라 있습니까?

지난 5월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의 유타주 '베어스 이어스' 방문에 맞춰 인근 주민들이 국가기념물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기자) 네. 징키 장관이 구체적인 기념물을 언급하진 않아서 확실히 알 수는 없는데요. 앞서 징키 장관은 유타 주에 있는 베어스이어스 국가기념물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언덕 두 개가 곰의 귀처럼 서 있다고 해서 ‘베어스이어스’란 이름이 붙은 곳인데요.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입니다. 그 외 역시 유타 주에 있는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티, 메인 주의 캐타딘숲 등이 축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징키 장관이 보낸 보고서를 받았다면서, 현재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환경보호운동가들은 국가기념물 지정이 철회될 것을 우려해 왔는데요. 이번에 철회되는 것은 없으니까, 최악의 사태는 면한 것인가요?

기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베어스이어스 지역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미국 원주민 인디언 단체는 만약 베어스이어스 국가기념물 범위가 조금이라도 축소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에 대비해 법정 다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베어스이어스 국가기념물 지정 철회 운동을 벌여왔던 공화당 소속 마이크 노엘 하원의원은 좋은 타협안이라면서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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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동남부 플로리다 주에서 사형이 집행됐다고요?

24일 플로리다에서 약물 주입으로 사형이 집행된 마크 어세이.

기자) 그렇습니다. 18개월 만에 처음인데요. 어제(24일) 저녁에 53살 백인 남성 마크 어세이 씨의 형이 집행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어세이 씨는 지난 1987년에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서 30대 흑인 남성과 20대 중남미계 혼혈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요. 미국 비영리 단체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에서 백인 남성이 흑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사형 집행이 특별히 주목 받은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에서 지금까지 사형 집행에 사용된 일이 없는 새로운 마취제 에토미데이트(etomidate)가 처음으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형은 약물 주사 방식으로 실시됐는데요. 약물 주사 처형에는 고통을 느낄 수 없게 하는 마취제와 신체를 마비시키는 약물, 또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물, 이렇게 세 가지 약물이 사용되는데, 그 중 첫 단계에 새로운 약물이 사용된 겁니다. 플로리다 주 교정국은 이날 사형 집행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에서 약물 주사 처형에 사용되는 약물을 놓고 큰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동안 사형 집행에 널리 사용됐던 미다졸람(midazolam)이란 마취제가 제대로 들지 않아서, 사형수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다졸람 사용이 잔인한 방식의 처형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따라, 소송이 제기됐는데요. 대법원에서 위헌이 아니란 결정이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이 사형집행용으로 미다졸람 공급을 거부하면서 약물을 구하기 힘들게 됐는데요. 이번에 플로리다 주가 새로운 마취제 사용을 시도한 겁니다.

진행자) 새로운 약물 사용에 대한 저항은 없었습니까?

기자) 있었습니다. 어세인 씨의 변호인들은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했을 때 환자들에게 고통을 일으킨 일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어세이 씨가 고통을 느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새 약물의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플로리다 주의 사형 판결 방식을 놓고도 문제가 있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 플로리다 주에서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아니라, 판사가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해 미국 대법원은 이 같은 제도가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플로리다 주 의회가 사형 판결은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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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거액의 복권 당첨자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한 복권 판매점에서 ‘파워볼’의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파워볼은 미국의 대표적인 복권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번 당첨금은 무려 7억5천9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복권 추첨 사상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큰 금액인데요. 지난 6월 이후 20회 넘게 계속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첨금이 이렇게 불어난 겁니다.

진행자)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기자) 메이비스 완직크 씨로 지역 병원에서 일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50대 여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완지크 씨는 가족들의 생일로 6개 숫자를 만들었다는데요. 사실 파워볼 당첨확률은 2억9천200만 분의 1로, 벼락을 8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월에는 파워볼 1등 당첨금이 역사상 가장 높았는데요. 3명의 당첨자가 나오면서 한 명당 무려 16억 달러씩을 가져갔습니다.

7억5천900만달러 '파워볼' 복권 1등 당첨자 메이비스 완직크.

진행자) 이렇게 당첨금이 올라가면 미국에선 복권 열풍이 불기도 하는데요. 언제부터 미국에서 이렇게 복권이 인기를 끌었던 걸까요?

기자) 로저 던스탠 씨가 저술한 ‘미국의 도박 역사’라는 책을 보면 1600년대 초, 초기 식민지 시대에 복권이 시작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 대륙으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최초로 세운 제임스타운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는 겁니다. 다만, 엄격한 도덕성과 신앙을 강조하는 청교도들이 통치한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주는 복권은 물론이고 그 어떤 종류의 도박이 금지됐고, 공공장소는 물론 집에서도 도박을 할 수 없었다는데요. 하지만 일확천금의 유혹이 커지고 복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13개 모든 식민주들이 자금 조달 차원에서 복권을 발행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한때 복권이 불법이었던 때도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복권과 관련한 각종 추문이 불거지고, 기독교 신앙적으로 복권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1844년부터 복권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890년 당시 미국의 40여 개 주들 가운데 델라웨어와 루이지애나, 딱 2주를 제외하곤 미 전역에서 복권이 사라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부터 사람들이 다시 복권을 살 수 있게 된 겁니까?

기자) 네, 1934년에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복권 발행을 시작했고요. 30년 후에 뉴햄프셔주가 뒤를 따랐습니다. 지금은 알래스카와 하와이, 네바다 등 6개 주를 제외한 44개 주와 워싱턴 DC가 복권을 발행하고 있고요. 여러 주에서 통용되는 전국차원의 복권도 생겨났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이죠. 이 두 복권은 44개 주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는데요.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사는 만큼 당첨금도 엄청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복권 판매액은 어느 정도 될까요?

기자) 로이터 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복권 판매액은 17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44개 주 가운데 11개 주는 법인세보다 복권 판매로 거둬들이는 돈이 더 많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주에서 복권 판매 수익은 공립 학교 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