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개성공단 재개 거론 부적절…대북공조, 제재 훼손” 

지난해 2월 개성공단에서 짐을 실고 귀환하는 한국 측 차량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를 나서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가동 필요성을 내비친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 재개 논의는 남북관계를 넘어선 문제로,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제재 국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듯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

한국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 강연에서, 북 핵 문제로 인한 대북 제재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보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 과제로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27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조 장관이 마치 아직도 2005년도인 것처럼 말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북한은 모든 (핵 관련)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었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복수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지 않았으며, 완전한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지도 않았었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 정부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시도는 한국 국회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조 장관이 북한을 유인하기 위해 속을 떠보려는 의도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장관은 앞서의 강연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개성공단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냐며, 남북관계 복원에서 재개 문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한 간 특수관계를 고려해 개성공단의 예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1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시장경제를 확산시키고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북한을 변화시키는 아주 유력한 방법으로 본다며 개성공단 재가동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29일 미국 방문 중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를 잇달아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북 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대화 국면에 들어설 때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VOA’에 북한이 한국 정부의 모든 (대화) 계획과 제안을 거부하는 데 대한 조 장관의 좌절감을 이해한다면서도, 그가 한국 정부의 여러 성명들을 “재포장”하면 북한으로부터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폴락 연구원은 만약 그렇다면 현재 북한은 어떤 형태의 제안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조 장관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폴락 연구원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여에 너무 열심을 내는 듯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접근이 대통령 선거공약 이행을 기대하는 한국민을 달래는 조치일지는 몰라도, 북한이 “초강경 태도”를 고집하는 한 이는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과의 관여나 그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긴밀히 조율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 문제뿐 아니라 외교와 관여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개성공단 프로젝트가 북한 내부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관여로서 어느 정도 가치를 담고 있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현금을 차단시키기 위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단 재가동 여부는 한국 정부의 특권에 해당되지만, 동맹인 미국과의 공조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 재개 논의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의 다자(유엔) 대북제재 위배 여부와 관련해, 한국은 이를 남북한 간 문제로 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It’s the question of whether reopening Kaesong actually violates multilateral sanctions. Korean position, I think, has been a little casual on that-you know, this is inter-Korean relations and whatever we do is by definition OK. But my position is actually it is not true”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가 기존 (유엔) 제재에 명시된 복수의 조항을 위반할 수 있다며, (한국은) 다자 제재 체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너선 폴락 연구원도 개성공단 재개를 제안하는 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사실상 위반하는 것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도 분명히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최근 ‘VOA’ 기자와 만나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경우 미국 정부 내에서 유엔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 않는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한국 정부는 공단 재개로 창출되는 자금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에 사용되는지, 아니면 정권의 자금줄로 전용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원의 켄트 칼더 소장은 26일 ‘VOA’에, 당장 실현될 것 같지 않은 조건(IF)을 달고 있는 조 장관의 발언이 오해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칼더 소장은 북한의 의미 있는 양보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것은 분명한 제재 위반이자 매우 부적절한 일이 되겠지만, 검증가능한 북한의 양보 이후 재가동이 이뤄지면 유용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